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24일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크레인 ‘대우3600호’가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함수를 인양해 바지선 위에 올려놓고 있다.
지난 3월26일 늦은 밤 함영태 대우조선해양 상임고문은 경기 용인시 수지의 자택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KBS에서 긴급 뉴스가 흘러나왔다.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서해상에서 침몰 중입니다.”
함 고문은 ‘나라에 큰 재난이 닥쳤구나, 이 사건은 분명 조선회사인 우리 회사와도 연관이 될 것이다’라는 점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고민하다 남상태 사장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조선업체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노련한 남 사장이 상황을 잘 파악할 것으로 봤다. 함 고문은 남 사장에게 ‘현장지원 검토’를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남 사장은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함 고문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직능담당특보를 역임했고 이 후보가 당선된 뒤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외교안보국방 실무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경력으로 민간회사의 임원임에도 그는 군사안보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향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준비태세를 경영진과 공유하게 됐다고 한다.
예상대로 해군은 대우조선해양에 도움을 요청해왔다. 해군 준장인 군수참모부장이 함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와 침몰한 천안함을 인양해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타진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체 보유 중인 해상크레인을 사고해역에 투입해 두 동강 난 천안함의 함수 부분 인양작업을 주도적으로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두 사람은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라고 한다.
정부에 등록된 장비 중 최신식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대우조선해양이 자체개발한 3600t 해상크레인인 ‘대우3600호’는 이러한 작업이 가능한 국내 소수의 민간 장비 중에서도 최신식 장비로 지식경제부에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에 등록된 민간업체 인양장비들의 제원과 특성을 검토해본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크레인이 성공확률이 가장 높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우3600호를 빼내 군 작전에 투입하면 선박 납기지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 피해액은 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700억원가량의 손해가 날 것으로 예상”(연합뉴스 4월30일자 보도)
“약 700억원에 이르는 매출손실을 감수하고”(뉴시스 5월3일자 보도)
“해상크레인이 생산 작업에서 빠질 경우 동급의 하루 임대료만 1억원이 넘고 한 달가량 빠질 경우 약 700억원에 달하는 생산차질이 예상됐다”(아시아경제 4월29일자 보도)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수백억원의 손실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인 문제 이외 또 다른 고민도 있었다. 천안함 침몰 해역은 기상상태가 좋지 않고 파도가 거친 날이 잦은 곳. 해군을 도우러 갔던 민간선박인 금양호도 침몰해 선원 전원이 사망했다. 천안함 함수 인양에 수십 일이 걸리고 작업도 늘 해오던 선박 건조에 비하면 어렵고 위험한 편이다. 인명 사고 가능성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