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박근혜 ‘SNS의 진보 우위’ 속설 깨뜨려…문재인 성장 가능성 높은 진지(陣地) 구축

박근혜·문재인 트윗 168만 건 분석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2-04-19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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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아킬레스건은 안티 네티즌 결집력
    • 문재인 약점은 비전 부재
    • 트리움의 사회연결망 분석
    박근혜 ‘SNS의 진보 우위’ 속설 깨뜨려…문재인  성장 가능성 높은 진지(陣地)  구축

    (왼쪽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선거의 여왕’의 귀환. 새누리당의 4·11 총선 승리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총선 승리가 대선 승리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느 유력주자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20~30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이들의 주된 활동무대 중 하나인 SNS를 잘 이해해야 하고 SNS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에 능해야 할 것이다. 역으로 현재 SNS에서 유력주자의 영향력은 그의 12월 운명을 예측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특히 SNS 중에서도 ‘트위터’는 여론 확산력에서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트위터는 ‘지저귀다(twitter)’는 뜻 그대로 140자 이내 단문으로 의견이나 생각을 공유하게 하는 매개체다. 휴대전화로도 손쉽게 글을 올릴 수 있으며 리트윗(retweet·퍼 나르기)을 통해 특정한 정보나 관점을 다수에게 급속도로 전파시키는 점이 특징적이다.

    트위터 용어들이 영어에서 온 신조어여서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트윗은 트위터의 글쓰기 화면에 쓰는 글, 리트윗은 다른 사람의 트윗을 내가 다시 트윗함으로써 내 팔로어들에게 전파시키는 글, 팔로어는 내 트윗을 읽고 따르는 사람, 팔로잉은 반대로 내가 읽고 따르는 사람이다.

    타 언론보도와 차별화된 새 시도



    ‘신동아’는 ㈜트리움과 공동으로 4·11 총선 기간 중 트위터 공간 내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위원장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어떤 평판을 얻어왔는지,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해왔는지를 분석했다.

    여론 지지율 1~3위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는 박 위원장과 문 이사장 외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있지만 안 원장은 다른 두 사람과 달리 비공개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어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분석기간은 3월 1일부터 4월 8일까지로 했고 분석대상 텍스트는 이 기간에 박 위원장과 문 이사장 본인이 작성한 트윗, 박 위원장과 문 이사장의 트위터 관리자가 작성한 트윗, 네티즌들이 박 위원장이나 문 이사장에게 쓴 트윗, 이들 트윗에 대한 네티즌들의 리트윗(이상 9만3589건), 박 위원장과 문 이사장에 대해 네티즌들이 작성한 트윗, 이들 트윗에 대한 다른 네티즌들의 리트윗(159만511건)으로 했다. 분석 대상 트위터 글은 총 168만4100건이었다.

    분석 처리에는 사회연결망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트리움의 김도훈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비교대상들 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시각적으로 간명하게 드러내준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트위터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타 언론 보도와 차별화된 새로운 시도다. 기존 언론보도는 주로 트윗과 리트윗 건수를 단순 비교해 정치인의 영향력을 측정했다. 즉, 트윗과 리트윗 건수가 많으면 대개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정치인의 지지자들이 주로 올린 트윗과 리트윗이라면 아무리 건수가 많아도 진정한 의미의 영향력이라고 하기 어렵다. 기존 보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맹점을 가진다.

    반면 이번 분석은 특정 정치인과 관련된 트윗과 리트윗의 총량을 산출할 뿐만 아니라 이 트윗과 리트윗이 특정 정치인의 지지그룹을 넘어 일반 네티즌에게까지 얼마나 깊게 파고들고 있는지까지 측정하고 있다. 즉, ‘확산의 폭과 깊이’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영향력을 산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기존 지지층 넘어서느냐’가 관건

    분석 결과, 문재인 이사장(본인 및 트위터 관리자 포함)의 트윗량은 박근혜 위원장의 트윗량에 비해 현저히 많았다. 여기서 문재인 이사장의 트윗량이란 문 이사장이 쓴 트윗 및 네티즌들이 문 이사장에게 쓴 트윗을 합한 양이다. 네티즌들이 문 이사장에 대해 쓴 트윗보다는 문 이사장과 네티즌 간 연결의 밀도가 높다고 하겠다.

    에서 문 이사장의 트윗량 곡선은 3월 1일부터 4월 8일까지 내내 박 위원장의 트윗량 곡선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으며 그 격차도 비교적 크게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의사소통의 양적 측면에서 문 이사장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SNS의 진보 우위’ 속설 깨뜨려…문재인  성장 가능성 높은 진지(陣地)  구축


    박근혜 ‘SNS의 진보 우위’ 속설 깨뜨려…문재인  성장 가능성 높은 진지(陣地)  구축
    는 박근혜·문재인의 ‘실질적 트위터 영향력’을 비교한 것이다. 최종 결론이 박근혜·문재인의 영향력이고 이를 산출하기 위해 박근혜·문재인의 트윗량, 리트윗량, 평균 리트윗량, 노출량, 침투량을 각각 측정했다.

    여기서 평균 리트윗량은 박근혜·문재인의 트윗에 평균적으로 리트윗이 얼마나 달렸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노출량은 박근혜·문재인 관련 트윗과 리트윗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침투량은 박근혜·문재인 관련 트윗과 리트윗이 지지층을 넘어 어느 단계까지 깊게 퍼졌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의 바깥쪽 선이 문재인이고 안쪽 선이 박근혜다. 트윗량과 리트윗량에서 문재인이 예상대로 박근혜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트윗에 대한 평균 리트윗량에선 문재인과 박근혜 간 차이는 거의 없었다. 박근혜의 트윗과 문재인의 트윗에 대한 공감의 정도가 비슷했다는 의미다. 노출량에선 문재인이 박근혜를 다시 앞섰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침투량에선 박근혜가 문재인을 미세하게 앞섰다. 이를 수치화하면 박근혜의 침투량 점수는 198만5988점이고 문재인의 침투량 점수는 198만2385점이었다. 최종 결론인 트위터 공간 내 영향력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이 거의 똑같다는 점이 에서 나타난다.

    김도훈 대표는 “문재인은 트윗-리트윗량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기존 지지자들 간에 오고가는 경향이고 박근혜는 트윗-리트윗량이 적지만 상대적으로 지지층을 넘어서 일반 네티즌으로 확장하는 경향이어서 종합하면 두 사람의 트위터 영향력이 거의 같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박근혜 위원장이 ‘SNS의 진보 우위’ 속설을 깨뜨린 점이 놀랍다”고 했다. “트위터 내 보수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이지만 이를 본인의 공신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트윗량이 풍부하다는 것은 영향력 증대로 이어지기도 그만큼 쉽다는 의미”라면서 “이런 점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트위터 내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진지(陣地)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강 트윗은?

    박근혜 위원장(본인 또는 트위터 관리자)과 문재인 이사장이 올린 트윗 중 네티즌에게 미친 영향력이 큰 순서대로 정리한 결과, 두 사람을 통틀어 ‘최강 트윗’은 3월 4일 오후 ‘@GH_PARK’이 올린 트윗으로 영향력지수는 7289점이었다. ‘@GH_PARK’은 박 위원장 본인이 사용한다. 이 트윗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도 동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초생활보장과 근로장려세제가 연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T @timelife88: RT @ge9492uv: @GH_PARK 조금이라도 생활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알바를 하다가 기초수급자격이 박탈된다고 하니 이게 최선의 정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드리는 글입니다 부디 한번 생각해 봐주시길.”

    이후 박근혜의 파워 트윗은 ‘새로운 삶의 선택’‘국민과 박근혜 위원장이 함께 출연한 새누리당의 선거CF!!’ ‘거제 진성진 유세현장 왔는데요. 박근혜 위원장 오셨는데’ ‘박근혜 위원장 경기 방문. 서민위한 나라 만들 것’ ‘대구경북 방문한 박근혜, 민주당 국회 장악하면 국민 불행해져’ ‘정말 많은 분들이 대전 중앙시장에 모이셨나봐요. 박근혜 위원장의 대전방문 영상입니다’ 순이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위원장이 트위터에서 복지, 일자리, 미래, 희망, 꿈을 주로 이야기하면 잘 팔린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같은 말이라도 박근혜가 하면 네티즌들에게 먹힌다. 박근혜가 ‘이런 거 해줄게요’ 하면 그 말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런 박근혜의 공신력과 설득력이 그의 트위터 영향력을 높여주고 있다. 박근혜는 트위터에 흥미 있는 소재를 계속 던지면서 삶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석 결과 네티즌들은 박근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자꾸 듣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아킬레스건도 이 점과 맞물려있다. 과 같이 3월 말~4월 초 박근혜 관련 트윗이 급증했다. 분석 결과 이는 박근혜 비판 트윗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야당 네거티브 공세에 나서자 이를 기화로 ‘안티(anti) 박근혜’ 네티즌이 결집한 것이다.

    컴퓨터 분석에 따르면 트위터 내 박근혜 비판을 증폭시킨 확장자 역할은 진보 논객인 유시민(통합진보당 공동대표), 김용민(나꼼수 진행자), 조기숙(이화여대 교수), 허재현(기자), 서영석(전 서프라이즈 대표), 조국(서울대 교수), 문성근(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박근혜의 트위터 내 약점은 안티가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건드려만 주면 폭발한다. 3월 말~4월 초 박근혜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중에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말도 있었다. 이것이 안티 네티즌들을 급속히 결집시켰다. 박근혜는 자기 PR에 열중해야 한다. 반대편을 가급적 비난하지 않는 것이 좋다. 꼭 비난할 땐 확실한 근거를 대고 비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이사장의 최강 트윗 내용은 “불법사찰 문건에 대한 청와대의 주장, 어이없군요. 참여정부에선 불법사찰 민간인 사찰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막가자는 것인데요. 잘됐습니다. 불법사찰 전체 문건, 한 장도 남김없이 다 공개하십시오. 어떻게 뒷감당할지 보겠습니다”였다. 이어 “박근혜 위원장이 부산 사상을 다녀갔습니다. 부산시장도 임기 시작 후 한 번도 사상에 온 적 없다가 지난 1달여 사이에 5번 다녀갔다네요. 저는 이렇게 출마만으로도 사상을 많이 발전시키고 있습니다”라는 트윗 순이었다.

    문재인을 위한 조언

    문재인의 트윗 중 네티즌에게 영향력을 발휘한 트윗은 대부분 이명박 정권,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트윗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박근혜와 뚜렷이 대비됐다. 김 대표는 “분석 결과 문재인의 자기PR 트윗은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나도 안 팔렸다. 본인의 프레임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의 파워 트윗은 주로 현 정권 비판으로 흐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파워 트윗 분석 결과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는 점, 비전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 비전을 이야기해도 네티즌이 안 들어준다는 점이 약점으로 나왔다. 문 이사장은 이 점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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