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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적 시각으로 본 세계사

  • 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음모론적 시각으로 본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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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전쟁의 사령관이자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측근 인물들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 뒤편에 인쇄된 ‘프로비던스의 눈’은 프리메이슨의 상징인 ‘만물을 보는 눈(All seeing eye)’이란다. 미국의 36대 역대 대통령 가운데 프리메이슨 회원은 무려 22명이라는데…. 저자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관한 정보는 얻지 못한 상태이지만, 거의 100% 메이슨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의회, 사법부, 군, 재계에도 유력한 프리메이슨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거대 재벌인 록펠러 가문이 대표적인 회원이라는 것. 미국에서 출판된 ‘록펠러 제국의 음모’라는 책은 “록펠러 가문이 미국 정권을 잡으면 프리메이슨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재물을 긁어모으는 시대가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는 400만명 이상의 프리메이슨이 있으며 전세계 회원은 700만~1000만명이라는 것. 조직의 최상층부에는 유럽의 로스차일드 일가와 미국의 록펠러 가문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진 의문점은 프리메이슨 회원 숫자가 이렇게 많아서야 어떻게 비밀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비밀결사란 소수 정예로 구성되어야지 회원수가 1000만명의 거대조직이라면 ‘비밀’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회원으로 가입할 때 갖는 비밀스러운 의식도 실제로 이루어지는지 의문이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신비주의 콘텐츠’가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또 여러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는 프리메이슨의 음모가 개입됐다고 하는데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프리메이슨 회원으로서 세계통일 전략에 일조하기 위해 연방을 해체했다는 주장도 뚜렷한 근거가 없다. 유럽 통합도 프리메이슨의 세계통일 전략으로 추진됐다는데 이 주장도 설득력이 모자란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주장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여러 자료를 집대성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프리메이슨과 관련한 온갖 출판물이 나와 있다. 세계의 저술가들은 프리메이슨의 활동상과 영향력을 부풀리는 데 골몰하는 듯하다.

유대인 음모설도 단골메뉴

2000여 년 동안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이스라엘 민족(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뿌리 깊다. 이들이 소수이면서도 금융, 언론, 학문,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이들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유대인의 우수성과 관련해서는 ‘0.25%=25%’라는 등식으로 흔히 설명된다.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유대인 비율은 0.25%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25%라는 사실이다. 역사상 유명한 유대인의 명단을 나열하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 책은 유대인의 세계 지배 전략이 AD 70년부터 설계된 원대한 공작이라 설명했다. 러일전쟁 때 미국계 유대인이 거액의 일본 채권을 사들여 일본을 지원했고, 1차 세계대전에서는 러시아혁명을 공작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유대인이 미국과 소련을 배후에서 지배해 세계 경제의 70%를 주무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원자폭탄의 개발과 일본 투하도 유대인의 공작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대인이 노리는 1차 대상은 자신들을 억압했던 로마 가톨릭 후손 국가들, 즉 유럽이다. 유대인 모험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대인들의 미국 정착이 이루어졌고 미국에서 유대인들의 성공신화가 실현됐다. 유대인의 다음 공략 대상지역은 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환태평양 경제권’이라고 한다. 이 지역을 장악하면 유대인의 세계 지배는 완성되는 셈인데 그 목표 시기는 21세기 상반기라는 것.

프리메이슨 회원 가운데 상당수가 유대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대계 로스차일드 가문은 세계 지배 음모론과 관련해 이래저래 구설에 오른다. 유대인의 세계 지배 전략을 담은 ‘시온 의정서’가 독일의 히틀러 손에 들어간 일화도 소개됐다. 히틀러는 무자비한 전쟁을 통해서라도 세계를 지배한다는 계획을 담은 이 문서를 보고 그대로 추진하려 했다는 것.

이 책에 따르면 세계화 물결이 두드러진 요즘, 이를 추진하는 배후에는 ‘300인 위원회’라는 비밀결사가 있다고 한다. 이 위원회도 유대인에 의해 주도된다고 한다. 하부 조직으로는 예수회, 각 보도기관, 그린피스, CIA, 프리메이슨, 브리티시 석유, 홍콩 상하이은행 등이 있다는 것.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다이애나 영국 황태자비의 자동차 사고 사망과 관련됐다고 한다. 다이애나는 지뢰 없애기 캠페인에 열성적이어서 군수산업체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는 것.

이 책의 장점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음모론적 시각으로 본 세계사’라 할까. 저술하는 데 참고한 자료 목록을 밝히지 않았고, 별도의 색인이 없는 점은 아쉽다. 외국인명, 지명 표기에 오류가 적잖이 보여 보완해야겠다.

민심이 흉흉해지면 도참설, 개벽설 등이 횡행한다. 비밀결사에 관한 관심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정통파 이론보다 음모론이 득세하고 사이비 선동가들이 선지자 행세를 하며 날뛴다. 특히 사이비 종교는 규명되지 않은 이적(異蹟)을 내세우거나 종말론으로 교세를 확장한다. 야릇한 신비주의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한 이성을 찾아야 난세를 이겨나갈 수 있다.

신동아 201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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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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