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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⑩

단풍나무 향 품은 미국 대표 위스키

‘여인의 향기’와 잭 다니엘스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단풍나무 향 품은 미국 대표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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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다니엘은 매우 단신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키가 160cm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매우 격정적인 성격으로도 잘 알려졌는데, 그가 사망한 이유도 급한 성격 때문이었다. 1911년 어느 날 금고가 잘 열리지 않자 화가 난 나머지 금고를 발로 차서 생긴 상처 때문에 합병증으로 패혈증이 와서 사망했다고 한다. 잭 다니엘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었다. 그의 생전에 이미 조카 모트로(Lem Motlow)에게 양조장 경영을 맡겼던 터라 이후 모트로의 아들들이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모트로의 네 아들에게 계승자가 없어 1956년에 세계적 음료회사 브라운-포먼사(Brown-Forman beverage company)에 양도됐다.

‘Old No. 7’의 의미

그런데 잭 다니엘스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잭 다니엘스는 버번위스키다’라는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혼동하고 있다. 잭 다니엘스는 버번위스키와 법적으로 구별되는 ‘테네시위스키’라는 독립 분류에 속한다. 버번위스키와 테네시위스키를 구별짓는 결정적인 차이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테네시위스키는 증류 후 증류액을 나무통에 숙성시키기 전에 단풍나무 숯을 통과시키는 여과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은 잭 다니엘스 위스키에 버번위스키와 차별되는 독특한 맛과 향을 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다만 잭 다니엘스가 ‘숙성 전 여과’ 과정 외에 다른 제조 공법에서는 버번위스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버번위스키의 일종으로 흔히 오해되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 위스키를 대표하는 버번위스키는 18세기 중반 당시 미국 독립정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위스키에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자 이에 반발한 동부 증류업자들이 오늘날의 켄터키주로 이전한 데서 유래했다. 이들 증류업자들은 대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출신으로 고향에서 습득한 증류 기술을 이용해 주로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술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다. 새로운 지역에 정착한 이들은 그곳에서 재배되는 옥수수를 활용해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버번위스키의 효시다.

버번위스키란 이름은 당시 위스키를 생산하던 지역 이름 버번군(Bourbon County)에서 비롯됐다. 이 지역은 당시 버지니아주에 속해 있었으나 그 후 몇 차례 행정구역 개편을 거쳐 오늘날에는 켄터키주에 속한다.



버번이란 이름 자체는 프랑스 왕조였던 부르봉(Bourbon) 왕가를 기려 마을 이름을 지은 데서 비롯됐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오늘날 실제 켄터키주의 버번군에서는 버번위스키를 증류하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버번위스키의 탄생에 기여한 사람들로 목사 ‘엘리자 크레이그(Elijah Craig)’를 비롯해 구체적으로 몇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사실 이런 종류의 술은 특정 개인의 개발품이라기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노력과 지혜가 모인 결과로 보는 것이 훨씬 논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현재 버번위스키에는 여러 회사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테네시위스키에는 잭 다니엘스 외에 조지 디켈(George Dickel)이라는 회사가 있을 뿐이다. 잭 다니엘스와 조지 디켈의 차이라면 잭 다니엘스가 약간 무겁고 윤택한 맛인 반면, 조지 디켈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물론 회사 규모와 지명도 차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잭 다니엘스에 얽힌 이야기 중 흔히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상표에 있는 ‘Old No. 7’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것이다. 1887년에 만들어진 이 용어의 탄생에는 많은 설명이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그만큼 제대로 된 정설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나마 가장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로는 잭 다니엘이 생전에 성공한 유대인 상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만든 7개의 소매점 체인에 강한 인상을 받고 이에 영향을 받아 ‘No. 7’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또 ‘Old’라는 용어는 당시 위스키 생산자들이 증류 후 곧바로 술집에 증류액을 넘기던 것에 반해 잭 다니엘은 위스키를 나무통에서 숙성시킨 다음 판매했던 관행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것이라고 한다. 현재 위스키 잭 다니엘스는 정확한 숙성 기간을 상표에 표시하지 않지만 대개 4~5년 나무통에서 숙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렬하고 풍요로운 메시지

잭 다니엘스는 ‘여인의 향기’에서뿐만 아니라 ‘진주만(Pearl Habour)’ ‘스카페이스(Scarface)’ ‘리썰 웨펀(Lethal Weapon)’ ‘어 퓨 굿맨(A Few Good Man)’ 등 수많은 영화에 등장한다. 이는 이 위스키가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고, 상품 광고를 위한 회사의 노력이 매우 적극적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러나 잭 다니엘스 위스키가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만큼 큰 의미를 지니고 그것이 잘 표현된 영화도 드물다. 이는 슬레이드 중령과 탱고, 그리고 잭 다니엘스 삼총사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그만큼 강렬하고 풍요롭기 때문일 것이다.

신동아 201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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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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