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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에 담긴 은밀한 진실

‘북한의 괴벨스’ 김기남 <노동당 비서>, 이미지 조작술로 3대를 받들다

  • 변영욱│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은 사진에 담긴 은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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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에 담긴 은밀한 진실

노동신문 2009년 11월30일자. 김정일-김정은 세습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이미지 폭증이다. 하루치 신문에 1~2장에 불과하던 ‘1호 사진’의 수가 40장이 넘기도 한다.

북한은 9월30일 오후 김정은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부에 공개하면서 이채로운 사진 1장을 끼워 넣었다. 같은 날 아침 북한 전역에 배달된 노동신문 1면을 촬영한 사진이 그것이다. 선전당국이 노동신문 지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외부에 전송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동신문 1면을 저녁뉴스 시간에 방송화면으로 주민에게 보여주는 게 관례화했지만 이번처럼 지면을 사진으로 찍어 외부에 배포한 예를 찾아보긴 어렵다. 방송화면을 통해 보는 신문 지면보다 사진 형태로 보는 신문 지면이 훨씬 또렷하다. 사진의 형태로 노동신문 1면을 공개한 까닭은 김정은 얼굴을 주민에게 공개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이 후계자라는 게 북한 내부에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는 사실도 강조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사진 속 신문 지면이 구겨져 있고, 촬영 구도가 전문가가 촬영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엉성하다. 이를 미루어 북한 당국이 이 사진의 촬영과 배포를 급하게 결정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후계자 얼굴을 공개한 뒤로 사진 정치가 속력을 내고 있다. 10월10일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북한은 외국 언론 취재진 80명을 초청했다. 미국 CNN, 영국 BBC를 비롯한 다수 방송사가 김일성광장에서 수행한 열병식을 생중계했다. 세계 최대 뉴스 통신사 AP,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 스페인 공영방송 TVE도 현장을 취재했다. 북한은 10월7일경부터 세계 유력 언론사에 “노동당 창건 행사를 취재하고 싶지 않으냐”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국 언론은 배제했다. 취재진은 핵심 취재 대상인 김정은 얼굴을 연단 아래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촬영해야 했지만, 취재 및 전송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광장 주변에 인터넷 회선이 깔린 프레스센터를 설치했다.

북한 언론은 김정일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지 않는다. 김정은 사진도 이런 관행을 따를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 기자는 한국 기자가 대통령을 찍을 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김정일을 촬영하지만 얼굴을 당겨 찍지 않는다. 북한 매체에 실린 전신사진의 얼굴 부분을 확대하면 화면이 깨져 안면의 세세한 변화를 읽기 어렵다. 사진을 통해 김정일 건강을 점검하려는 관찰자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김정일 얼굴 사진이 다른 나라 지도자의 그것과 비교해 깔끔하게 보이지는 않는 것은 클로즈업하지 않은 사진에서 얼굴만 편집·사용해 해상도가 낮아서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에 실린 말끔한 얼굴의 김정은 사진은 누가 촬영한 걸까.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대회 전날인 10월9일 열린 경축 중앙보도대회 때 중국대표로 북한을 방문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은과 만났다. 이때 신화통신 사진기자 1명에게 촬영을 허용했다. 이 사진기자가 세계의 관심을 끄는 젊은 후계자의 얼굴을 촬영해 공개한 것이 말끔한 김정은 얼굴 사진이다. 김정은의 피부 상태와 시계 종류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해상도가 높다. 외국 언론에 김정은 얼굴의 상세 노출을 허용한 것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의 존재를 베일 뒤에 숨길 수도,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대회를 북한 전역에 생중계했다는 사실도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48분간 기념대회를 생중계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방송은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녹화한 필름을 편집해 시차를 두고 주민에게 공개했다. 김정은이 처음으로 등장한 대중 행사를 주민에게 생중계했다는 사실은 후계자 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며, 지도부가 후계 문제와 관련해 나름의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사진에 담긴 은밀한 진실

1980년 10월19일자 노동신문 1면과 2010년 9월30일자 노동신문 1면이 복사한 듯 닮아 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이에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자리 잡았고, 김정일-김정은 부자 사이에는 리영호 총참모장이 앉아 있다. 중요한 사람이 사진 왼쪽에 서거나 앉는 사회주의 사진의 관행에서 볼 때 특이한 점이 있다. 김정은의 위치가 김일성의 자리와 오버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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