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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CIENCE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염력(下)

  •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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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것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놀라운 초능력을 선보인 바나첵이 바로 스티븐 쇼라는 점이다. ‘바나첵’은 쇼가 마술 공연을 할 때 쓰는 예명이었다. 바나첵이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 나와 보여준 염력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했던 것이다.

바나첵의 염력이 방송으로 소개된 후 인터넷에는 그의 트릭을 본뜬 금속 휘기 염력 동영상이 많이 올라왔다. 바나첵처럼 감쪽같이 수저를 휘는 모습을 보여주는동영상도 많았다. ‘수저 휘기’엔 여러 가지 기법이 있으므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연출된 동영상만 갖고는 어떤 트릭을 사용한 결과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동영상들은 입증하고 있다.

수저 휘기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유리 겔러다. 그는 1980년대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수저 휘기 붐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유리 겔러도 마술 트릭을 써서 그런 장면을 보여준 것일까. 필자는 그도 분명 그랬을 것이라 믿는다.

유리 겔러는 최근 한 쇼에서 염력으로 나침반 바늘을 움직이는 과정을 실연하다가 손가락 사이에 숨긴 자석이 들통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이로 미루어 숟가락 휘기를 포함해 그동안 그가 무대에서 보여준 초능력은 대부분 트릭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리 겔러는 “내가 초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때나 자유자재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기에 부득이 쇼 무대에서는 트릭을 사용할 만반의 준비까지 한다”고 항변한다.

제임스 랜디와 같은 마술사들과 주류 학자들은 그의 초능력을 의심한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초능력자라고 믿는 학자도 적지 않다. 영국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 물리학과 데이비드 봄 교수가 대표적이다.



데이비드 봄은 아인슈타인의 사상적 계승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마지막 제자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몇 년간 아인슈타인과 함께 프린스턴대 고등과학원에서 연구했다. 이때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에서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적 성격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코펜하겐 학파와 전혀 다른 결정론적 해석을 내놓았으며 오늘날 대표적인 과학철학자 중 한사람으로 손꼽힌다. 데이비드 봄은 겔러의 염력을 철석같이 믿었다. 겔러가 휘어놓은 열쇠를 신주단지처럼 보관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물리학 천재가 사기꾼한테 단단히 속았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 세계 유수 대학의 물리학자들이 유리 겔러를 피실험자로 해 여러 가지 염력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모아 ‘겔러 논문들(Geller Papers)’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논문집을 내기도 했다. 만일 겔러의 염력이 모두 트릭에 의한 것이라면 이 논문집에 실린 논문도 모두 엉터리일 것이다. 유명한 과학자들이 겔러의 트릭에 속아넘어갔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 논문집에는 워싱턴대 맥도넬 연구소에서 실시한 엉성한 실험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실험이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금속 휘기’에 제공된 금속들 중 일부가 특정 연구소의 특정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것들이며, 이들 금속에 일어난 변화가 단순히 손으로 휘거나 부러뜨려서는 생길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실려 있다. 다음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겔러 논문들’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초능력의 비밀을 파헤친 채널A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의 한 장면.

1973년 미국 화이트오크 연구소의 해면 무기센터(Naval Surface Weapons Center)는 자체 개발한 니티놀(nitinol)이란 합금으로 유리 겔러의 염력을 실험했다. 니티놀 합금은 니켈과 티타늄이 5.5:4.5 비율로 섞인 물질로 형상기억합금의 일종이다. 당시는 형상기억합금 개발 초기라 일반인은 그런 물질의 존재조차 알기 어려웠다. 실험팀은 유리 겔러에게 이 물질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따라서 유리 겔러는 이 물질이 어떤 상태가 되도록 해야 자신의 염력을 증명할 수 있는지 사전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마술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트릭의 기본적인 요건을 전혀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실험자가 두 손으로 직경 0.5mm 니티놀 줄을 잡고 있는 동안 유리 겔러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20초쯤 문질렀다. 그러자 원래 일직선이던 줄의 한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니티놀은 형상기억합금이므로 변형된 니티놀 줄을 끓는 물에 넣으면 원래의 일직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실험자가 변형된 니티놀 줄을 끓는 물에 집어넣자 직각으로 굽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1974년 미국의 여러 국책 연구소에서 유리 겔러의 염력 실험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영국 런던대 물리학자들이 그를 영국으로 초청해 실험을 했다. 실험을 주도한 이들은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 물리학과 교수 존 해스테드, 데이비드 봄과 킹스칼리지 수학과 교수 존 테일러 등이었는데, 특히 버크벡 칼리지의 실험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방사능을 검출하는 장비인 가이거 계수기를 실험에 이용했다. 방사능 물질에서 방사되는 감마선이나 베타선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계수기 수치는 높아진다. 실험자들이 미리 준비한 방사능 물질을 가이거 계수기에 갖다대자 초당 25회에 해당하는 신호가 감지됐다. 다음엔 유리 겔러에게 그 장비를 두 손에 잡게 하고 신호가 나타나는지 살폈다. 유리 겔러에겐 신호 유무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2분쯤 지나자 초당 25회의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다음 16분이 지나 또 하나의 신호가 나타났고, 다시 5분 후 유리 겔러가 손이 간지러운 느낌이 있다고 하자 초당 25회의 신호가 나타났다. 다음날 실험에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실험자들은 유리 겔러에게 좀 더 강한 신호가 나오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그 즉시 초당 200회나 되는 엄청난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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