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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4·11 총선

선관위 선거사무 허점투성이…“부정선거 논란 자초”

개표소의 불편한 진실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선관위 선거사무 허점투성이…“부정선거 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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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한 개표 방식은 투표지분류장치와 이를 직접 제어하는 컴퓨터가 연결돼 전산프로그램에 의해 쌍방통신을 하며 제어·구동하는 전자개표시스템으로 일명 전자개표기(이하 전자개표기)를 이용한다. 투표지를 같은 방향으로 간추려 전자개표기에 넣으면 제어용 컴퓨터에 내장된 운용프로그램에 따라 투표지분류장치를 통과하는 투표지를 스캔해서 그 이미지를 전산조직인 제어용 컴퓨터에 전송한다. 컴퓨터는 이를 판독해 후보자별 유효투표지와 분류하지 못한 표(미분류투표지)로 구분해 지정된 포켓(적재함)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를 계수, 집계해 그 결과치인 개표상황표를 출력한다.

미분류투표지는 심사·집계부에서 유·무효와 후보자별로 구분하고, 전자개표기에서 분류한 후보자별 유효투표수에 합산해 최종 개표상황표를 작성한다. 현행법상 수개표가 원칙이다. 개표 방식에 대한 논란은 기사 후반부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다시 종로구 개표소로 돌아가 보자.

오후 7시, 개함부에서 정리한 표가 투표지분류기운영부로 넘어가면서 전자개표기가 운용되자 개표장은 더욱 부산해졌다. 일부 개표사무원들은 자신의 임무를 숙지하지 못해 당황했다. 종로 지역구에서는 자유선진당 김성은 후보와 정통민주당 정흥진 후보가 투표일 전에 사퇴했지만, 한 사무원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별도 분류하다가 제지를 받았고, 심사·집계부의 한 사무원은 전자개표기가 분류한 100장 표 묶음을 한 장씩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지, 계수기에서 장수만 확인하는지를 묻는 등 개표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개표매뉴얼에는 전자개표기가 분류한 표를 ‘전량 육안으로 심사·확인하고 2,3번 번갈아가며 정확하게 재확인·심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개표기가 분류한 표 중에서 다른 정당·후보자의 투표지가 섞여 있지 않은지, 무효로 처리되어야 할 투표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당연한 절차였다. 한 개표참관인은 이미 개함한 빈 투표함 속에 투표지 1장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해 위원장에게 신고하기도 했다. 참관인의 감시가 없었다면, 종로구 주민 1명의 주권행사는 물거품이 될 뻔했다.

빈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지 1장



개표에 앞서 종로구선관위 최 사무국장은 “전자개표기가 아무리 정확해도 심사·집계부에서는 한 장씩 확인해 투표지 효력을 심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가 정확하니까 그동안(이전 개표)은 심사·집계부에서 ‘약식’으로 했다. 이번에는 두 후보가 혼전 양상을 보이니 일일이 다 (원칙대로)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약식’은 투표지분류기가 100장 단위로 분류한 것을 빠르게 넘겨 눈대중으로 확인한다는 의미였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날 개표장에서도 규정에도 없는 ‘약식 검사’가 눈에 띄었다. 전자개표기가 100% 정확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선관위 직원이 말한 ‘100% 정확하다’는 전자개표기 역시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자개표기는 투표용지를 1분에 220여 장, 1시간에 1만3000~1만5000장의 속도로 판독할 수 있다. 투표용지 인식장치는 모든 투표지를 읽고 영상 파일로 저장하는 동시에 기표된 위치를 가려 ‘표’를 후보자나 정당별로 분류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해당 후보자 포켓으로 분류되지 않고, 미분류 포켓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숭인1동 제2투표소 투표용지를 개표할 때는 투표용지 1369장 중 420장(31%)이 미분류투표지로 분류됐다. 기기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이화동 제2투표소에서는 개표 결과 투표용지 교부수(1892표)보다 1장 많이 계산돼 전체를 재분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개표상황표를 확인해보니, 재개표 결과 이 지역 정세균 후보의 표는 첫 분류할 때보다 3표 적은 1057표로, 홍사덕 후보 표는 4표 많은 743표로 분류됐다. 그 표차가 현저하자 한 개표사무원의 입에서 “전자개표기를 너무 믿지 말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러한 표 차이는 전자개표기가 제대로 읽지 못해 미분류투표지로 분류했거나, 다른 후보의 표로 분류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따라서 심사·집계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개표매뉴얼이 “심사·집계부는 정당·후보자의 투표지를 전량 육안으로 심사·확인하고, 특히 다른 후보자의 투표지가 혼입되었는지 중점 확인하라. 그것도 2,3회 번갈아가며 정확히 다시 심사하라”고 명시한 것도 그 중요성 때문이다.

현실은 달랐다. 전자개표기가 미분류투표지로 구분한 표는 한 장씩 육안으로 다시 분류했지만, 대부분 1회에 그쳤고, 일부 개표사무원은 후보자별로 분류된 투표지 100장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빠르게 넘겨가며 눈대중으로 본 뒤, 계수기를 통해 장수를 확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앞서 선관위 직원이 말한 ‘약식’이었다.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짜 돈이 섞여 있는지 돈다발 속을 살펴보는 장면과 흡사했다.

강남을 개표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경우 투표지 중간 부분이 찢겨 있거나 두 곳 이상 기표된 무효표를 찾아내기 어렵고, 다른 후보자의 투표지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약식 개표는 심사할 표가 밀려 있거나 개표 시간이 늦어질수록 자주 눈에 띄었다. 심사·집계부의 한 개표사무원은 “왜 규정대로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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