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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제특구 파고들어 평양 무너뜨려라

동아시아-서태평양 Great Game, 한국의 묘수는?

  • 장량(張良)│재중(在中) 외교안보전문가·정치학박사

北 경제특구 파고들어 평양 무너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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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제특구 파고들어 평양 무너뜨려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3월 11일자 3면에 실린 노농적위군의 훈련 광경.

반면 중국은 북한을 해양세력의 침공으로부터 방어해줄 외곽의 참호 정도로 여긴다. 중국은 또한 해양세력으로부터의 위협이 사라지면 북한이 아무리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더라도 랴오닝성의 선양(瀋陽), 산둥성의 지난(濟南) 군관구 및 칭다오(靑島)의 북해함대 병력을 동원해 언제든지 일거에 타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현재의 북·중 관계는 ‘국익 불일치 하의 일치’ 내지 ‘전략적 이해관계 불일치하의 일치’라는 모순에 처해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대만과 동중국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중 간 전략적 이해관계의 불일치는 북한의 생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적대적인 외부환경에 둘러싸인 데다 극도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보통 국가였다면 이미 몇 번을 붕괴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북한은 가을철 영양분 공급이 줄어든 미루나무가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잔가지를 고사시키며 긴 겨울을 견뎌내듯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면서 생존해 가고 있다. 보유한 모든 에너지를 수도 평양과 핵무기, 미사일이라는 전략무기 부문에 집중해 1990년대 초부터 계속돼온 ‘붕괴설’을 딛고 살아남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을 절감한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안보를 확고히 한 다음에야 경제발전도 가능하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최근 북한은 ‘핵무장 후 경제발전’이라는 안보-경제 병진정책을 선언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위협 대상으로 여기는 미국, 한국 등에 대해 핵무장을 통한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생존 수단인 동시에 흥정 수단으로도 사용해왔다. 미·중 간 상충되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이용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정치·경제적 지원도 받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독립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대중(對中) 의존을 줄이기 위해 미·일에도 접근하고 있다.

한반도 겨냥한 중국군

김정일이 미·일과 수교하려 한 것이나 외무성 부상 김계관과 북미국 부국장 최선희가 “북한은 미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한 데에는 북한이 처한 지전략적(地戰略的·geo-strategic) 우려가 반영돼 있다. 김계관 부상은 2007년 3월 뉴욕에서 “북·미 관계가 정상화 되면 북한은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최선희 부국장은 2012년 3월 시라큐스 대학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주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핵우산을 씌워주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미·중 간의 전략적 길항(拮抗)을 이용해 생존을 유지해가려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은 분명히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서태평양 주둔 미군이 없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이나 북한도 마음대로 다루려 할 것이다. 그만큼 동아시아-서태평양 주둔 미군은 중국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물론 주일미군은 일본의 재무장 속도를 늦추는 기능도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군의 존재는 중국으로 하여금 수도 베이징 외곽의 환발해만과 만주를 지켜주는 참호인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약점에 기대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중국군이 지난해 12월 14일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최신형 전투기를 배치했으며, 한반도 작전에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지상군 병력 30만 명을 포진시켜 놓았다고 보도했다. 아직도 중국 내부에서는 외부세력의 침공에 맞서 북한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북한의 군사안보적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은 동맹국을 지켜주는 역할뿐 아니라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겠다.

북한 경제는 일부 군수 분야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권 생존을 위해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난 극복을 추진하고 있으나 발전한 동족국가 한국의 존재와 체제의 취약성으로 인해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주저해왔다. 북한은 한국의 우월성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강화할 경우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한은 한국과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협력을 하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최근의 개성공단 잠정 폐쇄 사태가 보여주듯이 체제 안보에 대한 우려가 생기면 한국과 경제협력을 중단하거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이 때로 심술을 부리고 억지 주장을 하더라도 인내하고, 또 인내함으로써 낚시꾼이 물고기를 낚듯이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이 던지는 미끼를 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해가야 한다. 1970~80년대 동독은 서독이 추진한 동방정책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으나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서독의 경제지원이 필요했던 까닭에 서독의 전략에 말려들었고 결국 흡수당하고 말았다.

북한이 중국에 활용 가치가 있는 이상 북핵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생존과 위신이 걸린 핵무기 등 군사안보 문제를 맨 앞에 내세워서는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여러 번 개최되고 강경과 온건을 오가는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북한은 오히려 핵무장 및 미사일 능력과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이른바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했을 정도다. 서로를 위협으로 보고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는 덜 민감한 경제가 민감한 정치·안보 부문을 추동해나가게끔 해야 한다. 그리고 만주 개발에 대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증진을 통해 한국과 만주 사이에 끼어 있는 북한의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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