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행복한 철학자 우기동

인문학 강좌 세상을 바꾸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행복한 철학자 우기동

3/3
그가 이제 가장 고민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유지·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4월 시작된 교도소 강의는 이런 고민을 더 깊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우 교수는 프로그램이 열린 수도권 소재 4개 교도소(영등포, 안양, 의정부, 여주) 가운데 안양에서 재소자들에게 철학을 가르쳤다.

“학기 내내 학생들의 자세가 아주 진지했고, 수업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1학기 종강날 뒤풀이 자리에서 한 재소자가 ‘교수님 부탁이 있습니다’ 하더군요.”

“출소하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철학을 배우며 많은 것을 깨달았고 새롭게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지만, 막상 사회에 나가면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는 얘기였다.

교도소 강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한 교정위원은 그에게 “당장 변화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지금 교수님이 가르치는 재소자 25명 가운에 한 명이라도 재범이 2~3년 늦춰진다면 이 프로그램은 성공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두 이야기가 섞이면서 인문학이 과연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나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이들에게 철학 강의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동체



우 교수가 대안적 가능성으로 생각하는 것은 관악인문대학 졸업생들이 뜻을 모아 운영하는 꽃가게 ‘꽃뜰-꽃피는 뜰’, 노원성프란시스대학 졸업생들이 함께 만든 천연비누 생산·판매업체 ‘자향-자연의 향기 : 건강지킴이와 들꽃지기’ 등의 공동체다. 이들은 인문학 교육과정이 끝난 뒤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모임을 만들어 인문학적인 가치와 삶을 연계할 수 있는 공동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그것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가고 있다. 우 교수는 “이 모습에서 인문대학 프로그램의 나아갈 방향을 본다”고 했다. 인문학 강의가 끝날 때마다 졸업생들이 꾸준히 모이도록 동창회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대학에서 배운 인문학이 이들의 일상 속에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얼 쇼리스는 인문학 코스의 궁극적인 목적을 “가난한 사람들이 인문학을 통해 자존과 정치적 삶을 회복해 ‘위험한 시민’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목표는 빈곤을 종식시키고 가난의 서러움을 역사와 낭만의 영역으로 넘겨주고 빈민들을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이런 목표가 달성된다면 위험에 대한 질문은 바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시민이 위험하다는 의미와 똑같은 차원에서 빈민들이 위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참으로 힘 있는 시민이 될 것이다.”

우 교수의 꿈도 이와 같다. 그는 또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에 정직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정직하고, 세상일에 정직한 세상”을 꿈꾼다. 그 유토피아를 인문대학을 통해 실현하고 있는 그는 ‘행복한 철학자’다.

인문대학 프로그램 수강생들의 한마디

“나은 요지움에 들어 학교을 가은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가은 것 같다.…잊혀지고 버려지고 외곡된 모던것들이 … 새롭게 환희로 덮쳐온다. 한번도 보지도 상상조차도 하지 못한 엄청난 파고로 밀려온다.”(필자가 쓴 그대로 맞춤법 교정 없이 옮겼음)

“남편의 폭력을 피해 쉼터로 왔습니다. 이곳에서 실천인문학을 배웠습니다. 직접 쓴 글을 발표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어요. 힘들었던 예전에서 나와 세상과 가까워지고 다시 잡지 않았을지도 모를 펜과 책을 잡고 공부했던 지난 6개월은 제가 살아있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잠재력 속에 무한한 지식의 능력이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 나는 이 비밀을 찾았다. 인문학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고 공부할 수 있는 문이 열린 셈이다.”


인문대학 교재(예시)
교재명 저자명 출판사
삶과 철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동녘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홍세화 외 철수와 영희
문답으로 풀어본 문학이야기 백민 현장문학사
아틀라스 중국사 박한제 외 사계절
장인영 세종출판사
행복한 인문학 임철우 외 이매진
일상사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이상록 외 책과함께
중국상식 김민호 다락원
질문하는 한국사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 서해문집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철학 가볍게 하기 도널드 파머 현실과과학
글쓰기의 이론과 실제 김종회 외 경희대출판국
비폭력대화 마셜 로젠버그 바오


신동아 2009년 10월호

3/3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목록 닫기

행복한 철학자 우기동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