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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커플매니저들이 털어놓은 재혼 풍속도

“교수는 섹시한 여자, 의사는 젊은 여자, 법조인은 돈 많은 여자 찾죠”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베테랑 커플매니저들이 털어놓은 재혼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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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내가 약사였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던 A씨에겐 아내야말로 경제적으로 기댈 언덕이었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A씨는 강의를 그만두고 고시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5년째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아내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내는 “경제적인 문제는 약국에서 해결하겠다”면서 대학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둘은 그 문제로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다.

1년 후 A씨는 당당히 고시에 합격하고선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자식 둘은 아내가 키우기 때문에 홀가분한 처지였다. 그 누구보다 조건이 좋은 경우라고 자신하면서 커플매니저에게 “나는 똑똑한 여자는 정말 ‘밥맛’이다. 돈 좀 번다고 거들먹거리는 여자는 싫으니 착한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커플매니저는 “전처보다 착한 분은 드물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재혼 희망자들은 무조건 전(前) 배우자와 반대되는 사람을 찾아요. 전 배우자와 고향이 같아도 안 되고 혈액형이 같아도 피하려 해요. 아내가 교사였다면 재혼할 땐 장모가 교사인 것도 싫다고 할 정도죠. 결혼에 절대적인 평가는 금물입니다. 선입관을 버려야 해요.”

메이저 결혼정보회사 중 가장 오래된 ‘선우’의 오윤경(47) 팀장은 “회원들의 이혼 사유를 보면 우리나라 결혼문화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이런 지적을 했다.

“흔히 ‘아홉수다’ ‘부모님이 퇴직하기 전에 해야 한다’해서 후닥닥 한 혼인일수록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얼결에 하는 경우지요. 성급한 결정엔 반드시 함정이 따르게 돼 있어요. 여자 쪽에선 ‘학벌 좋고 직장이 괜찮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혼은 여성 쪽에서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을 꾸리는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스스로 흥을 내야 화목해집니다. 함께 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희생하고 참고 살아가는데, 직업이나 학벌이 전부일 수는 없는 거죠. 살 만한 이유는 보이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첫사랑 때문에…

초혼, 재혼을 포함해 온라인 회원까지 60만명이 가입되어 있는 국내 최대의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이현숙(46) 팀장은 “순결지향주의가 오히려 결혼생활을 불행으로 이끄는 것 같다”면서 결혼이 무덤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흔히 20대 중후반을 ‘결혼적령기’라고 하는데, 결혼적령기란 정답이 없는 커트라인입니다. 결혼적령기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길 때’입니다. 대체로 결혼적령기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결혼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결혼을 하려면 나이와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해요. 또 대학시절 캠퍼스커플로 결혼한 분들 중에 의외로 이혼한 경우가 많아요. ‘연애를 오랫동안 해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결혼했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우리 사회에 ‘연애 따로 결혼 따로’ 풍조가 만연했잖아요. 의외로 ‘배우자의 첫사랑 때문’에 이혼한 사례가 많더군요. 결혼을 했는데도 별다른 이유없이 성관계를 기피하면 (첫사랑과 계속 만나고 있는지) 의심해봐야 해요.”

최근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재혼회원 중에는 내로라는 학벌과 직업, 경제력을 갖춘 남성이 많다. 남성이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졸업증명서와 재직증명서는 물론이고 사업가의 경우 신용평가서와 세금 낸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에 3대 메이저급 결혼정보회사인 재혼회원으로 등록된 남성은 2만여 명에 달한다.

상류층인 ‘노블레스 회원’이 되려면 대졸 이상의 학력은 기본이고 반드시 전문직종에 종사해야 한다. 그밖에도 고시에 합격했거나 대학교수로 재직하면 노블레스 회원 대상이다. 또 벤처기업의 CEO 내지 대기업의 임원급 이상으로 고액연봉자라면 얼마든지 노블레스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최근 노블레스 회원으로 등록한 남성의 직업을 보면 1위가 대학교수, 2위가 의사, 3위가 대기업 임원, 4위가 연구원 순이다.

재혼회원의 가입비는 최하 5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회원의 자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두 명 이상이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혹은 특정 종교인을 찾는 등 배우자에 대한 기대조건이 까다롭고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가입비를 좀더 많이 내야 한다. 커플매니저가 고도의 매칭기술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전남편의 아들을 키우거나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여성을 기피하는 편이라고 한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의 경제력만 튼튼하다면 대개 외모도 따지지 않고 맏며느리로 들어가는 것도 OK라고. 재혼에선 대체로 학벌보다 경제력을 따진다.

“상당수 여성이 사업가를 선호해요.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할 정도면 괜찮은 사업가로 보는 거죠. 재력가 남성은 외모에 자신 있는 여성을 경계해야 해요. 경제력을 집요하게 밝히는 여성의 경우 대부분 미모가 뛰어나거든요. 음식점을 다녀보면 여성의 가치관을 알 수 있어요. 호텔을 좋아하고 격식과 양식을 좋아하면 의심해봐야 해요. 명품족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어떤 여성은 첫 만남 장소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정하고 거기서 남성에게 ‘오늘처럼 뜻 깊은 날, 선물 하나 해주실래요?’라고 한대요. 돈 있는 남성은 아름다운 여성이 이렇게 말하면 다 사준답니다. 지갑이 털려도 예쁜 여성한테 털리면 배가 덜 아픈가봐요. 체면 구기지 않도록 그럴싸하게 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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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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