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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리는 유연성으로 쇼트 게임은 동물적 감각으로”

골프방송 진행자 김재은 KLPGA 프로

  • 글·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비거리는 유연성으로 쇼트 게임은 동물적 감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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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리는 유연성으로 쇼트 게임은 동물적 감각으로”

김재은 프로는 퍼팅할 때 자세보다 ‘동물적 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번홀(파4)은 페어웨이가 오른쪽으로 90도 꺾어지는 도그레그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직선으로 200m 지점에 OB 말뚝이 있다. 드라이브샷은 직선으로 간다 해도 자칫 OB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드라이버로 페이드샷을 구사하거나 아이언 클럽으로 짧게 쳐서 세컨드샷을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른쪽엔 그린 앞까지 워터 해저드가 이어지고, 페어웨이 중간엔 긴 샌드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김 프로는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 해서 공을 180m 정도 보내고, 아이언샷으로 ‘온 더 그린’에 성공했다. 기자도 그의 전략을 따랐으나 경사진 라이(lie)에서 세컨드샷을 실수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클럽 선택을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신감 없이 스윙한 탓이다.

“실수한 뒤 당황하지 않으려면 결과를 예측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드레스 자세에 들어가면 확신을 갖고 그 샷에만 집중해야 해요. 평소 8번 아이언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가 남아 있을 때 앞바람이 분다고 가정해봐요. 7번 아이언을 잡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결정을 못하고 어정쩡한 마음 상태에서 샷을 하면 어김없이 실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골프에선 의외의 실수가 있으면 의외의 버디도 생겨요. 자신감이 최고의 무기입니다.”

후반 7번홀 파4, 327m. 김 프로는 호쾌한 드라이브샷에 이어 깔끔한 아이언샷으로 공을 깃대 가까이 붙였고, 안정된 퍼팅으로 버디를 낚았다. 기자가 먼 거리 퍼팅을 놓치자 김 프로는 ‘동물적 감각’ 이론을 설파했다.

“특히 먼 거리 퍼팅일 경우 불편한 자세를 취하며 긴장하는 것보다 동물적 감각을 믿고 퍼팅하는 게 거리감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요. 골프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있는데요. 일정 기간 A집단에게는 퍼터의 원리, 자세 등을 학습시켰고, B집단에게는 아무런 설명 없이 퍼터와 공을 갖고 자유롭게 놀게 해서 두 집단을 비교했어요. 어느 쪽이 더 나았을까요? 뜻밖에도 B집단의 성공률이 더 높게 나왔어요. 쇼트 게임을 할 때는 본인이 가진 감각에 최대한 의존하는 게 좋아요.”

김 프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서울 서초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서일중·서초고를 다니며 골프 선수 생활을 했지만 특기자 전형이 아니라 수능 시험 성적으로 단국대에 진학했다. 입시 고민에 빠져 있을 무렵 홀인원을 기록해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鬪 病 아버지와의 라운드

KLPGA 정회원이 된 건 석사학위 취득 뒤인 2003년으로 27세 때였다. 김 프로는 김미현, 강수현 등 동갑내기들보다 투어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2004년 탤런트 최재원 씨와 결혼해 딸 유빈 양을 낳았다. 유빈 양은 요즘 아빠와 함께 SBS ‘스타주니어 붕어빵’에 출연하고 있다.

“대학 진학 뒤 잠시 골프를 하지 않고 공부만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버지가 몹시 서운해 하셨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 선택이 잘된 것 같아요. 꾸준히 공부하지 않았다면 골프 강의와 방송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사실 골프 선수로 성공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골프에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딸에겐 골프 시키지 않으려 해요(웃음).”

김 프로는 자신을 골퍼로 길러준 부모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시했다. 그가 생애 최고의 라운드로 꼽은 건 프로 대회가 아니라 아버지와의 라운드였다. 2011년 아버지가 위암 판정을 받은 뒤였다.

“의사들은 위 절제를 권했지만 아버지는 위 없이 사는 삶이 싫다고 거부했어요. 결국 3개월마다 시술하는 방식을 택했고, 1차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회복됐을 때였지요. 미국에 사는 오빠가 잠시 귀국하자 아버지는 아들, 딸과 골프 라운드를 하고 싶어 하셨어요. 원래 아버지는 장타자에 기술도 좋았던 분인데 그날은 비거리도 짧고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셨죠. 너무 슬픈 라운드였지만 골프를 통해 가족이 한마음이 된 잊을 수 없는 라운드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아 즐기는 삶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김 프로는 그 마음을 다 드러내기가 쑥스러운 모양이다.

“그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요. 저는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가장 부러워요. 골퍼는 추울 때는 추운대로, 비 올 때는 비 다 맞고 운동해야 하잖아요(웃음).”

“비거리는 유연성으로 쇼트 게임은 동물적 감각으로”

김재은 프로의 스윙 동작은 물 흐르듯 유연하다. 특히 피니시 동작이 매끄럽다. 김 프로는 “임팩트 때 클럽 샤프트가 활처럼 휘기 때문에 손에서 힘을 빼야 헤드가 쭉 뻗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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