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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후계구도 둘러싼 미스터리들

김정운 아니냐는 ‘왕별 청년’ 2007년에도 시찰 동행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북한 후계구도 둘러싼 미스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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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후계구도 둘러싼 미스터리들
2008년 12월2일 공개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평양 동물원 현지지도

사진②와 올해 1월31일 황해북도 예성강청년1호발전소 현지지도

사진③. 이들 사진에 등장하는 ‘젊은 장성’(원 안)은, 6월14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스위스 유학시절의 김정운’이라며 보도한 사진① 속 인물과 언뜻 닮아 보이지만 20대로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 인물은 2007년 11월1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제 627군부대 지휘부를 시찰할 때도 동행했다(사진④) .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 젊은 장성의 첫 번째 사진은 지난해 12월2일 공개된 김 위원장의 평양 동물원 현지지도 사진이다. 통통하고 비교적 젊어 보이는 얼굴의 이 장성은 언뜻 최근 보도된 김정운의 사진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공개된 ‘조선중앙통신’의 김 위원장 현지지도 사진을 분석해보면 이 장성은 올해 2월까지 최소한 여덟 차례 현지시찰에 동행했다.

회색 점퍼 옷깃 사이로 소장 계급장이 분명하게 보인다. 젊은 얼굴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승진. 평양과 황해남도, 자강도와 함경북도 등 여러 지역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것으로 보아 현지 관계자가 아니라 김 위원장의 일행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또한 그가 입고 있는 회색 점퍼가 김 위원장도 즐겨 입는 중앙 간부용이라는 점에서 그의 소속이 국방위원회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 중앙기관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젊은 장성 = 후계구도 준비?

그러나 거의 모든 사진에서 일행 뒤로 물러나 있는 그의 위치나 단체사진에서의 경직된 자세는 ‘후계자’의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항상 검정색 수첩을 손에 쥐고 바짝 군기가 든 사진 속의 태도는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최고권력자의 아들, 그것도 후계구도 승계가 확정된 인물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하다. 더욱이 사진 속 인물은 아무리 젊게 보더라도 김정운의 나이인 20대 중반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북한 당국자들의 특징을 감안해도 30~40대에 가까워 보이는 인상.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사진을 모두 살펴봐도 20대로 보이는 다른 장성급 수행원을 찾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사진을 확인한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운 본인이라기보다는 북한 군부가 키우고 있는 차세대 주자이거나 혹은 로열패밀리의 일원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의 이복형제 아들이거나 여동생 김경희와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수양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북한 체제의 특성상 30~40대 젊은 군인의 소장 승진은 로열패밀리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또 하나 대담한 가설은 이 장성이 후계자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에 후계자가 동행했기 때문에 그 비서실장도 동행했지만, 후계자의 얼굴은 아직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에 비서실장만 조선중앙통신의 현지시찰 사진에 남은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두 가설을 조합해 로열패밀리의 일원이 사촌인 김정운의 후계승계작업을 돕는 핵심요원으로 발탁된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도 있다.

이 인물을 둘러싸고 이렇듯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은, 이렇게 젊은 인물이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에 고정적으로 동행한 전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운이라는 젊은 후계자의 등장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젊은 권력측근의 등장을 후계구도 구축작업과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이 그간 공개한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적극적인 해석에는 분명 거품이 존재한다. 문제의 젊은 장성이 처음 현지시찰에 동행한 것이 지난해 12월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인물은 와병 전인 2008년 8월11일 공개된 인민군 제826부대 산하 군부대 시찰 사진에서도 보이고, 그 한 해 전인 2007년 11월10일 공개된 627군부대 지휘부 시찰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장성은 2007년 사진에서도 같은 계급장을 달고 있다. 평양의 후계구도가 이미 2007년에 확정된 것이 아니라면, 이 장성의 빠른 승진이나 현지시찰 동행을 후계구도와 관련짓기란 어렵다. 최근 관계당국이나 북한 전문가들이 이 장성을 특별히 주목하는 것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선입관의 위험성

최근 평양에서 권력구도와 관계된 중대사안이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후계자가 결정되었을 수도 있고, 그게 김정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과 관계당국 사이에 나도는 갖가지 추측과 가설은 상당부분 ‘김정운 후계’를 이미 답으로 놓고 맞춰 해석한 대목이 적지 않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동향을 파악하는 작업은 필수겠지만, 그럴수록 선입관이나 짜맞추기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냉정한 분석이 더욱 긴요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7월8일 공개된 김 위원장의 노쇠한 모습은 ‘진실이 확인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조만간 평양의 권력구도가 극적으로 변화하리라는 것에 확신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섣부른 기정사실화나 과잉 해석이 야기할 수 있는 정책판단의 오류를 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북한 뉴스가 ‘김정운’으로 시작해 같은 말로 끝나는 최근 상황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신동아 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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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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