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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나라 시리아의 눈물

  •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죽음의 나라 시리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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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시위를 하는 국민에게 피를 요구하는 중심에는 시리아 군대가 있다. 시리아군은 아랍에서도 막강하기로 유명하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이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다. 친동생 마헤르가 이끄는 제4 기갑사단이 그의 친위부대다. 시리아군은 북한군과 비슷하게 감시 체제가 잘 구축돼 있다. 중앙 정부가 군 지휘관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지휘관은 자기 수하에 있는 장교를 감시한다. 시리아 헌법은 “바트당이 시리아의 여당이며 따라서 바트당을 지키는 것이 바로 국가를 지키는 것”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어떤 위협도 군부 지휘관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이것이 민주화 시위가 유독 잔인하게 진압되는 이유 중 하나다. 병사들은 이 원칙 때문에 설령 그들이 원치 않더라도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면 시민에게 발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몇 달간 시리아군에서 탈영한 장교나 병사가 털어놓은 증언에 따르면 발포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군인은 처형당했다. 탈영병인 압둘 요세프(21)는 “나는 기갑병이었다. 시위대 앞에 탱크를 세워두었는데 지휘관이 우리에게 앞으로 전진하며 발포하라고 했다. 우리는 그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탱크 안의 동료 병사는 아는 사람의 얼굴을 본 것 같았는데 어쩔 수 없이 발포했다면서 괴로워했다”고 증언했다. 본인이 처형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시민을 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군부에선 ‘언제까지 국민을 잔인하게 살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군인이 늘어갔다. 그리고 이들 중 처형당할 각오로 군대에서 탈영해 시민 편에 서는 용감한 이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지난해 6월 6일 압둘 라자크 무함마드 탈라스 중위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탈영했고, 3일 뒤엔 후세인 하르무쉬 중령이 탈영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이탈한 장교와 병사들이 모여 새로운 군대를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시리아 정부군 출신 리아드 알 아사드 대령이 탈영병들을 모아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 : FSA)을 창설한 것. FSA는 현재 4만 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대통령의 간담을 서늘케 하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근동정책연구소에 따르면 FSA는 37개 대대로 구성돼 있다. 최근엔 무스타파 아흐메드 알 셰이크 육군 장군과 아페프 마흐무드 술레이마 공군 대령이 가세해 세를 불렸다. FSA의 등장은 시리아 사태의 전환점이 됐다. 시리아가 내전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도 비무장으로 정부에 대항하던 방식을 바꾸고 무기를 들기 시작했다. 육군 대위 출신의 모하마드 사피크는 북부 도시 홈스에서 비밀리에 FSA 부대를 정비하고 있다. 그는 “교전 중에 들고 있는 총을 지닌 채 FSA 쪽으로 뛰었다. 나의 지휘관이 나를 조준해 쏜 듯한 총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탈영을 한 것은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다. 내 동포를 죽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정권을 퇴진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다. 정부에서 FSA에 알 카에다 조직원이 있다는 식의 흑색선전을 하는데 절대로 믿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자유 시리아 군대다.”



FSA는 시위 거점인 다라, 홈스, 다마스쿠스를 중심으로 시리아 전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시리아 국민은 탈영병 부대가 자신들 편에 서서 보호해주자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기뻐했다. 홈스에서 시위대 영상을 기록하는 시민 활동가 이브라힘(28)은 “탈영병 부대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열광했다. 우리를 보호해줄 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시위현장에서 총을 들고 우리 앞에 서 있는 그들을 보며 알 아사드 정권을 퇴진시킬 때까지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FSA는 수도 다마스쿠스 주변과 홈스에서 집중적으로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16일 그들은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하라스타의 정보부 건물을 공격했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처음으로 국가기관을 타격한 것이다. 또한 같은 날 새벽 2시 반경 다마스쿠스와 알레포를 잇는 고속도로에 있는 또 다른 정보부 건물을 RPG(휴대용 로켓 추진포)와 기관총으로 공격했다. 새벽에 급습을 당한 정부군의 피해는 컸고 반군은 무기도 노획할 수 있었다. 이것은 놀라운 뉴스였다. FSA가 시리아 영토의 일부를 접수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를 더욱 확실하게 해준 것은 ‘두마 전투’였다. 올해 1월 21일 FSA가 다마스쿠스 인근의 두마에서 전투를 벌였다. 두마는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14㎞ 떨어진 소도시로 알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 및 시위가 격렬한 곳이다. 또한 대통령궁과 불과 10여 ㎞밖에 안 떨어진 곳이어서 알 아사드 대통령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역설적으로 FSA는 국제사회의 딜레마로 떠올랐다. 반군을 도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FSA는 무기나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반면 정부군은 아랍 최고의 군대로 무기나 조직 면에서 탄탄하다. 60만 대군과 4만 소군의 싸움인 것이다. 정부군은 탱크나 전투기를 동원해 전투에 나서지만 FSA가 손에 쥔 무기는 AK소총이나 RPG 정도다. 이런 무기를 들고 지금껏 정부군과 전투를 벌여온 게 기적일 정도다. FSA의 알 아사드 대령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FSA는 경·중화기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이 무기는 병사들이 정부군에서 탈영할 때 들고 나온 것이거나 정권의 군대와 맞서 싸울 때 노획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랍권 고위 외교관리는 최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요르단을 통해 무기와 군사 장비를 FSA에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이것은 시리아에서의 학살을 중단하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타르와 함께 중동에서 시리아 정권을 가장 혹독하게 비판하는 국가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시리아 반정부군은 스스로 무장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카타르 국왕 역시 올해 초 중동국가 수반으로는 처음으로 “시리아에서의 학살을 막으려면 군사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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