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 머리 사용법 _ 정철 지음, 리더스북, 368쪽, 1만2000원
‘내 머리 사용법’은 망치다. 머리의 표면을 때리는 망치가 아니라, 머리 안쪽 뇌에만 울림을 주는 망치다. 그러니 책장에 보관하지 않고 공구함에 보관해도 좋다. 이 망치의 타격을 제대로 받으려면 한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책을 펼치기 전에 머리부터 감으라는 것이다. 머릿속에 웅크리고 있는 먼지 쌓인 생각들을 깨끗이 씻어낸 후에 책을 만나라는 것이다. 그래야 망치의 울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내 머리 사용법’은 화나는 책이다. 당신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늘 당신이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론을 당신 앞에 내민다. “아차,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당신은 당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화를 내면서도 입은 빙그레 웃고 있을 것이다. 생각을 뒤집는 재미, 뒤집은 생각을 따라가는 재미에 이미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그 재미에 빠지다보면 머릿속엔 어느새 칙칙한 고정관념 대신 내 인생도 뒤집어볼까 하는 새로운 생각이 자리 잡게 된다.
‘내 머리 사용법’은 간섭하는 책이다. 당신의 인생을 간섭하는 책이다. 살아온 인생을 간섭하는 게 아니라, 살아갈 인생을 간섭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래라저래라 하는 공자님 말씀은 한마디도 없다. 인생을 조금 다르게 만져보고, 조금 다르게 굴려보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다시 보고 하면서 노는 책이다. 놀면서 그냥 느끼는 책이다. 놀다보면 글 하나하나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남는 책이다. ‘내 머리 사용법’은 말과 단어를 가지고 노는 책이다. ‘타이레놀’이라는 글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의 머리가 아픈 이유는 입 때문이다. 입의 잘못 때문에, 입의 실수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통약 타이레놀을 머리에 넣지 않고 입에 털어 넣는다.” 이런 식이다.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고, 뒤집어서 보여줌으로써 생각하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책이다.
‘내 머리 사용법’은 두 권의 책이다. 책을 앞에서부터 읽어가다 260쪽쯤에 다다르면 아직 100여 쪽이 남았는데도 ‘The End’라는 글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리고 책의 맨 뒤로 가라고 윽박지른다. 시키는 대로 하면 뒤표지에는 ‘생각을 뒤집는 인생사전 101’이라는 또 하나의 제목이 붙어있다. 이제 당신은 책을 좌에서 우로 넘겨야 한다. 맨 뒤에서부터 시작하는 또 하나의 책을 만나는 것이다. 당신을 한 번 더 좌절하게 할 새로운 뒤집기가 시작된다.
‘내 머리 사용법’은 하루에 딱 열 장만 읽는 책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한번 펼치면 쉽게 덮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재미와 의미에 함께 빠지고 싶다면 아껴서 읽어야 한다. 그래도 멈출 수 없어 한번에 다 읽어버린다면, 일주일쯤 지난 후에 천천히 곱씹으며 한 번 더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을 작가의 책이 아니라 당신의 책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두 번 읽고 난 후에도 생각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 번 읽으면 된다.
정철│‘정철 카피’대표│
언어의 진화 _ 크리스틴 케닐리 지음, 전소영 옮김
“인터넷이라 부르는 광대한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우리는 세계를 여행하고 정보를 찾고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 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더 크고 더 오래된 것의 단순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언어야말로 진정한 정보 고속도로이자 최초의 가상 세계다. 언어는 전세계를 아우르는 거미줄로서 모든 사람이 접속하는 곳이다.” 20년 전만 해도 언어학자 대부분에게 언어의 진화는 연구 대상조차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지과학자, 생물학자, 유전학자, 동물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 언어 기원에 관한 주제는 연구 가능한 학문으로 인정받게 됐다. 저자 크리스틴 케닐리는 옛날과 오늘날의 놀라운 연구와 수많은 쟁점을 검토하면서 무작위적이고 다층적인 진화의 과정이 결국 어떻게 말하는 동물을 탄생시켰는지를 밝힌다. 알마/492쪽/2만8000원
창조 바이러스 H2C _ 이승한 지음
업계 꼴찌 12위에서 출발한 홈플러스를 4년 만에 업계 2위로, 10년 만에 매출 10조원대 선두기업으로 성장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틀을 벗어난 사고와 거침없는 상상력이 강한 추진력 및 끈질긴 집념과 결합할 때 자신의 그릇을 키울 수 있고, 나아가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같은 자질을 ‘창조 바이러스’라 이름 붙이고, 창조 바이러스로 세상을 전염시켜 한계가 없는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열어나가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심리적인 자신감은 결국 다양한 ‘경험’에서 온다”며 “열심히 부딪쳐본 경험이 없으면 그 과정과 끝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시작부터 두려워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창조 바이러스의 근원을 간섭하지 않고 자식들을 자유롭게 방목한 부모님의 교육에서 찾는다. 랜덤하우스코리아/236쪽/1만3000원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_ 김수정 지음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창안한 ‘리빙 라이브러리’는 신개념의 ‘이벤트성 도서관’으로, 도서관에서 ‘책’ 대신 ‘사람’을 빌려준다. ‘리빙 라이브러리’의 도서목록에 등장하는 책은 주로 많은 사람에게 편견의 대상이 된, 혹은 ‘우리와는 다르다’고 분류된 소수자들이다. 그리고 독자는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사람)과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읽는다. 사람 책 한 권당 대출시간은 30분. 이 책에는 영국에 살고 있는 저자가 런던에서 열린 ‘리빙 라이브러리’에서 책들을 독서(대화)한 경험이 진솔하게 펼쳐져 있다. 예순이 넘어서야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성을 찾았다는 트렌스젠더와 사회적 편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레즈비언, 예순에 무작정 가출해서 여든에 시인이 된 할머니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녀가 읽어낸 도서목록에 빼곡하게 적혀 있다. 달/308쪽/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