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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명동 장악한 글로벌 SPA, 국내 패션도 변해야 산다

H&M, ZARA, UNIQLO…

  • 강지남│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명동 장악한 글로벌 SPA, 국내 패션도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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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 자라, 유니클로, 망고, 포에버21….
  • 요즘 명동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부 다 하는 글로벌 SPA 패션브랜드들의 격전지다. 디자인, 품질, 가격의 삼박자를 갖췄을 뿐 아니라 색다른 소비 경험까지 제공하는 이들 때문에 국내 패션업체들은 고심을 거듭하는 중. 과연 글로벌 SPA의 숨은 파워는 무엇이고, 이들과 맞수를 두려면 국내 업체들은 어떻게 환골탈태해야 할 것인가.
명동 장악한 글로벌 SPA, 국내 패션도 변해야 산다

1 H&M 국내 첫 매장 오픈파티가 열린 2월25일 명동 H&M 눈스퀘어점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2 유니클로 명동본점 전경. 2005년 국내 진출한 유니클로는 4월초 현재 48개 매장을 개장했다. 3 자라의 2010년 SS 컬렉션.

명동에선 줄을 서세요

덥고 화창했던 5월5일 어린이날 오후. 서울 명동거리는 모처럼의 공휴일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복합쇼핑몰 눈스퀘어(옛 코스모스백화점 부지)에 자리한 ‘H·M’과 사보이호텔 건너편의‘유니클로(UNIQLO)’.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두 패션브랜드 매장에는 주말 저녁 대형할인점과 같은 활력이 넘쳤다. 서로 부딪칠 정도로 매장 안이 붐볐으며, 가족끼리 온 손님이 많았고, 그리고 줄을 섰다. H·M 매장 입구에는 멋쟁이 젊은 남녀 100여 명이 ‘입장’이 허락되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고, 유니클로 계산대 앞에는 티셔츠, 청바지, 레깅스 등을 팔에 걸친 손님들로 긴 줄이 세워졌다. ‘글로벌 SPA 패션브랜드가 명동을 장악했다’는 세간의 풍문이 실감났다. 이날 H·M에는 1만5000명, 유니클로에는 1만명의 고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란 제조직매형 의류회사, 즉 기획과 생산, 유통, 판매를 도맡아 하는 의류회사를 가리키는 용어다. 미국 갭(Gap)의 도널드 피셔 회장이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이후 H·M, 자라(ZARA), 유니클로, 망고(MANGO)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지금 명동은 글로벌 SPA와 이에 대응하는 국내 패션브랜드들의 가두(街頭) 매장 격전장이다. 유니클로 명동점에서 출발하자면 바로 그 옆으로 이랜드㈜가 유니클로에 대항해 내놓은 스파오(SPAO)와 망고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나란히 있고, 또 그 옆에 지오다노, 빈폴, 갭의 대형매장이 서 있다. 인근의 엠플라자(옛 유투존)에는 자라와 미국 SPA브랜드인 포에버21이 별도의 출입문을 둔 채 각각 2개 층을 차지하고 있고, 그 아래 유서 깊은 금강제화 매장은 올가을 H·M 2호점으로 바뀔 예정이다. 눈스퀘어에는 H·M, 자라, 망고 등 유럽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들이 모두 들어와 있고, 큰길 건너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도 자라, 유니클로, 망고가 입점해 있다.



청담동 클럽을 능가한다?!

명동 장악한 글로벌 SPA, 국내 패션도 변해야 산다

H&M의 2010년 비키니 광고 이미지.

2008년 9월 도쿄 긴자에 일본의 첫 H·M 매장이 문을 열었을 때 방송사 헬기가 떴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부 고객은 전날 저녁부터 줄을 서 있었다고 한다. 지난 2월27일 서울 명동에 H·M이 오픈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틀 전인 25일 열린 오픈 기념파티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0여 명이 줄을 서 입장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고, 27일부터 3월1일까지 연휴 사흘간 총 6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H·M 효과’는 지금도 여전하다. H·M이 입점한 눈스퀘어의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H·M 오픈 이후 눈스퀘어를 찾는 고객이 30%가량 늘었다”며 “주중에는 2만2000여 명, 주말에는 3만여 명이 눈스퀘어를 찾는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주중 1만여 명, 주말 1만5000여 명의 H·M 방문고객을 뺀 수치다. 눈스퀘어에 함께 입점해 있는 자라, 망고 등의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망고 관계자는 “H·M 오픈 이후 눈스퀘어점 매출이 70~80%가량 급신장했다”고 밝혔다. 요즘 패션피플 사이에서는 ‘명동 H·M 물이 정말 좋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청담동 클럽에서나 마주칠 법한 패셔니스타들이 H·M 매장 안에서 목격된다는 얘기다.

2005년 유니클로, 2008년 자라, 그리고 올초 H·M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패션업체들은 긴장을 넘어 위기를 절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내 패션시장은 여러 세력이 할거한 춘추전국시대와 닮은꼴이다. 연간 23조~24조원 규모의 시장을 수많은 중소 브랜드가 분할하고 있는 것. 가장 매출이 많은 브랜드로는 제일모직의 ‘빈폴’이 꼽히는데 연 매출 4500억원 수준이다. 이들이 연매출 10조원이 훌쩍 넘는 글로벌 ‘거인’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벌써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일부 브랜드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수명을 다하게 될 것”이란 흉흉한 얘기가 나돈다. “제일 무서운 건 글로벌 SPA로 인해 소비자 구매 패턴과 기대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이들 글로벌 SPA의 숨은 파워가 무엇이길래 아시아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민족이라는 대한민국이 잔뜩 움츠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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