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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술 풍경(하)

“술과 문학은 한 몸이여”

한국 문단 5대 구라, 개 물어뜯은 천승세, 대선배 뺨 때린 최영미…

  • 이소리│시인·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총무 lsr21@naver.com

“술과 문학은 한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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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의 ‘5대 구라파’

“술과 문학은 한 몸이여”

개를 물어뜯은‘구라’로 유명한 소설가 천승세.

지금 숭의여대 문창과 교수를 맡고 있는 전기철 시인은 조태일 시인만큼이나 생맥주를 참 좋아했다. 그는 생맥주 집에서 500cc 생맥주를 연거푸 마시다가 술값을 모두 계산하고 술좌석이 파해도 계산대에 서서 잘 나오지 않았다.

“아가씨! 500cc 맥주잔 이거 얼마에 팔아요?”

“아니, 왜 그러세요?”

“이 맥주잔에 생맥주를 가득 채워 집에 가면서 마시려고요.”



“….”

전 시인은 술을 마실 때마다 그렇게 생맥주를 가득 채운 500cc 잔을 사서 거리를 걸으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홀짝홀짝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기를 꽤 즐겼다. 그는 길거리에서나, 지하철 안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웃거나 ‘저 사람 정신이 약간 나간 거 아냐?’라는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생맥주를 즐겁게 마시며 마구 떠들었다. 그는 지금도 술을 마시다 취하면 나이가 많이 들었든 직책이 높든 낮든 남자건 여자건 가리지 않고 쌍욕을 마구 내뱉기로 아주 유명하다.

한국 문단에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따르는 독자가 웃음꽃을 활짝 피우게 하는 일명 ‘구라파’ 문인이 수두룩하다. ‘한국 문단 5대 구라’라고 하면 시인이자 통일문제연구소장 백기완, 시인 김지하, 소설가 천승세, 송기숙, 황석영을 꼽을 수 있다.

시인 백기완이 ‘손바닥만한 눈이 펑펑 쏟아지는 만주벌판…’으로 시작되는 구라, 시인 김지하가 풀어내는 졸도(?)할 정도로 웃기는 구라, 개를 물어뜯은 소설가 천승세의 구라, 서울역에서 아가씨를 슬슬 꼬드겨 여관으로 직행했다는 소설가 송기숙 구라, 술만 마셨다 하면 ‘18번’으로 통하는 소설가 황석영이 풀어내는 닭과 염소에 얽힌 구라 등이 ‘문단판 구라’를 이끄는 대표주자라 하겠다.

개를 물어뜯은 천승세 시인

백기완, 김지하, 송기숙, 황석영 구라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어 우선 접어두고, 여기서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잘 모르는 소설가 천승세 구라를 풀기로 한다.

소설가 천승세 구라는 크게 3가지다. 빨치산 이야기와 주먹자랑 이야기, 자기를 보고 자꾸 짖는 개를 물어뜯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빨치산 이야기는 “어린 승세 소년이 조국해방이란 부푼 꿈을 품고 지리산에 들어가 총을 들고 토벌군과 싸우다가 우연하게 어린 여자 빨치산을 만났다. 그 여자 빨치산이 지금 있는 내 마누라다”는 내용으로 거짓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재미난 ‘구라’는 개의 목을 물어뜯은 이야기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구라’가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루는 하동 천승세가 서울에서 여러 작가와 함께 소설가 이문구를 만나러 갔다. 하동과 작가들은 그날 이문구의 집에서 해가 저물도록 술을 거나하게 마신 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때 저만치 골목에서 송아지만한 셰퍼드 한 마리가 졸졸 따라오면서 자꾸 짖어댔다.

그 개를 볼썽사납게 여긴 작가들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자 금세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하동도 그 개에게 다가갔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그 개가 하동을 보더니 물어뜯을 듯이 마구 짖었다.

“아! 하필이면 그놈이 나만 보고 짖지 않겠나. 아마 그놈이 내 험상궂은 인상을 보고 나를 다른 종류의 개인 줄 알았나봐. 그래서 같은 개끼리 붙어보자 싶어서 내가 먼저 달려들어 그 개의 목을 마구 물어뜯어버렸지. 그랬더니 글쎄, 그놈이 깨갱 깨갱….”

요즈음도 문단에서 술판이 벌어지면 가끔 하동이 개 목을 물어뜯은 이야기가 은근슬쩍 떠돈다. 나는 그때마다 그 이야기가 혹 천승세 소설가가 쓴 ‘황구의 비명’이란 소설의 뿌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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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리│시인·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총무 ls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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