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호

한예슬은 차에서 내렸어야 했다

  • 입력2011-05-20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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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탤런트 한예슬씨가 경미한 교통사고를 낸 후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아 뺑소니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권상우, 김지수와 같은 연예인은 물론 매년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뺑소니로 처벌되고 있다.

    이 중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대처를 그르쳐 뺑소니라는 멍에를 지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비록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뺑소니는 그 처벌이 매우 무겁다. 그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어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뺑소니 처벌 매우 무거워

    뺑소니란 ‘급히 달아난다’는 의미인데 법률에서는 ‘도주운전죄’라고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3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다. 도주운전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첫째, 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의 교통으로 인한 사고가 나야 한다. 둘째, 운전자가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를 입게 해야 한다. 셋째, 사고 후 운전자가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해야 한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뺑소니는 운전자의 과실이 있고 그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야 성립된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쌍방과실이다. 그러나 운전자의 과실 없이 발생하는 사고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차량이 정지선에 멈추어 있는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아 뒤 차량의 운전자가 그 충돌로 인해 부상을 당했다고 치자. 이때 앞 차량의 운전자는 교통사고에 대한 과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설사 뒤 차량의 운전자를 방치하고 그 자리를 떴다고 하더라도 뺑소니가 되지는 않는다. 또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야간에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사망케 한 경우 사망자에게 전적인 과실이 있다고 한 판례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차량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난 상황에서 자기 과실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현장을 떠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에게 그 사고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운전자가 섣불리 자기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뺑소니로 몰려 평생의 오점이 될 수 있다. 뺑소니 혐의를 벗는다고 하더라도 그 혐의를 벗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도로교통법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사고와 관련이 있는 운전자로 하여금 과실이 있든 없든 부상자 구호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구호조치 의무 불이행에 대해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뺑소니는 피하더라도 구호조치 불이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내 차를 들이받아 찌그러뜨려놓고 도망갔다고 하자. 이 경우 뺑소니로 신고할 수는 없다. 뺑소니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에만 성립되기 때문이다. 물건인 자동차만 부서지면 재물손괴죄만 적용된다.

    법률적으로 ‘상해’는 외상이 생겼거나 외상이 없더라도 생리적 기능에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 긁히거나 작은 멍이 드는 등 경미한 것은 상해에서 제외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무조건 이름과 연락처 남겨야

    이러한 상해의 개념은 뺑소니에도 적용된다. 아주 경미한 상처를 입어 운전자가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쉽게 알 수 없는데도 그대로 갔다고 해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전치 2주의 급성경추염좌상을 입고 운전자가 현장을 그냥 이탈한 사건에 대해 도주운전죄가 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운전자가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일단은 구호조치를 취해놓고 보는 것이 절대 안전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차와 충돌했다면 무조건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운전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전달한 뒤 현장을 이탈해야 한다.

    만약 피해자가 운전자에게 ‘괜찮다’며 ‘그냥 가라’고 한 뒤 나중에 경찰에 뺑소니로 신고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사안에 따라 뺑소니로 처벌될 수 있다’가 정답이다.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사고 후 자신의 신체 상태를 살펴본 다음 괜찮다고 하는 경우에는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갔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피해자가 어린이인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어린이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그냥 간 뒤 아이에게 상해가 발생한다면 운전자는 꼼짝없이 뺑소니범이 될 수 있다. 어린이는 경험이 부족하고 판단력이 미숙하다는 점 때문에 어린이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도주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어린이일 땐 반드시 그 보호자를 찾아 보호자에게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사고 당시에는 분명히 괜찮다고 했다가 나중에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뗄 수 있다. 이때 증거나 증인이 없다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일단 사고가 나면 무조건 연락처를 전달하는 게 최선의 대비책이다.

    구호조치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급한 볼일 등의 사정상 운전자가 직접 구호조치를 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땐 다른 사람에게 구호조치를 맡겨두고 자리를 떠도 무방하다. 운전자는 자신을 대신해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줄 사람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 자리를 뜨는 것은 괜찮지만 그전에 움직이면 도주한 것으로 간주된다.

    한예슬처럼 대처해선 안 돼

    이번 한예슬씨 사건에서는 한씨가 차창을 내려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는지에 대한 양쪽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CCTV 동영상으로는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은 한씨가 차에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 점은 동영상으로 쉽게 확인된다. 만일 한씨가 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공손하게 사과만 했더라도 일이 이와 같이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씨는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피해자에게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예슬은 차에서 내렸어야 했다
    여성운전자는 교통사고를 낸 경우 사고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 자기 신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차에서 잘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차가 사람과 접촉하는 사고가 나는 경우 운전자는 자신의 성별을 불문하고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피해자와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피해자인 남성은 차에 부딪힌 것도 억울한데 가해자인 여성으로부터 잠재적인 협박범으로까지 인식되는 일을 당하는 것이므로 감정이 더 악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 운전자는 즉시 하차해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되 신변위협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바로 112와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방법이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 휴대전화를 녹음모드로 해둔 상태에서 피해자와의 대화에 임하는 것이 좋다. 이는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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