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자처하는 오바마
▼ 전통적 지지층의 태도에 변화 조짐은 없나요.
“문제는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지지 기반을 이루는 전통적 지지 세력으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바마도 4년 전과 같은 폭발적 인기를 기대하기 힘들고 롬니 역시 공화당원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적 가정은 30% 남짓한 민주당 지지자는 오바마에게 투표할 것이고 비슷한 숫자의 공화당원은 롬니에게 표를 던지리라는 겁니다. 선거 당일 어느 쪽 지지자가 더 많이 투표장에 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되겠죠.”
▼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정책적 쟁점은 무엇이 될까요.
“경제 문제가 다른 어떤 이슈보다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 문제도 관심을 모을 거고요. 오바마는 과감한 정부 개입 정책으로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10%대이던 실업률이 최근 8%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내세울 것입니다. 반면 롬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인 자기 같은 사람만이 자유로운 시장 경쟁과 작은 정부를 통해 경제 부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입니다.”
▼ 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이나 이란 핵 문제 등 국가 안보 이슈는 파급력이 얼마나 있을까요.
“오바마 쪽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끝냈고,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정리하고 있으며, 오사마 빈 라덴과 카다피를 제거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민주당에서는 보기 힘든 ‘안보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거죠. 이란에 대해서도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군사작전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떠오르는 중국을 관리하고자 한국, 인도, 호주와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롬니 측에선 어떻게 반론하나요.
“최근 1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대체 무엇을 성취하고 떠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오바마식 안보 정책의 허점을 파고드는 거죠. 또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을 찾기도 전에 미군 철수 날짜부터 정해놓은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이런 문제들이 아직은 전면에 부상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두 후보 사이에 흥미로운 토론이 벌어질 겁니다.”
▼ 티파티(Tea Party) 같은 풀뿌리 조직의 영향력은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나타날까요.
“지난번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2년 전만 해도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인사가 90명 넘게 하원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티파티를 대표하는 후보라고 할 수 있는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이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같은 후보가 조기에 경선 레이스를 포기했습니다. 한동안 관심을 모았던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영향력도 거의 없고요.”
▼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오바마가 재임하든 롬니가 당선되든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중국의 입지가 강해짐에 따라 미국 처지에서는 아시아의 우방국과 더욱 튼튼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오바마의 이러한 태도는 이미 밝혀졌고 롬니 역시 중국을 강력한 경쟁자로 보기 때문에 비슷한 견해를 피력할 공산이 큽니다. 게다가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한미관계가 선거 이슈로 언급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카다피와 김정은
▼ 북한은 어떤 경로를 통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북핵 이슈는 20년 동안 지속된 문제입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이 자신을 보호한다고 믿기에 웬만한 압력이 가해지지 않고서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 때 카다피가 핵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서방 국가가 쉽게 리비아를 공습할 수 있었을까요? 북한은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북핵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말씀인가요.
“북핵 문제는 다음 두 가지 중 한 가지가 일어날 때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겁니다. 첫째는 북한이 내부로부터 붕괴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상황을 기다려왔지만 이는 예측을 불허하는 일입니다. 둘째로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자신들의 국익을 해치는 위협으로 생각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입니다.”
▼ 중국 입장에서 현재 북핵 문제는 국익을 해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군요.
“북핵이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예컨대 2002년 2차 북핵 위기가 터졌을 때 중국은 당사자(relevant parties)끼리 협상하라고 했지요. 즉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하라는 겁니다. 중국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말이죠. 그러나 만약 북핵 때문에 동북아시아의 다른 나라가 핵 보유를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그때는 북핵 이슈가 중국의 문제가 되니까요. 일본이나 대만,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그만큼 위협이 되는 것 아닙니까?”
▼ 중국의 속내는 뭘까요?
“중국은 미국이 일본이나 한국 같은 우방국의 핵 보유 야심을 단속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요.”
▼ 역대 한국 정부가 수행한 북핵 해결 노력은 어땠나요.
“북한이 웬만한 압력으로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명박 정부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일어나지 않을 일을 가정해놓고 북핵을 포기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식의 실효성이 작은 연계 정책을 펴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게을리 했습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은 뒷전에 놓아두고 남북관계 개선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핵 폐기는 우리 힘만으로는 힘들고 국제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병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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