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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恨) 많고 편협한 정치인들, 2선으로 물러섰으면…”

김형오 국회의장

  • 박성원│동아일보 논설위원 swpark@donga.com│

“한(恨) 많고 편협한 정치인들, 2선으로 물러섰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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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얻은 18대 국회. ‘폭력국회’ ‘망치국회’라는 유행어까지 낳은 18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며 여야 격돌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김형오 국회의장.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는 어떤 것일까.
  •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회를 만드는 일은 실현 불가능한 꿈인가. 5월29일로 2년의 의장 임기를 마치는 그를 일요일인 5월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만났다.
“한(恨) 많고 편협한 정치인들, 2선으로 물러섰으면…”
약속시간보다 10여 분 일찍 도착한 기자에게 차를 한잔 권하고 난 김 의장은 “화창한 봄 햇볕 좀 쬐자”면서 공관 뒤쪽 정원으로 앞장을 섰다.

“이건 내가 심은 할미꽃, 저건 여우꼬리, 이쪽은 치자나무고…. 벼랑에서 자라는 동강할미꽃은 다른 할미꽃과 달리 고개를 쳐들고 있는데, 왜 그런지 아세요? 벌과 나비가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전문가 수준에 가까운 김 의장의 야생화 얘기는 끝이 없었다. ‘저걸로 인터뷰를 때우려는 것은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들기도 했다. 옆에 있던 허용범 국회대변인에 따르면 공관 정원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목들을 제외한 야생초 종류는 모두 김 의장이 입주한 이후 심은 것이란다. 정원 가운데는 104종 5만100여 본의 위치와 옮겨 심은 날짜를 기록한 ‘의장공관 야생초 식재 현황도’까지 세워놓았다.

▼ 원래 야생화에 대해 많이 아셨어요?

“공관에 오기 전까지는 야생화의 ‘야(野)’ 자(字)도 몰랐어요. 2008년 입주한 지 얼마 안 되어 60주년 제헌절을 맞아 외국인 귀빈들을 초청했는데 황량한 정원밖에 보여줄 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야생초를 심었고, 재미가 붙다보니 어느덧 마니아가 됐다는 것.

▼ 제 기능을 못하고 마비돼버린 국회를 흔히 ‘식물국회’ 라고 하잖아요?

“(정색을 하며) 그건 식물모독이에요. 식물이 얼마나 정직하고 생존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30여 분간 정원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자신의 손때가 묻은 야생초들을 어루만지는 그의 등 뒤에서 공관을 떠나는 서운한 마음이 읽히는 듯했다.

▼ 의장 임기를 마치고 ‘보통 의원’으로 돌아가는 소회가 있을 법한데요.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차기 의장부터는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보다 성숙하고 조화로운 국회를 만들 수 있도록, 떠나는 순간까지 그런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싶어요.”

권한은 엘리자베스, 책임은 박정희만큼

▼ 흔히 하는 말이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일을 들라면….

“원칙을 세우려 노력했어요. 그 때문에 손해도, 오해도 많았지만. 2009년도 예산안은 2008년 12월10일까지 처리하자는 여야 합의를 지키도록 했고, 올해 예산안도 해를 넘기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끊임없이 협상·대화·타협을 하는 곳이 국회라는 것을 강조했어요. 처음엔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지만, 나중에는 여야 간에 대화로 하자는 분위기가 일게 됐어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서도 차기 원내대표가 대화 협상을 강조하는 것도 전반기 지도부가 강경일색이었다는 반성인 거죠.”

▼ 2008년 7월10일 취임 인사말에서 “국민을 하늘같이 두려워하되 국회의 권위와 권능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하셨죠. 실제 그렇게 됐나요?

“개인적으로는 초지일관 그런 자세를 가졌고, 국회의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그런 신념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18대 국회는 불행히도 타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어요. 국회의장은 대화와 타협을 부르짖었지만, 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직권상정말고는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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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동아일보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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