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가 각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4월21일 발표한 ‘중국 부동산시장의 향방과 시사점’이다. 보고서는 2009년 현재 중국의 주택 가격이 주민의 구매력을 훨씬 초과한 수준임을 근거로 중국 부동산시장의 버블가능성을 경고한다. ▲금융권 내 과잉 유동성 문제 ▲외부로부터 대량 유입된 핫머니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과열을 버블의 원인으로 지적한 이 보고서는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한 대출 통제 등 중국정부의 부동산 버블 관련 대책도 소개한다. 한국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요건 강화 필요, 중국 진출 기업의 재무 건전성 제고 유도, G2 국가인 중국에 대한 수출 확대 노력 지속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책적 시사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8년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 한 해는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적인 재정확대와 통화완화가 거시정책의 핵심을 이뤘다. 그 와중에 중국은 정부 주도 경제체제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신속하고도 영향력 있는 재정확대와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자칫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경제를 회복시켰다. 2009년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바오바(保八)’, 즉 8%의 경제성장률 실현에 성공했으나 그 부작용으로 부동산 버블 문제가 새로운 우환거리로 부상했다.
세계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인 쿠쉬맨 앤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의 부동산 투자금액은 약 1562억달러로 전세계 부동산 투자액(3650억 달러)의 40%를 상회했다. 그 결과 2009년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평균 상승률은 25.1%를 기록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등 특대도시(인구 1000만명 이상) 지역의 주택가격은 대부분 2배 이상 급등함에 따라 중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버블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버블 가능성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09년 중국 도시지역의 가처분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은 8.3배로 버블판단 임계치인 6~7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값이 주민의 소득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구매 의향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또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의 1인당 GDP 대비 1㎡당 주택가격 비율은 85.5%로 31.8%를 보인 미국과 35.8%를 보인 일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중국의 주택 가격은 이미 주민의 구매력을 훨씬 초과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주택 가격의 상대적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과 부동산 버블의 상징인 일본에 비해서도 높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중국 부동산시장은 버블이 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버블 형성의 원인
중국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정책과 유동성이 주재하는 시장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중국 부동산시장의 버블 현상은 중국 정부의 유동성 확장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을 야기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저금리와 공급확대 정책으로 금융권 내 과잉 유동성 문제가 대두되었다. 금융위기 직후 중국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각각 2.16%p와 2.0%p를 인하함에 따라 유동성이 급증했다. 그 결과 2009년 중국의 유동성은 전년대비 27.1% 증가해 정부 목표치인 17%를 10%p 이상 상회했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기대 인플레의 상승이 실물자산인 부동산 수요를 증대시킨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둘째, 외부로부터 대량으로 유입된 핫머니가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한층 더 심화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 중국 정부는 기존의 관리변동환율제(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사실상의 고정환율제인 달러페깅제(dollar-pegging)로 전환했다. 중국이 달러페깅제로 선회한 당초의 목적은 미국, EU 등 주요 수출시장의 소비 부진에 따른 수출경기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오히려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의 유입만 늘렸다. 중국의 핫머니 흐름을 보면 금융위기 직전까지 대체로 유출이 우세했으나 달러페깅제 전환을 기점으로 유입으로 급선회했다. 2009년 들어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 규모는 20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핫머니의 유입 패턴은 중국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째, 경기부양책으로 선택된 부동산경기 진작책이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조장했다. 금융위기 직후 중국은 부동산 관련 세제를 대폭 완화했다. 2008년 12월부터 부동산 등록세율을 3%에서 1%로 인하하고 양도세와 취득세를 면제했다. 또한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가구 1주택’ 규제를 ‘1인 1주택’(2주택의 기준을 가구에서 가구 구성원으로 대체하면 규제가 완화된 것임)으로 완화 적용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기준 금리의 70%까지 할인 적용하고, 선불금 비율(담보인정비율과 동일)을 기존의 30%에서 20%로 인하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작년 한 해 동안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전년에 비해 3조위안 증가하여 2009년 전체 신규대출의 3분 1 까지 급증한 것은 이 점을 잘 말해준다.
중국 정부의 대응 조치 및 버블 조정의 영향
(대응 조치 및 버블의 향방) 중국 정부는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9년 4분기부터 다각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첫째, 중국은 유동성 흡수를 위해 공개시장조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2010년 3월까지 중국은 통안채 발행과 국채 Repo(환매조건부매매) 거래를 통해 총 6020억위안의 유동성을 흡수했다. 이는 전년 동기 중국인민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5000억위안 정도의 유동성을 확대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중국인민은행이 올해 ‘적당히 느슨한 통화정책’을 표방하고 있으나 공개시장조작의 방향은 긴축 기조를 예고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금융기관에 대한 창구지도를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해 대출 통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09년 말부터 부동산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주요 금융기관에 훙터우문건(紅頭文件 ·중앙권력기관의 지시문 제목과 인장이 붉은색으로 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을 하달함으로써 부동산 관련 대출을 억제할 것을 강제하고 나섰다. 올 들어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5월 현재까지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5회에 걸쳐 1.5%p 인상함에 따라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다만 지급준비율 인상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이유로 다소 지연되고는 있지만 2분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셋째, 중국은 부동산 투자 우대정책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4대 국유상업은행과 주식제상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은 4월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금리에 대한 할인율 적용을 취소했다. 주택 구매시 선불금 비율을 1주택의 경우 30%로, 2주택의 경우는 50%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또한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도 대부분 취소했으며, 특히 2010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재산세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어서 부동산 거래세의 부활은 물론 보유세가 새로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부동산 버블 해소 의지를 고려해 볼 때 중국 부동산 가격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버블의 향방) 중국 정부의 일련의 버블 억제책으로 인해 부동산 버블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중국 부동산 가격은 폭락과 같은 ‘버블 붕괴’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 이유는 중국은 인구 증가가 지속되고 있고 도시화가 진행 중이어서 수요기반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중국 인구는 매년 1000만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매년 1500만명의 농촌 인구가 도시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2009년 현재 도시화율(전체 인구 중에서 도시 인구 비중)은 50% 미만으로 1990년대 버블 붕괴 당시의 일본이나 이번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보다 도시화가 훨씬 덜 진행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 부동산시장은 조정을 받더라도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보다는 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조정의 영향) 중국 부동산 버블 조정이 중국과 외부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정부가 시장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어 대응여력이 충분하다. 2009년 기준 국유기업의 부동산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하며 국유은행의 대출 시장점유율은 90%를 상회한다.
부동산 설명회에 몰려든 중국인들. 중국 부동산시장의 버블 현상은 중국 정부의 유동성 확장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자본시장의 개방정도가 미흡하여 외부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다. 중국은 QFII(적격외국기관투자자), QDII(적격국내기관투자자)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와 국내자본의 해외 진출을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핫머니의 대량 유출과 같은 중국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부동산 버블이 조정될 경우 투자 위축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력이 일정 부분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투자의 기여율은 92.3%에 달하고 부동산 관련 투자의 기여율은 25%에 달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련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제성장 잠재력을 일정부분 잠식하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경기 하락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금융기관 건전성을 훼손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지방정부의 토지양도 수입이 재정의 70%를 상회함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하면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는 궁극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위기 직후 중국은 지방정부의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산하에 투자기관 설립을 허용한 바 있다. 중국 지방정부 산하 투자기관의 채무 불이행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재정이 이를 떠안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 또한 중앙재정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중국 부동산시장의 조정으로 인해 금융기관 건전성이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말 현재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금융기관의 대출 잔액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3%에 달해 부동산 가격 조정에 민감한 대출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부실채권 처리과정에 대한 개입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시사점
한중 간 경제적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 부동산 버블 조정에 따른 경제 여건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현지 진출 한국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의 중국 현지 영업기반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 금융시스템 부실에 따른 동반 부실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둘째, 중국 진출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유도해야 한다.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중국 진출 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중장기 자본조달계획을 미리 검토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중국 부동산 버블 조정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G2 국가인 중국에 대한 수출 확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 버블 조정시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일정부분 둔화될 것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에 중국 내수시장에 대해 지역별, 소득계층별로 차별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수출경기 침체 속에서도 국내 건설 장비, 건설 자재 등 건설 관련 부문과 가전 부문은 중국 부동산시장의 과열 덕택으로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따라서 중국 부동산시장 조정에 따른 대중(對中) 수출 감소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 내 영업력 확대와 신시장 개척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