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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중앙공무원교육원 최초 민간인 출신 원장 윤은기

“공무원도 사람이다, 머리 아닌 마음에 닿아야 바뀐다”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중앙공무원교육원 최초 민간인 출신 원장 윤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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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 뜯어고쳤죠. 우선 기수당 5회로 잡혀 있던 걸 4회로 줄였어요. 어정쩡한 것보단 한 달로 딱 자르는 게 낫다는 거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런 작은 부분이 중요한 겁니다. 거기다 가장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는 얼리버드상, 진지하게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열공(‘열심히 공부하는’의 네티즌 줄임말) 포토제닉상을 주는 식으로 크고 작은 동기부여를 하는 거죠.

제일 신경 쓴 부분은 사진입니다. 포토존을 만들어서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끼리 혹은 강사하고 사진을 촬영하게 해주는 거죠. 그런 일이 없었으니 처음에는 멋쩍어하다가도 이내 장관 팔짱 끼고 열심히들 찍더라고요. 사진은 다음 휴식시간까지 바로 뽑아서 주고요. 집에 가서 청와대 수석들하고 찍은 사진 보여주니 가족들이 ‘엄청 중요한 일 하고 왔나 보다’하고 좋아하더라는 거죠. 그렇게 해서 설문을 돌려보니 만족도가 98%까지 나온 거예요. 교육원 직원들은 내내 주 6일 근무를 한 셈이지만, 아마 비슷한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열의가 높았을 겁니다.”

신임 사무관 왕자병 고치려면

윤 원장이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거시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는 국가가치 교육과 국정가치 교육의 분리다. 전자가 국가관이나 역사관, 공직윤리 등 항구적인 주제를 다룬다면 후자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과제를 공무원들에게 전파하는 교육이라는 설명이다. 이전까지 두 분야가 뒤죽박죽 섞여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나눴다는 것. “이를테면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해외 자원개발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 한류나 한식 세계화를 통한 문화영토 확장, 공정사회 등이 이번 정부의 국정가치 어젠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 신임 사무관들에게는 항구적인 주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지금 현장에서 활약하는 고위공무원들에게는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겠군요.



“앞으로 수십 년 공직생활 할 사람들에게는 현 정부 철학보다는 긴 시간 유효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죠. 사실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바로 신임 사무관 교육과정입니다. 군대로 치면 사관학교 교육 아닙니까. 행정고시 패스하고 나면 6개월간 교육을 받는데, 교양강좌류를 주로 듣고 현장 한 바퀴 돈 다음 해외연수 갔다 와서 필기시험 보면 흩어지는 거예요. 강사들은 ‘여러분 중에서 장관도 나올 텐데’ 하면서 열심히 바람을 잡고, 현장실습은 굴지의 대기업에 가서 대접받으며 브리핑 듣는 식이에요. 그러니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가는 왕자병 공주병만 키우는 거죠.

그래서 역시 싹 뜯어고쳤죠. 삼성 LG 대신 중소기업에 가서 일주일씩 합숙을 해요. 작업복 입고 거친 밥 먹으면서 근로자들 얘기, 외국인 노동자들 고충 들어보라는 거죠. 해외연수도 유럽이나 북미 대신 중남미나 아프리카, 동티모르 같은 곳에 가서 고귀한 고생 하고 오는 프로그램으로 바꿨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동반상생 얘기해봐야 쉽지 않은 건 책상 앞에서 만든 정책이기 때문이잖아요. 국민은 ‘당신들이 우리 고통을 알아?’하고 튕겨내기 마련이거든요. 현장에 뛰어들어 ‘두 손으로 봉사하는 법’을 익혀야 된다는 겁니다.”

청와대 지시면 공직자는 따른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세상은 이제 빠른 자와 느린 자로 나뉘고 속도가 승부를 결정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일찍이 토플러는 한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나라로 꼽았지만, 공무원들만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위험한 공직자는 반달곰형”이라는 비유도 재미있다. 여름까지는 왕성히 활동하지만 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면 동면 준비하느라 바쁘고 말기에는 겨울잠에 빠져 옴짝달싹 안 하는 고위공직자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화가 생긴 것은 공무원들 본인의 책임보다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이전 정부에서 ‘잘나가던’ 인물들을 배척하는 그간의 인사패턴 탓이 더 크다는 ‘변호’도 잊지 않는다.

“사실 공무원들의 역량이 복지부동 때문에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건 정부 성향과 무관하게 국가적인 낭비죠. 결국은 국민이 낸 세금을 받아 일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사람들을 변화시키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우선 강사만 해도 부르면 당장 오는 사람만 쉽게쉽게 초청하는 식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교육이 가능할 리 없잖아요. 방송할 때 경험만 봐도 섭외가 쉬워지면 프로그램의 질이 확 떨어져요. 그래서 제가 만든 말이 십삼고초려(十三顧草廬)입니다. 세 번으로는 부족하고 열세 번을 청해서라도 최고의 강사를 모시고, 그래도 안 되면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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