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재충전, 내수 활성화 기대 인건비 상승, ‘휴일 양극화’ 우려

대체휴일제

  •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hahus@hri.co.kr

    입력2013-05-22 15:0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재충전, 내수 활성화 기대 인건비 상승, ‘휴일 양극화’ 우려

    주말 오후 서울 강북구 북서울 꿈의 숲을 찾은 가족들.

    대체휴일제란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면 평일 중 하루, 일반적으로 월요일을 쉬게 하는 제도다. 이는 공휴일 수를 현행보다 늘린다기보다 이미 규정돼 있는 연간 15일의 공휴일 수를 매년 동일하게 유지하려는 취지다.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매년 평균 2일 안팎의 대체휴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도 정확하게 대체휴일제는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의 휴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은 월요일 공휴일제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처럼 법정공휴일을 특정 날짜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몇째주 월요일’로 정함으로써 대체휴일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일본은 ‘해피먼데이(Happy Monday)’ 제도를 도입했는데,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월요일에 쉬도록 한다. 중국도 총휴일 보장제를 시행해 주말과 겹친 휴일을 일수로 보장한다.

    내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대체휴일제가 최근 들어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은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40개 국정과제의 하나로 대체휴일제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대체휴일제와 방학분산제 등을 관광산업 육성 방안에 추가하면서 이슈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대체휴일제 활용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대체휴일이 발생하면 이를 휴가 여행으로 활용하겠다는 사람이 약 70%에 달한다(휴가 여행으로 활용하겠다는 사람 69.8%, 그러지 않겠다는 사람 30.2%). 이 같은 설문 결과는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내수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국민의 여행 빈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업을 중심으로 음식이나 숙박업 등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약 10만 개 이상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선진국의 사례 분석을 살펴봐도 휴일을 매개로 소비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가 순환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경우가 많다. 일본은 휴일을 국내 관광 수요를 확대하는 등 내수 활성화의 주요한 방법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2~6주의 장기 휴가와 5~7일의 장기 연휴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정책을 실시해 소비 활성화를 모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후 유통업이나 여행업 등 연관 산업의 매출이 신장됐으며, 휴일 정책의 내수 활성화 효과는 일반적인 경기부양책보다 높다는 의견도 많다. 휴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간소비를 활성화함으로써 내수가 진작된다면 국내 기업들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대체휴일제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창조경제’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일을 많이 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1년 기준 연평균 근로시간이 약 2090시간으로, 동유럽의 폴란드나 헝가리 등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이 약 1770시간이므로, OECD 평균보다도 거의 300시간 이상 더 일하는 셈이다. 1400시간대인 프랑스나 독일 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며, OECD 국가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일을 가장 많이 한다.

    그렇다고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도 아니다. 노동자 한 명이 시간당 3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가가치만을 창출하고 있다. OECD 선진국인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은 50달러를 약간 넘고, 이탈리아도 40달러를 넘은 현실을 볼 때 우리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노동 부가가치가 낮은 나라는 폴란드, 터키,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결국 장시간 일을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휴일을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자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점은 잘 드러난다.

    경영부담 가중 우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재충전의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에 매몰되는 근무 형태로는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대체휴일제를 통해 근로자에게 적당한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충전의 기회를 부여해 창의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창조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직장인의 가치관도 과거와는 달리 직장에서의 업무와 일상의 삶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려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휴식을 통해 삶의 질도 되찾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는 능력개발 기회를 가로막아 노동생산성 하락을 초래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삶의 질도 저하시킬 수 있다. 업무능률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이루기 위해서 대체휴일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휴일을 임금 상승이나 생산 손실 등과 같은 비용 부담 측면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기업들이 대체휴일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도 경영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근무일수 감소에 따른 직접적인 매출액 하락과 인건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대체휴일제를 실시하더라도 이를 감내할 경쟁력이 있지만, 다른 상당수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력 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대체휴일제나 정년연장제 같은 제도들이 많은 부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기업의 부담을 도외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인건비 문제로 인해 경영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중소기업 등의 입장을 고려해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주는 배려도 병행돼야 하며,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존 휴일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대체휴일제로 인한 휴일 양극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 직원의 경우 대체휴일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 노동자의 경우 과연 대체휴일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현재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에 따른 혜택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어 대체휴일제가 휴일마저 양극화하는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얘기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체휴일제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녔지만, 감안해야 할 단점도 갖고 있다. 따라서 관련 법을 시행하기에 앞서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대체휴일제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처음 적용할 수 있는 대체휴일은 2015년 3·1절이다.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법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노·사·정(勞使政) 큰 틀에서 경제주체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노동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체휴일제를 통해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더욱 열심히 일하는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국가 전체 차원에서 유익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논점 2013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