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2일 해군2함대사령부가 서해상에서 재연한 피랍 삼호주얼리호 선원구출작전에서 무장한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대원들이 해적들이 인질을 잡고 있는 조타실로 침투하고있다.
한진 텐진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될 뻔했다는 기사를 인도양에서, 같은 선종의 조금 더 큰 컨테이너선에 승선하며 아덴만을 한발 앞서 지나온 후에 접했다. 그리고 여러 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됐다. 우선 해적이 한진 텐진호를 공격할 당시 어느 시점에서 선원들이 기관을 정지하고 ‘선원대피처’로 피난했는지를 알고 싶었으나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해적들이 승선하기 전에 선장이 대피를 명했는지, 아니면 해적들이 승선한 것을 확인한 후에 엔진을 멈추고 피난처로 대피했는지가 궁금했다.
지금까지의 사례만으로 보면, 해적들이 선속(선박의 항해 속도) 18노트 이상의 선박을 공격해 피랍에 성공한 적은 없다. 또 건현(수면에서 상갑판 위까지 이르는 뱃전의 높이)이 8m 이상인 선박은 해적 공격을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한진 텐진호와 같은 중·대형선의 경우 최대속력이 24노트 이상이고 건현이 10m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적들이 공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특별한 엔진고장이나 선체의 감항성(선박이 통상의 위험을 견디고 안전한 항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물적인 준비를 갖추는 것 또는 갖춘 상태)에 문제가 될 만한 큰 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해적들이 접근하고 위협사격을 가했다는 이유만으로 기관을 정지시키고 피신했다면,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루어 생각하면, 한진 텐진호의 경우 선속을 최대로 증가시키고 적당한 회피조선(보통 지그재그 조선)만 했어도 해적들의 승선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해적에게 쫓기는 한진 텐진호 선장의 입장에서만 보면, 공격을 받을 당시 해적의 승선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으니 판단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교의 측면(Wing Bridge)에 나가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자동소총으로 위협사격을 하기에 인명의 손상이 우려됐을 것이다), 선박의 뒷부분, 선폭 40m 선 미부 폭로갑판(비바람에 노출된 갑판)상의 공간으로 해적이 승선할 경우 적재된 컨테이너들로 인해서 해적의 승선을 확인할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선장은 가장 안전한 방법, 즉 해적이 승선했다는 가정하에 기관 정지와 피난처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고 미루어 짐작은 된다.
그럼 해적과 맞닥뜨리기 전에는 해적의 승선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정말 없을까. 사실 소속선사에서 관련 장비, 즉 CCTV나 동작 감지기 등만 선박에 설치해도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는 걸 이 업계의 관계자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인 이유로 많은 선박이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