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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유해진, 이문식, 이한위, 김병옥, 김윤석, 이병준…

  • 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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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필모그라피를 뒤져가며 어떻게 캐릭터를 소화했는지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는 이제 분석도 필요 없고, 현상을 거론할 필요도 없는 매력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조연과 주연의 경계를 나누는 것도 무의미하다. 그는 이제 배우 유해진이다. 물론 그는 조연일 때 더 아름답다. 하긴 이것도 편견일지 모르지만.

이름값만으로 100만~200만 관객 동원이 가능하다던 이른바 ‘충무로 티켓파워’는 사라졌다는 것이 요즘 한국 영화판의 정설이다. 그럼에도 충무로는 주연 배우를 융숭하게 모신다. 모시기는 늘 융숭하다. 문제는 넙죽 엎드려 모신 주연이 이름값만큼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언급되는 주연 배우의 연기력 부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한위 “20년 번 돈, 1년에 다 벌었다”

찍어야 할 영화는 많고 주연은 늘 부족한 상태라 연기력을 논하기보다는 이름값으로 우선 영화라는 논에 물(주연)을 댄 업보다. 그렇다고 스타 없는 영화를 시도할 만큼 제작자들이 배짱이 두둑한 것도 아니다. ‘마파도’를 비롯한 몇몇 영화가 스타 없이 흥행에 성공했다지만 요행일 뿐이다. 스타 캐스팅은 영화계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 대안으로, 연기력이 처지는 주연의 ‘보완재’로 연기력 뛰어난 조연을 찾기에 이르렀다. 영화계의 이런 현상은 10년 사이에 하나의 조류로 자리잡았다. 조연의 비중에 눈을 돌리게 한 계기는 영화 ‘넘버3’(1997)였다. 한석규와 최민식의 화려한 투톱이 스크린을 장악했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조연 송강호, 박상면, 박광정, 안석환의 개성 강한 연기는 전혀 빛을 잃지 않았다. ‘넘버3’ 이후 개성 강한 조연을 찾는 영화계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거나 연극판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거나 브라운관에서 검증된 연기파를 발굴했고, 그들은 이 현장 저 현장을 누비며 화려한 조연시대를 열었다.



이러다보니 영화계도 위상에 맞게 대접할 필요를 느끼고 A급 조연 배우의 개런티를 1억~1억5000만원으로 크게 올렸다. 대우와 위상이 달라지자 A급으로 분류된 조연의 폭도 넓어졌다. 1년에 한두 편 영화에 출연하는 주연에 비해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A급 조연은 주연을 능가하는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1~2년 사이 영화계 조연으로 입지를 굳힌 탤런트 이한위씨도 이런 경우. 독특한 개성을 지닌 그는 2006년 한 해에만 ‘미녀는 괴로워’를 비롯해 ‘거룩한 계보’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원탁의 천사’ ‘예의 없는 것들’ ‘한반도’ 등 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씨는 사석에서 “20년간 연기생활 하면서 번 돈을 지난 1년 동안 다 벌었다”고 할 만큼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쓸 만한(?) 조연이 영화계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름 있는 조연은 웬만한 주연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배우는 개인 매니저를 고용해 스케줄을 관리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을 관리하는 부대비용이 적게 드니 당연히 수입은 많아지고 지출은 줄어든다. CF 개런티도 지명도 높은 스타에 비해 적지만 오롯이 자기 몫이 되므로 훨씬 짭짤하다.”

수입도 차츰 좋아지고 있다지만 조연의 세계에서도 주연의 경우처럼 일부만이 귀하신 몸이다. 그것은 제작여건과 관계가 깊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의 말.

“영화 현장에서 조연을 캐스팅할 때 절대적인 배우는 없다. 어느 배역이든 상황에 따라 1, 2, 3순위를 정해놓고 캐스팅을 한다. 좋은 배우를 많이 쓰고 싶지만 제작비 사정상 여의치 않다. 원톱이나 투톱 주연으로 만들 경우 1억5000만원, 1억원, 7000만원대의 조연 1명씩을 쓰거나 두 명만 쓰는 게 관례다. 대부분의 현장에서 이 룰을 지킨다. 물론 주연 지명도가 높지 않아 출연료 지출에 여유가 있을 경우엔 인기 있는 조연을 더 캐스팅할 수도 있다.”

조연의 미덕, 개성과 연기력

그렇다면 영화 관계자가 조연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조연은 무조건 연기를 잘해야 한다. 젊은 주연이 연기력이 부족하면 제작현장의 감독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데 조연까지 연기에 문제가 있다면 현장은 말 그대로 통제불능이 된다. 감독은 조연급 연기자만은 스스로 알아서 해주길 바란다. 결국 제몫을 하는 조연은 감독에게 안전판이다. 여기에 어린 주연에게 연기 지도까지 해줄 수 있는 조연이라면 금상첨화다.

그렇다 해도 현장에서 조연은 조연일 뿐이다. 연기 경력이 아무리 앞서는 대선배일지라도 현장은 주연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룰은 희한하게도 잘 지켜진다는 것이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조연에게는 영화에서도 현장에서도 적절한 선을 지키는 절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연기만 잘한다고 조연을 선택할 수는 없다. 캐릭터에 맞는 개성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개성은 관객을 희로애락으로 이끌 수 있을 만큼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왜 조연이 사랑받는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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