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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패보다 시장 실패가 더 아팠다

한국 미국 유럽 입체취재 전력산업 구조개편 현장을 가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정부 실패보다 시장 실패가 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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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패보다 시장 실패가 더 아팠다

2001년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 때 전기가 끊겨 문을 닫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상점.

Episode 1캘리포니안 드림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키워드는 시장경쟁,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다. 이 키워드의 실현은 한국에도 일종의 숙제였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정책으로서 가동했으나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공기업 개혁은 후퇴했다. 김대중 정부 때 민영화한 공기업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가는 공기업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재정도 확충했다. 그렇다면 규제완화와 민영화, 사유화는 필연적으로 성공하는 것일까.

먼저 미국 캘리포니아로 가보자.

1998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가장 급진적으로 전력시장 자유화에 나섰다. 규제완화의 목표는 경쟁을 도입해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전력을 값싸게 하는 것이었다. 주정부는 1998년 3개 독점 전력회사에 발전소 매각을 명령했다. 경쟁(competition)과 선택(choice)이라는 시장원리를 전력산업에 적용한 것이다.

2001년 캘리포니아에서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었다. 발전회사들이 시장가격이 낮다면서 판매사들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은 것이다. 엔론을 비롯한 민간 발전회사들은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전기가격을 조작했다. 그 결과로 도매요금이 급등하면서 배전회사들이 차례로 도산했다.



캘리포니아는 결국 주민 세금을 쏟아 부어 전략산업을 재건했다. 미국소비자연맹(CFA)은 “자유화는 고통만 가져왔을 뿐 얻은 건 없었다”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 낸시 보겔은 “일부 발전회사가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면서 “전력회사가 전기판매 구조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상처만 남긴 개혁

캘리포니아공익사업위원회(CPUC) 존. A 본 커미셔너의 에너지담당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는 로버트 키노시안은 “시장화는 실패했다”고 단언하면서 “과거의 규제시스템이 시장시스템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CPUC는 캘리포니아에서 전력, 천연가스, 통신, 상수도, 철도산업을 규제하는 기관. 그는 2001년 전력위기 때 위기 극복 담당자로 일했다.

▼ 캘리포니아가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으로 전력산업 자유화를 시행한 이유는 뭔가.

“캘리포니아는 1980년대까지 미국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지역이었다.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유지하는 데 다른 주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환경규제 때문에 발전설비를 충분하게 갖추지 못해 다른 주에서 전기를 수입했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자유화 요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규제완화, 시장화 정책을 펼치면 요금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 당시 시장화·자유화론자가 내세운 논리는 뭔가.

“효율성이 높아져 비용이 준다는 주장이었다. 전력산업에 욕심을 가진 엔론 같은 회사,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사람들, 전기요금이 떨어지리라고 기대한 대형 사용자들이 찬성했다. 자금력을 이용한 로비도 대단했다. 시장화의 장점을 강조하는 토론이 많이 열렸다.”

▼ 일반 시민의 의견은 어땠나.

“찬반 논란은 이해당사자 사이에서만 일어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작은 정부가 큰 정부보다 효율적이라고 여겼다. 코스트가 떨어짐으로써 소비자가 혜택을 본다고 믿었다. 1990년대부터 작은 정부론이 힘을 얻었다.”

▼ 법률 준비는 어떻게 이뤄졌나.

“실제로는 주정부가 주도했다. 의원들은 법을 통과시켰을 뿐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책임을 졌다. 민주당 소속으로 당시 주 상원 에너지위원장이던 스티븐 피스는 정치 생명이 끝났다.”

▼ 기존의 독점 전력회사들은 자유화·시장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처음엔 기존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전력회사의 주주들도 걱정했다. 하지만 주정부가 좌초비용(Stranded Cost) 지원을 약속한 후 의견을 바꿨다. 노후 발전설비를 새로운 발전회사에 넘기고 송·배전만 담당하는 게 유리하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 2001~2002년 전력위기는 어떻게 전개됐나.

“도매시장 운영초기(1998~2000년)엔 별문제가 없었다. 2000년 이후 가격이 급등했는데 규제를 철폐한 탓에 주정부가 개입할 수 없었다. 전력위기는 발전회사의 고의적 전력생산 감축과 시장 조작(Market Manipulation) 때문에 발생했다. 전력 수요가 높아져 생산을 늘려야 할 때 조작이 일어났다. 발전회사들은 전기 생산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렸다. 모든 전력거래를 풀시장(Pool)에서 하도록 강제한 의무적 풀시장(Manda-tory Pool)이었기 때문에 조작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시장화는 결과적으로 전기 값을 올렸고 공급 안정성도 떨어뜨렸다.”

▼ 2003년 이후 캘리포니아 전력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시장화는 실패로 끝났다. 전력회사(IOU)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졌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도움을 요청했고, FERC는 발전회사들에는 IOU에 무조건 전력을 공급하라고 명령했다. 주정부는 IOU를 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며 신규 발전설비 확충에 나섰다. 파산한 전기회사에 투입한 예산은 납세자가 낸 세금이다. CPUC는 캘리포니아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규제하는 권한을 회복했다. 발전회사와 배전회사가 장기계약을 맺게끔 했으며 발전소에서 발전을 중단하지 못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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