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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⑮

‘나비형 인간’ 고영의 기부인생

“내 것만을 위해 사는 게 올바른지 평생 질문해야”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나비형 인간’ 고영의 기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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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 때문에 인생을 사나’

‘나비형 인간’ 고영의 기부인생

2009년 6월17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SCG 인턴들과 기념촬영한 고영 대표(왼쪽 첫 번째).

그가 부디 종교인의 상투적인 어법을 쓰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가 말한 ‘본질적인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일화로 답변을 대신했다.

어느 날 밤 11시에 아는 후배한테 연락이 왔다. 후배의 아버지가 백혈병 말기인데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독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생활보호대상자일 정도로 집안이 어려워 치료비가 없었다. 친척들도 안 도와준다고 했다. 후배의 얘기를 듣고 그는 자신에게 질문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내 통장의 잔고는 누굴 위한 건가. 지금 후배 아버님을 돕지 않으면 돌아가실 텐데 그 집안에 남겨질 상처는 어떻게 할 건가. 나는 통장 잔고 때문에 인생을 사는가.

그는 “소유의 문제, 소유를 축적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하다 다음날 후배한테 1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묵상하는 습관이 없었다면 당장 쥐고 있는 것에 대한 아까움 때문에 그렇게 못했을 겁니다. 큰 자비가 아니라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태도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14평 방에 9명이 우글거려

그의 선행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작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후배 친척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5000만원이 모였고 후배의 아버지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치료를 받을 때 후배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나중에 꼭 돈을 갚겠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형편이 나아지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분들을 도우면 좋겠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후배의 아버지는 석 달 뒤에 세상을 떠났다.

“남을 도우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몰랐던 세계를 알게 돼요. 거기에 오묘한 진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마음으로 다가오는 울림이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럴 때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가 중요하죠.”

그가 또 하나의 일화를 들려줬다. 교회 후배 얘기라며 “정말 억울한 경우”라고 했다. 서울대 대학원에 다니던 그의 후배는 국제구호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 거기서 병에 걸린 사람들을 돕다가 자기가 병에 걸렸다. 급성신부전증에 합병증까지 생겼다. 귀국해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는데, 일주일에 100만원씩 되는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교회 광고시간에 목사님이 그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기도도 좋지만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를 위해 기도하는 동안 마음속에 울림이 있더라고요. 목사님한테 계좌번호를 받아 치료비를 입금했습니다. 당시 제 통장에 600만원인가 잔고가 있었는데 500만원밖에 못했습니다. 다 드렸어야 했는데. 그게 조금은 도움이 됐을 겁니다. 후배는 그 뒤 얼마 못 버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감사한 건 그 친구의 부모님이 제게 감사의 표시로 기도를 해주시고 결혼할 때도 찾아와 축복해주신 겁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반응함으로써 귀한 인연을 맺고 그것이 더 큰 관계 속에서 발전하는 것, 그런 게 하나의 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컨설턴트가 된 지 2~3년 됐을 때의 일이란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결혼했다. 결혼 얘기가 나오자 꺽꺽거리며 즐거워했다. 결혼한 다음에도 예전처럼 기부를 할까.

“예전처럼 (연봉의) 80%까지는 못하고 있어요. 정해놓고 한 건 아니었지만. 현재 여러 조그만 단체를 돕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아내도 결혼 전 컴패션(Compassion)이라는 단체를 통해 해외에 있는 두세 명의 어린이에게 도움을 줬더라고요. 아내는 기부활동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기부에 대한 기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컴패션은 탤런트 차인표·신애라씨 부부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어린이 구호단체다. 그는 자신의 기부행위에 대해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주변사람들에게 은혜를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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