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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 정권교체’ 하토야마 내각 출범

하토야마 측근 “한일 관계 더 좋아진다” 귀띔

  • 윤종구│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일본 최초 정권교체’ 하토야마 내각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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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의 ‘아시아 중시’ 방침에 한국과 중국은 환영하는 반면 미국은 좀 떨떠름한 반응이다. ‘대등한 미일관계’를 내세우며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하는 민주당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일본 사람들은 잠재의식 속에 미국에 대한 일종의 ‘공포’를 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잘못 건드렸다가 ‘도쿄 대공습’을 당해 잿더미로 변했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격을 받아 죽다 살아난 경험이 뼛속 깊이 묻혀있다. 자민당의 54년 치세는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였다. 민주당이 ‘대등한 관계’를 내세우고 국민이 여기에 표를 줬다는 것은 그러한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60년 이상 지났으니 일본인의 무의식에는 그러한 욕망이 있을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7년 출생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1960년 미일 양국 정부가 일본에 미국 핵항공모함 등의 핵 반입을 허용하기로 비밀 합의했다는 핵 밀약, 주일미군 재편 등 현안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태평양 양쪽에서 흘러나오는 중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민주당은 대미외교 방침의 강한 표현을 다소 완화하는 등 ‘현실노선’으로 한 클릭 이동하긴 했지만, 아직도 자민당 정권 때보다는 미일 간 간격이 넓다. 미국 정부가 총선 직후 “선거와 정권운영은 별개다. 인도양 급유지원을 계속 해달라”며 공개적으로 견제구를 날리는 등 양국 간 탐색전도 치열하다.

“미국에 농락당했다”

민주당의 연립 파트너인 사민당은 양국의 군사적 동맹에 관해 과거보다 좀 더 거리를 두길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나 하토야마 총리로선, 자민당 정권과는 다른 뭔가 ‘색깔 있는 대미외교’를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고 있는 반면 미일동맹이라는 현실적 무게를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다. 더구나 “냉전 후 일본은 미국발 글로벌리즘이라는 시장원리주의에 농락당했다”는 등 아슬아슬한 내용이 담긴 하토야마 기고문이 알려지면서 미국 일각에선 ‘반미주의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났다.

9월 하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토야마 총리는 머리가 아프다. 회담이 끝난 후 “대등한 미일관계라더니 별것 아니구먼. 말만 그럴듯했지 실속은 없구먼”이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국내 여론도 잡고 미일동맹도 잡으려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이 자칫 둘 다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민주당 정권이 얼마나 오래갈지다.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분명히 있다. 민주당을 두고 자민당 출신부터 구 사회당 출신까지, 좌에서 우로 폭넓은 정치이념의 소유자들이 모인 ‘팔색조 정당’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에는 주요 8개 그룹이 모여 있다. 오자와 그룹(150명), 하토야마 그룹(45명), 노다 요시히코 그룹(35명), 간 나오토 그룹(30명), 마에하라 세이지 그룹(30명), 구 민사당 그룹(30명), 구 사회당 그룹(30명), 하타 쓰토무 그룹(20명)이다.

특히 외교안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 결정적인 순간 대미외교 등을 놓고 내부 갈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노선 차이가 당을 분열시킬 만큼 크지는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리고 오자와 그룹을 제외하면 그룹의 결속력이 낮다. 실제로 5월 대표선거에선 당내 소장파들이 그룹을 뛰어넘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현 외상) 후보를 밀기도 했다. 민주당 그룹이 자민당 파벌과 다른 점이다.

민주당 정권의 핵인 동시에 가장 약한 고리는 어디일까. 오자와다. 오자와는 민주당의 제1 대주주다. 총선 전에도 그랬고 총선 후에도 그렇다. 자타가 공인하는 ‘선거의 귀재’ 오자와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선거담당 대표대행’을 맡아 후보영입, 공천, 자금지원, 선거운동 지도 등을 거의 도맡았다. 민주당 압승은 사실 오자와의 압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총선 후 당내 중의원 308명과 참의원 109명 등 모두 417명의 의원 가운데 오자와 그룹은 약 150명(중의원 120, 참의원 30)이다. 당내 3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자민당 의석수보다 많다. 당내 두 번째 세력인 하토야마 그룹이 45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그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상왕정치 옥상옥 이중권력

민주당 정권을 두고 ‘상왕정치’ ‘옥상옥’ ‘이중권력’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 후 새 정권의 인사도 절반은 오자와가 했다. 하토야마-오자와 회담에서 ‘정부는 하토야마, 당은 오자와’로 역할분담에 합의하고 당 인사권을 오자와가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선 자파 후보 지역구에 자신의 비서 20여 명을 내려 보내 선거포스터 붙이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지도했다. 총선 후에도 그는 자파 소속 초선의원들에게 “지역구를 떠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정계는 민주당 정권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막후 정치’에 능수능란한 오자와의 이력 때문이다. 1989년 47세의 젊은 나이에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에 올라 일본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오자와는 1993년 자민당을 탈당한 이후 창당과 합당, 분당을 여러 차례 주도하면서 늘 정국에 파란을 몰고 왔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늘 뭔가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오자와는 자신의 책임 아래 치를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까지는 몸을 낮추겠지만, 언제 특유의 독자행보를 시작할지 아무도 모른다. 민주당 정권 최대의 ‘힘’이 있는 곳에 ‘불안의 씨앗’이 잠재해 있는 셈이다.

언제나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 그것도 핵심부에 있는 법이다.

신동아 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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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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