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분야에서 녹색관광의 전개 양상은 관광객의 관광행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슬로시티 등 새로운 형태의 관광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웰빙 트렌드에서 시작된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의 관광행태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녹색관광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전남 순천만 갈대숲에 조성된 길을 걷고있다.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발음상 ‘제주에 올레?’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제주 올레길은 정신적·육체적 휴식이 가능한 가장 보편적인 제주의 길로 느림의 길, 평화의 길을 목표로 한다. 크고 넓은 길이 아니라 조그만 길,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여유를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올레길이 돋보이는 이유는 조성에서 운영 전반을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답사를 통해 길을 조성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을 대동하여 길을 함께 찾거나 주민을 통해 옛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마을길 또는 개인 소유의 밭길을 지나는 경우에는 지역주민 및 관계자의 동의와 협조를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제주 올레’는 길을 찾아내고 중간에 화장실과 쉼터 등을 마련하며, 곳곳에 위치한 하수종말처리장, 해녀탈의실 등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같이 ‘제주올레’는 사람이 사람답게 걸을 수 있는 길 만들기를 목표로 제주 전역에 고리 모양의 친환경적 도보길을 조성하고 있다.
#이야기를 테마로 한 지리산 둘레길
지자체와 마을이 연합한 지리산 둘레길은 ‘이야기’를 테마로 한 여행 행태를 보여준다. ‘지리산 둘레를 걷는다’는 의미인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에서 만나는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어주는 길이다. 둘레길을 통해 속도의 문화는 느림과 성찰의 문화로, 위로만 오르는 수직의 문화는 눈높이 맞추는 수평의 문화로 전환된다.
산림청 녹색사업단의 지원을 받고, 사단법인 ‘숲길’(지리산 생명연대)에서 탐방노선의 조성·발굴·운영·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숲길’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70㎞의 구간과 안내센터에 대한 운영·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구간에 대한 조사 설계는 ‘숲길’에서 맡고 조성은 각 구간별 지자체(남원시, 구례군, 함양군, 하동군, 산청군)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형 트레일의 전형으로 떠오른 둘레길은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 조성으로 느림(slow) 지향의 문화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느림의 가치를 실현하는 슬로시티
슬로시티는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지향하며, 자연환경 속에서 지역의 먹을거리와 고유문화를 느끼며, 여유 있고 쾌적한 삶을 향유하기 위한 운동이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이 운동은 2009년 16개국 116개 도시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신안군 증도, 담양군 삼지천 마을, 완도군 청산도, 장흥군 반월, 하동군 악양, 예산군 등 6개소가 지정돼 관광자원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슬로시티는 전통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즉 공해 없는 자연에서 지역의 유기농 음식을 섭취하고 그 지역의 문화를 보존 및 공유하며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개발과 단순한 성장이 지상 최대의 목표이던 시절, 빠르고 큰 것을 지향하던 삶의 가치에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녹색의 가치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