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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안테나 | 북한의 ‘금강산 도박’

“금강산 팔아 달러 벌겠다”

전세계 상대로 구걸 나선 김정일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금강산 팔아 달러 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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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팔아 달러 벌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박경윤 금강산국제그룹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북한이 손을 내민 곳은 옛 파트너인 금강산국제그룹뿐이 아니다. 외자유치 기관인 대풍그룹을 통해 중국기업과 접촉했다. 또한 오라스콤이라는 이집트 회사에도 금강산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라스콤은 북한 휴대전화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또한 평양에서 유경호텔을 짓고 있는데, 105층 높이 건물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피라미드 형태를 한 이 호텔은 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다.

북한과 이집트는 오래된 동맹이다. 카이로 압딘 궁전에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그린 유화가 걸려 있다. 이집트 군사박물관엔 북한 작가들이 이집트-이스라엘 전쟁을 묘사한 그림이 걸려 있다. 무바라크가 시민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원자이던 그가 실각하면서 북한 이집트 관계가 소원해질 소지가 큰 것으로 내다본다. 소식통은 “오라스콤이 투자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안다. 주주가 존재하는 회사에서 돈이 되는 않는 곳에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현대그룹의 독점권을 취소하면서도 현대그룹과의 관계를 끝낼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리종혁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4월13일 친북 인사로 분류되는 J씨를 만나 현대그룹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현대아산과의 관계는 신의에 기초한 것이다. 장군님께서 정주영 회장, 정몽헌 회장, 현정은 회장을 얼마나 자주 만나주셨나. 우리는 현대아산과 맺은 관계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현대그룹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정한다.” 4월22일 민주조선 논평에서도 “우리는 앞으로도 현대와의 신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그간 보인 행태와 내놓은 주장을 살펴보면 북한의 의도는 ‘정권이 바뀌거나 대북 기조가 변경되면 현대그룹과 일을 계속하겠다’ ‘그럼에도 독점권을 취소하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 돈을 벌겠다’ ‘남측 관광객은 상황이 바뀌어 관광이 재개되면 현대가 계속 맡는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의 태도는 한마디로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이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나 금강산이 의미가 있지, 외국인들이 금강산이 어느 곳에 붙어있는지 알기나 하겠는가. 물건의 가치도 모르면서 비싸게 팔겠다고 나선 꼴이다. 수요가 없는 상품이 팔리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강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400명(한국계 외국인 제외)에 그치는 것으로 현대그룹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싱가포르·중국인 등이 북한을 찾았다. 북한은 유럽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인들도 금강산을 찾기는 한다. 북한 관광은 유럽에서 오지(奧地) 관광으로 취급받는다. 북한을 신기하게 여기는 모험심 많은 이들이나 찾는 곳이다. 금강산은 인도네시아 발리처럼 서구인의 입맛에 맞는 관광지가 아니다. 따라서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는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7월1일부터 중국인의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는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도 금강산은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니다.



“원산공항도 열기로 했다”

박경윤 회장은 4월15일 김일성 생일 때 북한을 다시 찾았다. 북한 통일전선부 관료가 평양의 박 회장 집을 찾아왔다. 박 회장은 평양에 요리사가 딸린 집을 갖고 있다. 김일성이 선물한 것이다. 북한 관료가 박 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산공항 문을 열기로 했다. 결심이 섰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군사적 요충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는 해’로 선포했다. 강성대국은커녕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추락한 게 북한의 현실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자존심 세기로는 소문났던 북한이 전(全)방위로 구걸에 나선 것을 보면 내부 사정이 난처하고 딱한 것 같다.

신동아 201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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