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호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박원순·안철수의 아름다운재단 大해부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2-07-19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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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사업 심사비 9009만 원’ 인터넷 공시
    • 진위 묻자 “심각한 오기(誤記)” 군색한 해명
    • 일부 수입지출 내역도 안 맞아
    • 공인회계사 “재단 장부 전체 신뢰 의문…저축은행 연상돼”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박원순, 안철수, 아름다운재단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2011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박원순 변호사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대의 안 원장이 5%대의 박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전격 양보하는 바람에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이 됐고 안 원장은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오늘의 박원순을 있게 한 물적·도덕적 터전이다. 또한 안 원장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아름다운재단의 이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안 원장이 소속된 이사회는 재단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고 재단 사업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이 재단이 표방한 ‘아름다운 나눔 문화’는 박원순·안철수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정치적 자산(資産)이 됐다.

    ‘나눔’은 朴·安의 트레이드마크

    그런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아름다운재단 관련 의혹이 빗발쳤다. ‘시민운동의 권세를 활용해 약점 있는 여러 대기업과 론스타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900억 원대(현재는 1000억 원대)에 이르는 모금 및 배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 시장과 아름다운재단 측은 적법하게 운영해왔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은 선거 국면에서 정치 공방으로 비쳐져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 문제는 이제 질적 변화 시기를 맞았다고 본다. 객관적 검증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 재단의 키맨(key man)인 박원순·안철수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주요 공직에 진출했거나 진출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 재단의 모금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투명성을 검증받아야 할 공적 책무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신동아’는 독자적인 취재로 과연 아름다운재단의 기금 모금 및 배분에 문제점이 있는지를 규명해봤다. 우선 이 재단이 공개한 회계자료를 검증해보기로 했다. 공인회계 업계의 중진인 S회계사가 취재에 자문을 해주었다. 다만, 서울시장과 유력 대선 주자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어서 그런지 어떤 공인회계사도 실명(實名) 자문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 재단 홈페이지는 “신뢰는 투명한 운영을 통해 쌓이는 것이라 믿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크고 작은 일들을 유리알처럼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깨끗한 나눔 문화를 만들어갑니다”라고 밝히고 있었다.

    재단 홈페이지는 이 근거로 월별 수입지출 장부 파일을 공시하고 있다. 이 장부는 일자, 계정, 차변, 대변, 적요 등을 기록하는 일종의 회계장부 성격이다. 이외 재단 홈페이지는 월별운영보고서, 연차재정보고서, 연도별 모금현황, 연도별 배분현황,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등도 공개했다.

    월별 수입지출 장부의 경우 하루에만 입·출금 항목이 수십~수백 건 기재돼 있었다. 이로 인해 재단 설립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월별 수입지출 장부 전체 페이지 분량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방대했다. 장부 전체를 취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이에 따라 2010년 1월, 3월, 5월 치 수입지출장부를 무작위로 표집했다. 이 시기는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원장이 이 재단에 함께 재임하던 때였다. 이어 이들 장부에 기록된 입·출금 내용을 일일이 살펴봤다.

    처음엔 “이상 항목 없다” 부인

    그 결과, 이상한 출금 내역이 발견됐다. 2010년 5월 수입지출 장부에는 5월 24일자에서 ‘2010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사업 심사비’ 명목으로 20건에 9009만 원이 지출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즉, ‘2010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사업 심사비’라는 같은 사용처로 50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12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494만 원, 373만 원, 366만 원, 500만 원, 40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260만 원, 500만 원, 496만 원이 나간 것으로 돼 있었다.

    장부에 적힌 대로 해석하면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사업과 관련해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를 심사하는 데에만 9009만 원을 썼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재단의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 재단 측은 언론담당 서모 국장을 통해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 국장과는 1시간20분 정도 통화했다. 수입지출장부 문제와 관련해 서 국장은 처음엔 “2010년 5월에 9000만 원이라는 항목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내용이다.

    ▼ 2010년 5월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사업이라고 있는데, 사업 심사비로 20건에 9000만 원이 지출됐습니다.

    “네.”

    ▼ 이렇게 고액의 심사비가 나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어떤, 어떤 게 나왔어요? 고액의 뭐가 나왔어요?”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2010년 5월 수입지출 장부. 2010 마을교육공동체 지원사업 심사비 20건이 기재돼 있다.



    ▼ 거액의 심사비가 나간 이유가 무엇이냐는….

    “어디서, 심사비가 9000만 원이라니 무슨…. 기자님.”

    ▼ 제가 잘못 볼 리가 있습니까?

    “잠시만요. 저희 월간 수입지출에서 보셨다는 건가요?”

    ▼ 수입지출 장부에 기록돼 있습니다. 2010년 5월.

    “잠시만요. 바로 확인해드릴게요.”

    (일정 정도 시간이 흐름)

    “저희 지금 회계장부를 보고 있는데요. 똑같은 그 2010년 5월에 9000만 원이라는 항목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계속 추궁하자 그제야 서 국장은 “심각한 오기(誤記)”라고 시인했다. 다음은 관련 대화 내용이다.

    ▼ 심사비라고 여기 있습니다. 아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예. 볼게요. 기자님.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이 지금 적요가 잘못 올라간 거고요. 저희 연차보고서를 보세요.”

    ▼ 그럼 적요는 틀리게 써도 됩니까?

    “아니요…월별로 회계장부가 들어가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환급도 있고 취소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연차를 보시라고….”

    ▼ 잘못 썼다고 하셨잖아요. 환급이 아니라.

    “적요를 잘못 썼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2010년 배분현황자료. 마을교육공동체 지원사업 배분금액은 7897만8695원이었다.

    “심각한 오기죠, 심각한 오기”

    ▼ 900만 원도 아니고 9000만 원인데, 한 건도 아니고 20건인데 이걸 잘못 쓴다는 게 쉽게 납득이 안 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그래서 연차보고서를 비교해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 연차보고서도 틀림이 있어서는 안 되고 월별보고서도 틀림이 있어서는 안 되죠. 이게 기초 데이터인데 기초 데이터에서 틀리면 어떻게 해요? 이거 가지고 만약에 횡령했다고 누가 문제제기를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요.…‘횡령할 수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이지 ‘횡령’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거죠.”

    ▼ 제가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거죠. (중략) 회계에 있어 틀리게 써놓고 있어서….

    “심각한 오기죠, 심각한 오기. 지금 말씀하시는 부분은.”

    ▼ 심사비 부분은 오기라는 설명만 가지고는 좀 납득이 안 되는데요. 그러면 ‘다른 회계자료도 오기했나?’‘다른 회계자료도 엉터리로 만들었나?’라고 만약에 누군가가 의심 한다면 어떻게 답변하시려고…. 신뢰가 무너지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적요라고. 적요에 추가적으로 기재한 거잖습니까? 기재상에서 오기가 났다는 부분이 있는데요.”

    ▼ (그렇다면 실제로) 돈을 어디에 썼습니까?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연차보고서를 비교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연차보고서에 이렇게까지 (돈의 용처가) 구체적으로 안 나오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배분지원 내역에 대해서라도 확인을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회계장부에서 ‘적요’는 계정에 대한 추가적 설명을 쓰는 곳이다. 이 재단의 2010년 5월 수입지출 장부에는 5월 24일자 ‘계정’ 란에 “기금배분지원비”라고 적혀 있고‘적요’ 란에 “2010마을교육공동체 지원사업 심사비”라고 쓰여 있었다. 즉, 적요에 기록된 내용은 추가적으로 기재되어 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장부 내에서 9009만 원의 사용처를 기록한 유일한 부분인 것이다.

    이후 ‘신동아’는 “‘심사비 9009만 원 건’에 대해 추가로 석명할 내용이 있으면 제시해달라”는 질의서를 아름다운재단에 발송했다.

    다음 날 아름다운재단은 박상증 이사장 직인이 찍힌 답변서를 통해 “9009만 원(의 용처를 밝히자면)은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주민의 자치적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자 20개 단체에 각 최대 500만 원 상당의 지원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9009만 원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심사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쓰였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재단은 같은 답변서에서 “심사비의 경우 지난 2010년 5월 20일 아름다운재단 배분위원회 배분심사위원들에게 심사비 27만 원을 지급한 바 있다”고 했다. 끝으로 답변서는 수입지출 장부에 ‘9009만 원 심사비’가 기재된 것에 대해 “담당자의 오기”라고 했다.

    답신을 받은 뒤 ‘신동아’는 이 재단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2010년 배분현황’ 자료를 검토했다. 그런데 이 자료는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사업’에 7897만8695 원을 배분했다고 기재해 놓고 있었다. 즉, “9009만 원을 마을교육공동체 사업비로 썼다”는 답변서 내용은 홈페이지에 공시된 이 사업 배분금액 7897만8695원과 맞지 않았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7897만8695원은 수혜 단체에 직접 지원되는 사업비를 모두 포함한 액수다.

    재단은 답변서에서 답변의 근거로 재단의 내부 문서인 지급결의서와 분개장 문서를 제시했다. 결국 이들 내부 문서에 기록된 금액과 인터넷 공시 자료의 금액도 다르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신동아’는 재단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수입지출 장부의 2010년 5월 20일자 입·출금 내역 229건을 살펴봤다. 그 결과, 답변서의 ‘5월 20일 심사비 27만 원 지급’과 같은 심사비 명목 출금이 1원도 없었다. 장부는 ‘홀로 사는 노인지원 기금수입 1000 원’ 등 1000 원 단위까지 기재하고 있었다. ‘심사비 27만 원’에 대해서도 답변서는 근거로 지급결의서와 분개장 문서를 제시했다. 이 역시 이들 문서의 내용과 인터넷 공시 장부의 내용이 서로 어긋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S 회계사는 ‘신동아’의 의뢰로 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입지출 장부의 ‘9009만 원 심사비’ 대목을 검토했다. 이어 재단 측의 ‘오기’ 답변에 대해 “장부 자체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저축은행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S 회계사의 설명이다.

    “언론이 수입지출 장부의 내용을 추궁하니 재단이 장부의 문구 자체가 잘못됐다고 한 것이라고요? 잘못됐다? 그게 잘못됐다고 하면 전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 있겠죠. 이 적요 내용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면 앞뒤로 있는 입원치료비 지원 문구도 잘못됐다고 볼 여지가 있죠. 장부 자체를 부인할 수 있는 중요한 멘트예요. 장부 자체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거죠.

    문구 자체로 보면 지원사업 심사비로 500만 원씩을 줬다는 거니까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할 때 적정성에 대해 외부에 심사를 의뢰해서 그 명목으로 돈을 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과다하게 지출해 고발당하고 했거든요. 심사도 형식적으로 하고 심사 주체도 특수 관계인이어서 돈을 빼돌리는 형태였습니다. 이런 경우로 유추할 수도 있겠죠.

    재단이 실제로 그랬다면 문구가 잘못됐다고 하면 안 됩니다. 문구가 잘못됐다고 하면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장부에 이런 기초 데이터를 입력하는 일은 담당 실무자가 합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실무자는 아무 생각이 없거든요. 보이는 대로 입력합니다. 예를 들어 실무자는 500만 원짜리 전표 같은 것을 보고 분명히 그대로 입력합니다. 심사비를 이상한 데 쓸 목적으로 했을 수도 있고. ‘9000만 원을 어디에 어떻게 써넣을까. 그냥 500만 원짜리, 400만 원짜리 등으로 20개 나눠서 써 넣자’고 전표를 했을 수 있고…. 아니면 실제로 심사비 명목으로 심사관들에게 나갔는데 심사는 허울이고 그랬을 수도 있고….

    이런 오기를 했다는 게 너무나 이상해 보인다는 거죠. 오기라는 게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주르륵 같은 날짜에 같은 명목으로 20건을 오기했다? ‘이게 다 틀렸다. 오기다. 잘못됐다’고 하는 거는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나 이상해요. 이거를 부인해버리면 ‘나머지도, 다른 경우도 틀릴 수 있다’고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거죠. 이렇게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요.”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2011년 12월 수입내역 및 2011년 12월 지출내역의 세부항목들 합산금액과 합계 항목 금액이 맞지않다.



    14억 원 안 맞아

    아름다운재단은 인터넷에 공시하는 또 다른 회계자료에서도 수입지출 내역을 엉터리로 기재했다. 이 재단 홈페이지 ‘월별 운영보고’에서 ‘2011년 12월 수입내역’이 기록돼 있다.

    여기서 12월의 ‘사업비용, 사업 외 수익’란에 △기금기부금수입(개별기금, 1% 후원금) 9억5829만1354원 △기금기부금수입(현물기부) 3273만7407원 △운영기부금수입 1억566만4723원 △자산운용수입 10억1282만6302원 △사업수입 -10만8180원 △기타수입 -254만2646원이라고 올렸다. 이어 ‘합계’ 란에 7억1357만790원을 썼다.

    S 회계사는 ‘사업비용, 사업 외 수익’ 란의 세부 항목을 모두 더한 액수와 ‘합계’ 란의 액수가 일치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그런데 세부 수입내역을 모두 더해보니 21억686만8960원으로, 합계액인 7억1357만790원과는 14억여 원의 차이를 보였다. 재단 홈페이지에 공시한 2011년 12월의 전체 수입액이 실제와 다르거나, 아니면 같은 달의 세부 수입액이 실제와 다른 것이다.

    재단 홈페이지 ‘월별 운영보고’란의 ‘2011년 12월 지출내역’도 엉터리 수치였다. 홈페이지에 ‘사업비용’‘사업외비용’‘법인세 등’으로 밝힌 금액을 모두 더한 액수는 19억5792만6299원. 그러나 홈페이지 ‘합계’ 란에 기재된 금액은 10억2619만6640원으로, 9억여 원이 맞지 않았다.

    S 회계사는 이 재단의 ‘2011년 12월 수입내역’ 및 ‘2011년 12월 지출내역’ 자료에 대해 “말이 안 된다. 회계자료를 이렇게 작성하면 안 된다. 진짜 이상하다. 합계가 말도 안 되는 숫자다”라고 말했다.

    이 재단의 ‘2010년 배분현황’ 자료에는 ‘취약계층 청소년 자립지원 사업’에 9억6000만 원을 배분했다고 되어 있다. 이어 사용처에 대해선“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와의 협력사업을 통해 20여 명의 청소년을 지원하였습니다”라고 했다.

    이 재단 홈페이지의 기록 방식에 따르면 연도별 배분현황에 사업 배분금액이 적혀 있으면 이 금액을 수혜자들에게 배분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하자센터 측은 ‘신동아’에 이 사업을 통해 실제로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지원된 금액은 2억여 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하자센터 관계자는 “나머지 금액은 센터의 ‘시드머니(종자돈)’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공지한 2010년 기금 사용내역과 실제 사용내역이 다르거나 공지내용이 심히 부정확해 보이는 것이다. 정확한 표현은 “9억6000만 원 중 2억여 원을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지원했고 나머지 금액은 하자센터가 시드머니로 갖고 있다”라는 내용일 것이다.

    이에 대해 하자센터의 다른 관계자는 “당초엔 9억6000만 원을 2년 내 모두 청소년들에게 지원하기로 사업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이 약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기부자, 아름다운재단 측과의 협의를 거쳐 늘려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0년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던 박원순 시장은 하자센터 측과 우호적인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부 문제 전문가는 “기부금품법에 의거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기관이라면 이런식으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2010년 배분현황자료에 기재된 취약계층 청소년 자립지원 사업 배분금액(9억6006만2500원)과 지원내역.

    모금 및 배분 방식 논란

    대한적십자사 등 여러 기부금 모금 단체는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안전부(행안부)나 지방자치단체(상대적으로 소액 기부금 대상) 등 관계기관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다. 이에 따른 후속절차로 배분대상자, 배분시기, 모금 및 배분관련 회계자료를 관계기관에 제출해 감독을 받아야 한다. 배분시기도 임의로 늘릴 수 없다.

    행안부에 따르면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해온 200여 개 지원 사업 중 행안부에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한 사업은 2012년 2월 현재 ‘우토로 마을 동포지원 기금’ 1건이었다. 서울시에 모집 등록한 사업은 4건이었다. 아름다운재단의 나머지 지원 사업은 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돼왔다. 이에 따라 이들 재단 사업은 관계기관의 회계 감독을 받지 않았다. 아름다운재단은 “회계감사를 계속 받고 있다”고 홍보해왔는데 이 때 회계감사는 주로 민간 회계 법인에 의한 감사였다.

    이 재단이 기부금품법의 적용을 받지 않은 것은 기부금품법의 등록 예외조항에 의거했기 때문이다. 재단 측도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대체로 인정했다. 기부금품법 2조1항은 “기부금품은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말한다”면서 “다만, 법인이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 모은 금액은 기부금품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서울교육대 교직원을 퇴임한 정영모 씨는 ‘신동아’에 “이 재단이 예외조항을 들어 기부금품법상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거액을 모금 및 배분해온 행위는 꼼수이자 불법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2011년 말 이 재단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아름다운재단과 행안부 간의 질의답변 내용을 공개하라고 행안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냈다.

    행안부의 정보공개청구서 답변 문서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사업인 1%나눔에 대해 “소속원에 해당하는 필요한 요건을 갖추거나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재단의 기부금품 모집 미등록에 대해 “행안부는 모집 등록이 되어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관리 감독을 수행한다. 등록되지 않은 기부금 모집에 대한 불법 여부는 모집대상 및 방법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2011년 9월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원장(오른쪽)과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결정발표후 포응하고있다.

    조상언 행안부 민간협력과 사무관은 “모집 등록을 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투명하다”고 말했다.

    ▼ 행안부 문건은 아름다운재단의 미등록 기부금품 모집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해 확정적으로 쓰지 않았는데….

    “저희는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사업에 대해) 서류상으로 본 거고 실제로 불특정다수에 대한 모집행위가 있었는지를 알지 못해요. (※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모집이 확인되면 소속원 예외 규정이 인정되지 않아 불법 모금이 된다.) 모집 등록을 안 한는 경우에 대해선 조사권한이 없거든요. 중립적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모집행위 물증이 잡히면 당연히 위법이죠.”

    ▼ 아름다운재단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면 이런 논란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명쾌해지는 거죠.”

    ▼ 그러면 아름다운재단은 왜 이러한 명쾌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거죠?

    “제가 말씀드릴 사안이 아닙니다.”

    ▼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고 기부사업을 하는 것이 모집 등록을 하지 않고 유사 사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투명하다고 볼 수 있나요?

    “투명하죠. 당연하죠.”

    ▼ 왜 투명합니까?

    “모집 등록을 하면 소속원이니 불특정다수니를 따질 필요가 없어요. 또한 모집 등록을 하면 기부금품법 규정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고 공개도 하고…. 법률상의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대로만 하면 보다 투명해지는 거죠.”

    S 회계사는 아름다운재단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회계자료들을 열람한 뒤 “1%나눔의 경우 어떤 달엔 모금액보다 배분액이 더 많고 잔액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재단 내부의 작성 문법을 연구하지 않은 일반인이 봐선 거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영모 씨는 “모집 등록을 하는 기부기관은 기부사업별로 회계처리를 하므로 회계자료가 단순명료하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은 200여 개 지원 사업을 한데 모은 회계자료를 내놓고 있어 난해하고 명확하지 않다. 수혜자에게 실질적으로 얼마의 금액을 지급했는지와 같은 정보를 분명하게 공시해주지 않는 경향이다”고 평했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11월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름다운재단의 기부금품 모집 미등록 건과 관련해 “저희들이 공익법인으로 등록을 했죠. 등록을 하지 않고 어떻게 모금을 합니까”라고 답했다.

    국민으로선 아름다운재단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계속 해온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박 시장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과는 무관한 ‘재단법인(공익법인) 등록’ 사실을 들어 “등록했다”고 말한 것이다. 본질적 문제를 희석시키는 이런 트릭인지 레토릭인지가 여론에 먹혀 아름다운재단의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 재단 국장은 ‘신동아’에 기부금품법의 모집등록 예외조항(2조1항)을 거명하면서 이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기금을 모금 및 배분하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의 200여 개 기금 전부를 등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등록이 필요한 기금은 등록한다고 했다.

    ‘재단 투명성 검증 받아야…’

    아름다운재단은 “투명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으며 모금과 배분을 모두 수록한 회계장부까지 공개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 재단은 홈페이지 ‘지향과 가치’ 란에서 투명성의 구체적 담보물로 ‘월별 수입지출 장부 공개’를 적시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바로 이 장부에서 허위인지 심각한 오기인지 불일치가 발견되고 있다. 다른 회계자료에서도 엉터리 수치들, 의혹을 살 만한 점들이 나왔다.

    또한 아름다운재단의 투명성이 구조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재단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깨끗한 기부”라고 선전하는 것과 달리, 이 재단의 투명성 정도는 기부금품법에 따라 감독을 받는 말없는 일반 기부기관들의 투명성 정도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게 관계당국 등의 평가였다.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원장은 아름다운재단의 성장과 함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재단이 그간 모은 1000억 원대의 돈은 따지고 보면 모두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런 기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다면 그 어떤 사안보다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회계장부 엉터리 작성해놓고 ‘아름다운 기부’ 선전
    < 반론보도문>

    아름다운재단은 신동아 2012년 8월호의 ‘박원순 안철수의 아름다운 재단 대해부’ 기사와 동아일보 7월 18일자 ‘아름다운 재단 회계처리 곳곳 오류‘ 기사와 관련해 반론을 알려왔습니다. 재단은 “기부사업 심사비로 9009만 원을 지출했다는 의혹은 세부 증빙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해당 금액은 심사비가 아닌 지원사업비로 전액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에 올린 수입지출장부 적요란에 사업비를 심사비로 오기(誤記)한 실수가 있었지만 재단의 전체 회계처리 부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알려왔습니다. 재단은 “재단이 하자센터와의 협력 사업을 통해 9억6000만 원을 배분했지만 실제로 2억여 원 정도만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실제 모든 기부금이 해당사업에 전액 사용되었거나 사용할 예정임이 확인됐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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