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기간 문화적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늘 아쉽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대한지적공사와 업무제휴협약(MOU)을 맺고 ‘찾아가는 발레 투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발레단은 재원을, 대한지적공사에서는 극장 대관, 홍보물 제작, 단원들의 식사를 담당했다.
일주일 동안 전국 9개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다닌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파격적인 일이었다. 발레단은 2개 팀으로 나뉘어 당일치기 공연을 원칙으로 전국 투어에 나섰다.
스케줄은 빡빡했지만 지역민의 환대와 응원 덕분에 프로젝트를 끝낸 뒤에도 더 멋지고 알찬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기업이 함께해서 더욱 든든하고 알찬 여정이었다.
이런 찾아가는 발레 공연 때마다 관객은 서울의 유료 관객보다 더 열렬한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화답한다. 공연마다 좌석이 부족해 통로까지 객석으로 바뀐다. 더욱 놀라운 점은 공연이 시작되면 모든 관객이 무대에 집중해 휴대전화 울림은 물론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연이 끝나도 객석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우리는 공연 직후 주역 무용수들의 사인회를 진행하는데 그 줄이 끝이 없고, 관객은 1~2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서 사인을 받아간다.
어릴 적 경험담이다. 교토 시내가 아닌 마이즈루(舞鶴·무학)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자란 나는 도쿄에서 온 발레단의 ‘지젤’ 공연을 보고 감동받아서 발레를 하고자 하는 열망을 키웠고, 그 공연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원동력이 되었다.
서울에 사는 학생들은 예술문화를 접할 기회도 많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도 많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은 환경이 열악하다. 재능 있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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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을 10년째 맡고 있는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절히 원하는 일은 모든 학생과 장애우, 문화 소외계층이 발레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책적 기반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간 90회 넘게 지방 공연을 다니며 큰 감동을 전하려고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단원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따뜻한 발레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단원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