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영남대는 20년간 이어진 관선이사 체제와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으로 1990년대부터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 적어도 2009년 2월 이효수(60) 총장이 영남대 13대 총장으로 취임하기 이전까지는.
이 총장 취임 이후 영남대가 이뤄낸 성과는 실로 놀랍다. 우선 지난 2년간 입학성적우수 신입생이 99.3%(439명) 증가하고 신입생 수능 평균점수는 20.3점 상승했다. 전국 1208개 고등학교에서 지원할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졌다. 취업역량도 크게 강화됐다. 2010년 졸업생 취업자 수는 2503명(건강보험가입자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취업률 또한 전년보다 11%가 높아졌다.
지난 2년 동안 영남대는 중국 칭화대(淸華大) 등 세계 수준의 명문대 46개교와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해 국제화 기반을 다졌다. 외부자금 유치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8년까지 10년간 영남대가 유치한 국비 총액이 1000억원가량인데 지난 2년 유치 액수는 무려 1500억원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영남대는 2010 대학평가 지방종합사립대학 1위에 오른 데 이어 교육혁신대상, 취업지원 부문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영남대 재학생과 교직원들은 오랜 세월 주인 없던 대학이 명문사학이라는 자존심을 되찾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게 된 비결을 이 총장의 리더십에서 찾는다.
한 교직원은 “지난해 학교법인인 영남재단이 정이사체제로 바뀌면서 대학이 안정화 궤도에 오른 데다 이 총장이 취임 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인재육성 패러다임이 학생들 사이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총장의 인기가 대단해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총장을 깎아내리면 표를 얻는 데 불리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장이 추진해온 인재육성 패러다임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이 총장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의 교육철학과 리더십이 학교 내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을까. 5월3일 오전 이 총장을 만나러 가는 내내 이런 궁금증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영남대는 동대구역에서 차로 40~50분 거리인 경북 경산시 대동에 있다. 단일 캠퍼스로는 국내 최대 규모(330만㎡)를 자랑하는 이 학교에 들어서자 자전거를 타고 강의실을 옮겨 다니는 학생이 여럿 눈에 띄었다. 3층 건물이 대부분인 캠퍼스 안에 유일하게 20층 높이로 삐죽 솟아 있는 도서관도 인상적이었다.
정문에서 2차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가니 끄트머리에 한 건물이 보였다. 총장 집무실은 그곳에 있었다. 이 총장은 나이보다 젊어 뵈는 깔끔한 외모에 서글서글한 인상, 정장이 잘 어울리는 보통 체격의 소유자였다. 영남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딴 그는 1979년부터 영남대 상경대 교수,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UC버클리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또 한국노동경제학회장, 한국노사관계학회장, 세계노사관계아시아대표 집행이사 등을 역임했다.
▼ 지난 2년간 학교가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취임 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신 겁니까.
“총장이나 CEO는 비전(Vision) 제시 능력이 뛰어나고, 비전 실현을 위한 혁신(Innovation) 역량이 있어야 하고, 이를 열정(Passion)을 갖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비전 공유를 위한 소통을 잘해야 해요.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어요. 희망을 담보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을 잘하면 구성원의 힘과 지혜를 결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