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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중앙공무원교육원 최초 민간인 출신 원장 윤은기

“공무원도 사람이다, 머리 아닌 마음에 닿아야 바뀐다”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중앙공무원교육원 최초 민간인 출신 원장 윤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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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가는 경영컨설턴트이자 방송인이 대학총장직을 그만두고 공직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9급부터 고위공무원단까지 공직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연수기관에, 61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임명된 민간인 출신 수장으로. 취임 1년을 맞이한 그가 ‘외계인’의 시선으로 본 공직사회와 공무원, 그리고 소통하는 법.
중앙공무원교육원 최초 민간인 출신 원장 윤은기
봄날, 경기도 과천 관악산 자락에 자리한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오후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예쁘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경내에서 짐짓 프로다운 솜씨로 카메라 포즈를 취하는 윤은기(60) 원장은 사진기자가 두 번 주문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이내 얼굴 가득 채워냈다. 20년 넘게 방송과 강연으로 단련된 그간의 경력이 고스란히 배어나오는 품새다.

“벤치 주변에 색깔 예쁜 파라솔 몇 개만 갖다놔도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져요. 요즘 젊은이들 좋아하는 게 점심 얼른 먹은 뒤 커피 한잔 뽑아 들고 볕 좋은 데 나와 수다 떠는 거잖아요. 뭘 좀 바꾸자고 하면 늘 예산이며 인력 타령이 앞서는 게 공직사회라지만, 돈 안 들이고도 달라질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아요.”

2007년부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으로 일했던 그가 차관급 정무직인 교육원장에 취임한 것이 지난해 5월13일. “관례대로 행정안전부 고위직 가운데 임명될 줄 알고 연쇄승진을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도 했던 모양”이라는 그는 “민간인을 사관학교장에 임명한 셈이니 공무원들 자존심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의를 받고 고위공무원을 지낸 선후배들에게 물어보니 반응이 정확히 둘로 갈리더군요. 한번에 과감히 다 바꾸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차피 안 되니까 내버려두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죠. 공무원들이 눈치가 9단이고 버티기는 10단인데 어설프게 덤벼봐야 절대 안 바뀐다는 얘기였어요. 같은 공무원이 부처만 옮겨도 전학생 취급을 받는데, 저는 아예 외계인인 거죠. (웃음)”

그렇게 1년이 지났고, 교육원은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 펴낸 책 한 권에 담긴 개혁과제가 모두 5개 분야 70여 개. ‘생각의 틀을 바꿔라!’라는 제목부터 책장마다 넘쳐나는 ‘변화’와 ‘혁신’ 같은 단어들, 집무실에 걸려 있는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공정하게’라는 슬로건만으로도 한눈에 분위기가 읽힌다.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은 윤 원장이 1초가 아깝다는 듯 바로 본론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과연 왕년의 ‘시(時)테크 전도사’답다.



찾으면 방법은 많다

“임명권자가 뜯어고치라고 보내놨는데, 안 고치면 제가 잘릴 판이에요. (웃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인재개발원에 직원들을 모두 모아 교육을 하면서 변화를 강조하곤 했거든요. 공무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일이 진척되지 않고, 그러자면 교육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공무원이 느리다.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다. 공무원이 반 박자 빨라지면 기업이 살고 국민이 편안해진다’고 얘기하시더군요. 정리하면 ‘다 바꿔라, 그것도 빠르게 바꿔라’가 되는 겁니다.”

▼ 와서 보니 정말 그렇던가요? 민간조직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느끼셨나요?

“김정운 명지대 교수가 책에서 ‘중앙공무원교육원은 강사들의 무덤’이라고 쓴 적이 있어요. 강의하기 제일 힘든 상대가 공무원이라는 거죠. 박수도 질문도 없고 아무리 웃긴 얘길 해도 어금니 깨물면서 참아가며 ‘얼마나 잘하나 보자’ 그러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인간미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무슨 창의력이 나오겠느냐는 얘기였어요. 처음 교육원에 와서 한 얘기가 그거였어요. 근데 사실 이건 공무원들 잘못이 아니잖아요? 요즘 민간 분야에서는 교육도 축제처럼 즐길 수 있게 합니다. 환경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 겁니다. 한국 사람들이 열 받으면 나오는 말이 ‘나도 인간이다’예요. 감성적인 민족이라는 거죠. 그래서 제가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 하고 다닌 말이 ‘공무원도 인간입니다’였어요.

그 다음 6개월 동안 자주 한 말은 ‘공무원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해집니다’였습니다.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무원이 행복해야 제대로 된 서비스가 나온다는 겁니다. 기업인 친구들에게 이런 얘길 하면 ‘니들끼리 행복해라, 우린 힘들어죽겠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내가 얘기했죠. 뒤집으면 ‘공무원이 성질나면 국민만 괴롭다’ 아닙니까. 그랬더니 그건 다들 맞다는 거예요. (웃음) 공무원들에게 헌신과 봉사정신을 요구하려면 존중과 인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렇게 1년이 지났어요.”

▼ 그렇지만 말이 쉽지 즐거운 교육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은데요.

“찾아보면 방법은 많아요. 부임하고 보니 당장 이틀 뒤부터 국가전략세미나라는 프로그램을 열도록 계획이 잡혀 있더군요. 정부 국실장 1200여 명에 공공기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의제 교육인데 강사가 현직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들이에요. 일정이 안 나오니까 토요일로 스케줄을 짜놓았는데, 일단 교육원 직원들부터 걱정이 태산인 거예요. 휴일에 교육받으러 오라는데 누가 좋다고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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