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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가로수·아파트 조경수로 이식…“좋은 나무 가져와 죽이는 꼴”

명품 소나무 수난시대

  • 송화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도심 가로수·아파트 조경수로 이식…“좋은 나무 가져와 죽이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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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가로수 적합성

도심 가로수·아파트 조경수로 이식…“좋은 나무 가져와  죽이는 꼴”

서울 남산의 소나무가 대기오염 등 환경적인 이유로 곧게 자라지 못하고 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서울 강남구·중구, 전북 고창군, 충남 부여군 등 여러 지자체에서 조성 중인 소나무 가로수길에서도 나타난다. 경기도 의정부시가 지난해 그루당 400만~600만원에 달하는 금강송 64그루를 심어 조성한 가로수길 ‘행복로’의 경우 조성 직후부터 나무가 죽기 시작해 도심의 골칫거리가 됐다. 전체 가로수의 50% 이상을 소나무로 바꾼 서울 중구에서도 퇴계로·을지로·남대문로 등 도심 일대 소나무의 상당수가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오충현 교수는 “소나무는 토양과 햇빛 변화에 민감해 이식할 경우 고사율이 상당히 높다. 가로수로 심으면 좁은 거리 폭에 맞춰 나무 뿌리와 가지를 잘라내기 때문에 더 많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소나무는 매년 1단씩 가지가 자라기 때문에 가지만 봐도 수령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심 가로수 소나무를 보면 해가 지나도 단이 늘어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나무도 제대로 생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나무길을 조성하는 건 소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높은 수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림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단연 소나무(67.7%)로, 2위 은행나무(5.6%)와 큰 차이가 났다. 도시 한가운데에 소나무를 심으면 시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로널드 왓슨 교수는 ‘소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나쁜 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있으며, 뇌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국립산림과학원은 “소나무 가로수 식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최명섭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소나무는 병충해에 약하고 태풍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기후에서 쓰러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소나무 가로수에 대한 문의가 오면 심지 않는 게 좋다고 안내한다”고 했다.

관공서의 소나무 가로수길 조성에 참여한 한 조경업자는 “일단 심어놓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 흙이나 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나무가 제대로 자라게 하려면 부엽토와 마사토를 잘 섞은 토양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점토질의 논흙을 그냥 쓰더라. 논흙은 배수성과 통기성이 나빠서 소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흙이 질척해져 더 나빠진다. 그런 상황에서 태풍이라도 와보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전문가들은 도복(倒伏·작물이 비나 바람에 쓰러지는 일)이 일어날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나무 숲 160ha

도심 가로수·아파트 조경수로 이식…“좋은 나무 가져와  죽이는 꼴”

고급 아파트 조경수로 소나무가 인기를 끌면서 소나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도심에 가로수로 서 있는 소나무는 대부분 마대에 감겨 있다. 줄기 수분 증발 억제, 여름철 햇빛 침해 방지 등이 주된 목적이지만, 동시에 이식 후 기운이 약해진 소나무를 공격하는 소나무좀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심우경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소나무는 공해가 없고 물 빠짐이 좋으며 햇볕이 내리쬐는 산 능선에서는 잘 자라지만 공해가 심하고 그늘지고 병균이 많은 도심지에서는 건강하게 자랄 수 없는 나무”라며 “전국의 소나무가 조경수·가로수로 쓰이기 위해 대도시로 옮겨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1825년경 창덕궁과 창경궁 내부를 그린 세밀화 ‘동궐도’ 분석 결과 전체 수목의 약 20%가 소나무였다. 그러나 2002년 문화재청이 궁궐 내 식생을 조사한 결과 소나무 비율은 8.6%에 불과했고, 살아 있는 나무도 건강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의 소나무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소나무 숲 면적은 1985년 252만㏊에서 1995년 180만㏊로 10년 만에 28.6%가 줄었고, 2005년에는 다시 148만㏊로 20년 전에 비해 41%가 줄었다. 20년 사이에 남산 면적의 3068배에 달하는 104만㏊의 소나무 숲이 사라진 셈이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소나무 숲 면적은 160만㏊로 전체 산림의 25% 수준이다.

광릉숲의 소나무도 지난 100년 동안 8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광릉숲이 시험림으로 지정된 1913년엔 전체 면적 2200㏊ 가운데 소나무 면적이 50%인 1100㏊를 차지했으나, 1927년엔 823㏊(전체 면적의 39%)로, 1960년 641㏊(30%), 1990년 524㏊(25%)로 꾸준히 감소했다. 광릉숲의 소나무 면적은 2008년 현재 130㏊에 불과하다. 솔나방, 솔잎혹파리에 이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과 지구 온난화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오충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애국가 가사에도 담았을 만큼 ‘국가수’로 여기며 사랑하지만, 실제로는 소나무 숲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가로수 수종으로 적합하지도 않은 소나무를 도심에 옮겨 심고, 조경수로 쓰기 위해 다 자란 나무를 파오는 것만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1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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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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