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선관위 공격 직전 나경원 보좌관과 이야기 다 됐다고 들었다”

디도스 사건 주도한 강해진 씨 전격진술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2-04-19 16: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선관위 공격 직전 나경원 보좌관과 이야기 다 됐다고 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4월 4일 오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압수수색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발생했다. 유권자의 주권 행사를 방해한 국기문란사건이었다.

    검찰 수사에도 의혹은 그대로 남았다. 검찰은 “배후를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했다. 박태석 특별검사팀은 3월 26일부터 사실상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권력기관의 개입·은폐 여부일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사건 내용을 논의했다. 이어 김 수석은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현민 씨가 경찰에 검거된 사실을 최 의원에게 미리 알려줬다. 공 씨 체포 후 김 전 수석과 최 의원의 통화횟수가 늘어났다. 검찰은 최 의원이 처남을 통해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한 정황도 확인했다. 최 의원이 “비장의 카드가 있다” “나 혼자 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더 이상한 대목은 범행 동기였다. 검찰은 공현민 씨(구속)의 동기에 대해 “선거에서 공적을 세워 신분 상승을 모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가담한 국회의장 전 비서 김태경 씨(구속)의 경우도 “보다 안정적인 타 직역으로의 진출을 위해 공적을 세우려는 의도”라고 했다. 디도스 공격은 공 씨가 친구이자 K사 직원인 차OO 씨(구속)를 통해 이 회사 대표 강해진 씨(구속)에게 부탁해 이뤄졌다. 강 씨는 “공 씨를 통해 온라인 도박사이트 합법화를 모색하던 상황이어서 부탁에 쉽게 응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신분상승이 가담자들의 동기였다면 공적을 알아줄 실력자의 존재가 필요한 법. 그러나 이런 실력자는 드러나지 않았다. 강 씨가 의원 비서인 공 씨만 믿고 헌법기관 홈페이지 공격에 나섰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선관위 공격 대가가 고작 1000만 원인 점도 석연치 않다. 결국 숨은 실력자의 내락을 받고 이들이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게 됐다. 반면 검찰은 “각자 자기 이익에 따라 무모하게 움직인 즉흥적 범행”으로 설명했다.



    “나도 어이가 없다”

    이런 가운데 ‘신동아’ 취재 결과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강해진 씨가 “나경원 보좌관과 이야기가 다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이 확인됐다. 나경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다.

    강 씨는 2012년 1월 3일 피의자 신문에서 ‘나경원 보좌관’을 언급했다. 다음은 검찰과 강 씨의 문답내용이다.

    문 : 공현민 씨가 선관위 사이트 디도스 공격을 의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 선관위 사이트를 디도스 공격하여 서버를 다운시키면 유권자들이 투표소 검색을 못하게 되어 투표율이 떨어지고 투표율이 떨어지면 나경원 후보가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보고한 것입니다.

    문 :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공현민 씨에겐 어떤 이익이 있는가요?

    답 : 공현민 씨가 울면서 한 진술이 ‘나경원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면 자기가 디도스 공격으로 공을 세운 것을 나경원 측에 밝혀서 나중에 보상을 받으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들었습니다. 전에 조사 중 쉬는 시간에 공현민 씨가 없는 자리에서 차OO 씨가 저에게 하는 말이 ‘내가 현민이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오늘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나는 디도스 공격하기 전에 현민이가 나에게 나경원 보좌관 이야기를 하길래 이야기가 다 돼 있던 것으로 알았는데 현민이가 울면서 일단 디도스 공격을 하고 나경원 후보가 당선되면 나경원 측 보좌관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서 보상을 받으려고 했다는 진술을 하는 것을 보니까 나도 어이가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윗선 보호 위해 부인하는 듯”

    검찰 수사 자료에 따르면 차 씨가 나경원 보좌관 이야기를 들은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나경원 보좌관’을 검색한 점이 확인됐다. 강 씨도 검찰에서 “네이버에 ‘나경원 보좌관’을 검색한 내역이 나와 이것 누가 보았냐고 물을 때 차 씨가 자신이 보았다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디도스 사건 배후와 관련해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라는 표현은 공현민 씨가 강해진 씨에게 실제로 말한 내용이며 공씨가 나중에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강 씨는 윗선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지는 강 씨와 검찰의 문답이다.

    문 : 공현민 씨가 정말 윗선 지시 없이 그냥 혼자 한 일이라면, 아까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 이야기는 자신이 한 것을 인정하고 나중에 나경원 측에 이런 사실을 알려 보상받으려 했다는 취지로 얼마든지 변명할 수 있는데 굳이 자기가 한 말조차 그런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 실제로 지시한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답 : 공현민 씨가 굳이 그런 말을 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볼 때는 윗선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 : 지금까지 강해진 씨의 진술에 따르면 공현민 씨가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 이야기와 ‘최구식 의원에게 디도스 보고했더니 공현민 씨와 밥 한 끼 먹자고 하더라’ 이야기를 해놓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위신을 세우려고 그냥 빈말을 한 것을 넘어서서 사실상 윗선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고 그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답 : 저도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디도스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이 협의회 소속 김성호 목사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수차례 강해진 씨를 접견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김 목사에게 윗선 의혹과 관련해 검찰 진술 이상의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성과가 있나요?

    “여러 가지 증거가 들어왔습니다. 물증으로 만들고자 해요.”

    “그 정도면 시작도 안 해요”

    ▼ 특검 수사와도 관계되는지.

    “말하면 안 되죠.”

    ▼ 디도스 사건이 최구식 비서로 끝나지 않는다고 보나요?

    “그 정도면 시작하지도 않아요. 목사가 할 일 없어서…. 검찰이 단순 우발적 범행이라고 발표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NCCK 목사들이 대책위 구성해 공동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 윗선의 보증이 있었다고 보나요?

    “무서운 음모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추측으로 말해선 안 됩니다. 물증을 갖고 정식으로 기자회견할 거예요.”

    차 씨는 1월 4일 검찰 조사에서 “어찌됐든 공현민 씨로부터 ‘나경원 보좌관’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맞는가”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다음은 차 씨와 검찰의 문답이다.

    문 : 강해진 씨의 진술에 따르면 대질조사 중 쉬는 시간에 차 씨가 강 씨에게 ‘현민이가 전화가 와서 나경원 보좌관 이야기를 하기에,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현민이가 울면서 하는 말이, 일단 디도스 공격을 하고 나경원이 당선되면 나경원 측 보좌관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 보상을 받으려고 하였다는 진술을 들으니까 나도 어이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하는데 맞는가요?

    답 : 예. 제가 그런 말을 한 것은 맞습니다. 일단 나경원 이야기를 하면 문제가 더 커지게 되는 것 같은데, 현민이가 그런 말을 해서 짜증도 났고, 또 당시 현민이로부터 제가 들은 느낌을 강해진 씨에게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가담자들은 보궐선거 하루 전인 10월 25일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즉흥적으로 공격할 마음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차 씨는 주점에 가기 이전부터 공현민 씨로부터 디도스, 선관위, 나경원 보좌관 이야기를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돼 있었다.

    이에 대해 공현민 씨는 검찰 조사에서 “차 씨에게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의원 보좌관을 지낸 인사는 ‘신동아’에 “다른 보좌관은 당시 몸이 아파 보좌관은 나밖에 없었는데 나는 공현민 씨를 알지 못한다. 공 씨와 말을 나눈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 보좌관이라는 말이 나경원 후보 캠프 보좌진 중의 한 사람을 뜻하는 것일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최구식 의원은 캠프 소속이 아니었다. 디도스 사건과 나경원 후보 측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배후는 누구일까? 실존하는 사람일까?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