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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영어, 중국어를 동시에? 우리말도 어설프고, 과외비로 허리 휘고”

  • 하은석 자유기고가

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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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영어 밑천’, 길어야 30분

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서울 대치동 학원가. 상하이 내 한국인 거주지역에도 이런 보습학원들이 여러 군데 들어섰다.

기업에서 중국 주재 발령을 받는 대상은 일반적으로 과장에서 부장 직급이다. 따라서 대개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를 동반한다. 처음 중국 근무 발령을 받을 때 ‘중국에서 어떻게 사나’ 했던 사람들도 막상 상하이에 발을 내디디면 ‘영어·중국어 동시 마스터’란 목표를 세운다. 그렇다보니 상하이에 한국학교가 있음에도 자녀를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어한다. 1년 학비가 2만달러(약 2000만원) 정도의 거액이지만 주재원의 경우 회사에서 자녀 학비의 70%에서 많게는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어 자녀의 영어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제학교 입학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학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 국제학교에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하이미국학교(SAS), 영국국제학교(BISS), 덜뤼치칼리지(DUCKS), 레고국제학교(SRIS), 예청국제학교(YCIS), 커뮤니티국제학교(SCIS), 콘코디아국제학교(CISS), 리빙스턴미국학교(LAS), 싱가포르국제학교(SSIS) 등 10여 군데 국제학교 중에서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곳은 상하이미국학교. 이곳은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빈 자리가 없어 입학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수두룩하다. 몇 달은 기본이고, 때론 재시험을 치르는 등 전형 절차가 까다롭다.

그 외의 국제학교들은 매학기 한국인 사회의 유행(‘한국 학생이 적은 곳이 좋다’ 등)과 소문(‘공부를 별로 안 시킨다더라’ ‘학사 운영이 엉망이다’ ‘ESL 프로그램이 좋다’ ‘왕따 문제가 있다’ 등)에 따라 선호도 순위가 바뀐다. 대체로 초등학교 저학년은 인터뷰만으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고학년으로 갈수록 필기시험을 병행하므로 입학이 수월하지 않다. 특히 고2, 3학년의 경우 받아주는 국제학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국제학교에 입학한 한국 학생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저학년의 경우 한국에서 ‘○○○ 영어교실’ ‘○○ 영어 클럽’ 등으로 꾸준히 학습했다고 해도 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면 영어 밑천이 금세 떨어진다. 길어야 30분이다. 고학년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네이티브’ 수준이 아닌 이상, 전 과목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교육과정을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대부분의 국제학교가 미국이나 영국식 커리큘럼을 따르는데, 한국의 교과과정과 많이 다른데다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고 글로 표현하는 수업이 대부분이고 과제도 많아 아이들이 적응하는 데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초등 교과 과목은 Literacy(읽기와 쓰기), Numeracy(수리), PE(체육), Art(미술), ICT(컴퓨터), Topic(논리), Music(음악) 등인데, 한국에서 온 학생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과목은 Numeracy와 Topic이다. Numeracy의 경우 한국 학생이 계산 능력은 뛰어나지만 긴 영어 문장으로 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걸림돌이다. 영어로 된 수학 용어를 따로 공부해야 하며, 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영어로 써야 해 아이들이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

숫자를 라운딩해라?

Topic은 사회, 지리, 역사, 과학 분야별 주제를 정해 토론, 글쓰기, 발표를 하는 수업이다. 입학 초기엔 수업 내용은 물론 과제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한국 학생이 태반이다. 큰 범위의 주제를 놓고 스스로 정보를 찾고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는 수업이 대부분이라 한국 학생의 경우 숙제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우는 날도 부지기수다. 두 아이를 국제학교 초등과정 6학년, 4학년에 보내고 있는 주부 C씨는 1년 전, 아이들을 처음 학교에 보내던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Literacy는 영어, Numeracy는 산수’라고 생각했죠. 한국에서 산수는 잘했으니까 별 문제 없겠거니 했는데, 아이가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숫자를 ‘rounding’ 하라기에 뭘 돌리라는 건가 했더니 글쎄, 반올림하라는 뜻이더군요. 그러니 긴 문제는 아예 읽지도 않고 대충 눈치로 푸는 것 같아요. Topic 과제나 프리젠테이션 준비는 엄마, 아빠가 돕지 않으면 아이 혼자 하기 힘들죠. 영어로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판에 생각을 정리한 글을 써야 하니 온 가족이 자정이 넘도록 인터넷을 붙들고 있는 날이 허다했어요. 미국이나 영국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서 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좋은 자료를 골라내는 것도 영어를 못하면 ‘그림의 떡’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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