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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4·11 총선

선관위 선거사무 허점투성이…“부정선거 논란 자초”

개표소의 불편한 진실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선관위 선거사무 허점투성이…“부정선거 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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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자개표기 100% 정확”…선관위의 ‘이상한’ 맹신
  • ● 심사·집계부는 눈대중 심사, 위원은 힐끗 날인
  • ● 빈 개표함에 있던 투표지 1장 뒤늦게 참관인이 발견
  • ● 선관위 직원이 “대충 봐라” 절차 무시
  • ● 봉인·봉함 안 된 개표함 수두룩…‘법 따로 현실 따로’
  • ● 중앙선관위 “단순 실수, 부족한 인력 탓… 안일함 반성”
선관위 선거사무 허점투성이…“부정선거 논란 자초”

서울 청운동 경기상고에 마련된 종로구 개표소(위). 서울 대치동 학여울무역전시장에 마련된 강남을 개표소에서는 투표함 봉인·봉함 문제로 정동영 후보 측 지지자들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은 선거를 통해 구체화된다. 헌법 24조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한 것도, 헌법 114조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두도록 한다’는 것도, 국민 개개인이 투표를 통해 표출한 주권 행사를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으로 선관위를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으로 만든 것도 선거 부정을 방지해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이었다.

선관위는 이를 위해 단 한 표라도 국민의 주권행사가 굴절되지 않도록 적법, 공정, 정확한 개표 사무관리를 해야 한다. 규칙과 절차를 정하고, 선거 관계자들이 이를 지키는 것은 그 시작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기자도 그동안 그렇게 믿었다. 적어도 4·11 국회의원 총선거 전까지는.

‘신동아’는 4·11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와 강남을구 개표 참관인으로 개표 전 과정을 현장에서 들여다봤다. 지난 선거 개표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해 국민의 주권행사가 굴절되지 않는지도 따져봤다. 그러나 ‘상식의 눈’으로 들여다본 개표과정은 헌법과 공직선거법 제정 취지와는 사뭇 달랐다. 투표함 바꿔치기 같은 과거의 부정선거는 아니지만, 개표의 절차를 규정한 개표관리매뉴얼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4월 11일 오후 서울 경기상고 체육관에 마련된 종로구 개표소에서는 한 개표참관인과 종로구선관위 직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투표지분류기는 100% 정확하다니까”



한 참관인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개표 전날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를 제어하는 컴퓨터 봉인을 요청했다는 말이 발단이 됐다. 종로에 출마한 두 후보(정통민주당 정흥진, 자유선진당 김성은)가 투표일 직전 사퇴한 만큼 표가 섞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투표지분류기는 100% 정확합니다. 수천 번 넘게 테스트했어요.”(박철성 관리계장)

“기계가 100% 정확할 수 있나요? 사퇴한 사람의 표를 특정 후보 표로 취합하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도 있잖아요. 어디까지나 완벽을 위한 요청인 거죠.”(참관인)

“아 그럼, 우리는 기분 나쁘죠. (개표과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는 100% 정확합니다. 2002년부터 써왔는데요, 그러시면 안 되죠.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 원칙대로 안 하면 가만있겠어요?”(최병호 사무국장)

투·개표 절차는 100% 원칙대로 한다는 선관위 직원의 말은, 그러나 2시간이 채 안 돼 허언이 됐다. 투표 마감시간이 지나고 투표함이 속속 도착하자 참관인들은 투표함의 봉쇄(封鎖) 봉인(封印) 봉함(封緘) 유무를 확인했다. 그러나 철제 투표함인 재외국민투표함과 부재자투표함은 투입구가 봉인, 봉함돼 있지 않았고, 부암동 제3투표소 투표함 등 골판지 투표함 3분의 1 가량은 투표함 겉 뚜껑 봉함이 돼 있지 않았다. 자물쇠는 채웠는데, 투표함 모서리에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것이다.

선관위 규정에 따르면 투표함은 이중 봉인을 해야 한다. 투표가 끝나면 투표함 입구를 봉인하고, 여기에 다시 덮개를 씌워 자물쇠로 채워야 한다. 이때 조립식 투표함의 틈이 벌어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서리 등에 종이테이프를 붙이고 날인을 한다. 과거에는 철로 제작된 투표함을 사용했으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2006년부터 골판지로 조립해 만든 조립식 투표함을 사용했다.

종로구선관위 직원은 “투표지 투입구와 겉 뚜껑은 봉함해야 하지만, 이미 투표관리관이 투표참관인으로 하여금 투표함 이상 유무를 확인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논란이 일자 선관위 측이 봉함 과정에 참여했다는 참관인을 데려왔지만, 그 역시 “투입구가 봉인됐는지 몰랐고, 이미 덮개로 씌워 봉쇄를 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투입구가 봉인돼 있지 않은 걸 대수롭지 않다고 보고, 오히려 이를 지적하는 참관인들의 ‘극성’을 나무라는 듯한 모습에 기자는 적잖이 의아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봉인·봉함 안 된 투표함

개표가 시작되자 개표장은 부산스러워졌다. 개표사무원들은 개함부 6곳, 투표지분류기운영부 6곳, 심사·집계부 6곳 등 18곳의 개표 테이블에서 바쁘게 손을 놀렸다.

‘4·11 총선 개표관리매뉴얼’(이하 개표매뉴얼)에 따르면, 개표는 투표함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개함부에서 투표함을 열어 투표용지를 정리하고 △투표지분류기운영부는 투표용지를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해 분류한 뒤 개표상황표를 출력하고 △심사·집계부는 분류한 투표지를 심사하고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8인의 심사위원이 정당·후보자별 득표수와 무효투표수 등을 검열하고 개표상황표에 서명 날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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