
이지스 구축함 모형을 합성한 사진. 오른쪽은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는 스탠더드 미사일.
올 여름 세계 해군의 눈은 현대중공업을 향한다. 동북아 여섯 나라 가운데 북한 다음으로 약하다고 평가받아온 한국 해군이 세계 최대 최강의 전투함을 진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 전력은, 한국이 강력한 라이벌로 의식하는, 그러나 상대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 ‘일본 해상자위대 전력의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인데, 한국이 동북아 최강의 군함을 갖게 됐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시아의 괴물’은 올 여름 진수(2008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현대중공업에서 막바지 건조 작업을 하고 있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X-Ⅲ) 제1번함을 가리킨다. 이 함정은 ‘안용복(安龍福)함’으로 명명될 예정인데, 해군은 이러한 KDX-Ⅲ를 3척 발주한다.
‘지덕칠함’으로 내정된 제2번함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내년 진수(201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건조하고 있다. ‘윤영하함’으로 내정된 제3번함은 조만간 경쟁 입찰에 부쳐 조선소를 결정할 예정이다.
왜 KDX-Ⅲ는 아시아의 괴물로 불리는가. 그 이유를 알려면 동북아 각국 해군이 쳐놓은 ‘비밀의 커튼’을 들쳐보아야 한다.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왕’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네에게 주었다는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무적의 방패’ 이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미 해군은 ‘총폭탄’이 돼 덤벼드는 일본 해군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공격에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는 ‘유도(誘導) 미사일’이 나오기 전이라 이러한 공격을 막을 방법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가미카제는 대함(對艦) 유도 미사일인 ‘하푼(Harpoon·작살)’처럼 정확히 미 함정을 격파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 해군은 가미카제식 공격을 막을 방법부터 연구했다. 그리하여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항공기의 동선을 완벽히 추적하고 그 항공기를 향해 아군이 미사일을 발사해 격파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더와 사격통제 시스템 개발이 시작되었다. 록히드마틴사(社)는 냉전이 첨예하던 1970년대 말 이 시스템을 완성하고 이를 ‘이지스’ 체계로 명명했다.
항공모함과 상륙모함은 전투기나 헬기를 싣고 다니는 것이 주 기능이라, 자체 전투력은 미약하다. 자체 전투력은 순양함이 가장 세고 이어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순으로 내려온다. 냉전시기 미 해군은 가장 강력한 전투함인 순양함에 이지스 시스템을 올리자는 결정을 내렸다.
1983년 미 해군은 세계 최초로 이지스 체계를 올린 순양함을 실전 배치하며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군을 격파한 요새이자 1776년 미 해군의 창설지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를 이 배 이름으로 명명했다. 그 후 미 해군은 같은 형태의 순양함을 계속 건조해 도합 27척의 이지스 순양함을 갖게 되었다.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들은 세계 최강의 전투함으로 5대양을 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