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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홀푸드마켓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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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자 혼자 먹어치우던 파이를 고객과 직원, 공급업자는 물론 지역사회와 환경에까지 나눠줘야 한다면 짜증나고 골치 아프다. 보통은 “파이부터 키워놓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나눠 먹어야 파이가 커진다.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제공한다.
  • 도덕군자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대형 식품판매점 홀푸드마켓이 경험으로 확인한 바다.
‘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미국 정부가 3월에 연방정부 허가 없이도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이용한 식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자 백악관 앞에서 시작한 반발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GMO 생산을 중단시키든지 아니면 GMO 표시를 의무화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미국 식품제조업협회는 “GMO 표시를 의무화하면 GMO 식품이 일반 식품과 다르거나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항변한다.

현재 유럽연합과 영국 일부 지역이 GMO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미국은 GMO 표시 요구가 먹혀들지 않는 철옹성이나 다름없다. 거대 농업기업과 관련 이익단체들의 막강한 로비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가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대형 식품판매점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늦어도 2018년까지 GMO 관련 표기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식품 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홀푸드마켓이 GMO 표기와 관련한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몇 해 전 월마트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젖소에게서 짠 우유 판매를 중단하자 젖소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일이 크게 줄어든 일에 비유했다.

홀푸드마켓의 이번 발표가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나, 홀푸드마켓은 전적으로 자본주의적 사고에 입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발표 당시 홀푸드마켓 관계자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GMO 관련 표시에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봤다”며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GMO를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다고 표시했을 때 매출이 15% 늘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GMO 식품의 위해성 여부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원한다는 사실이 매출로 확인되고 제조업체도 지지하는 이상 업계 흐름을 거스르더라도 GMO 표시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홀푸드마켓은 1980년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시작해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총 352개 매장을 갖고 있다. 직원은 7만4000여 명. 2012 회계연도에는 1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엔 아직까지 점포가 없으나, 몇몇 국내 기업이 홀푸드마켓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포천’ 선정 ‘일하기 좋은 기업 100’에 16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기업 평판도 꽤 좋은 편이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 업체 해리스인터랙티브가 2월에 펴낸 2013년 기업평판지수 보고서에서 홀푸드마켓은 아마존, 애플, 구글 등에 이어 7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 중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11위와 27위를 기록했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런던 하이스트리트 캔싱턴의 홀푸드마켓.

홀푸드마켓은 자본주의 폐해가 부각되는 요즘, 그 해결책 또한 자본주의임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홀푸드마켓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인 존 매키는 올 초 벤틀리대 라즈 시소디어 교수와 함께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가 가짜 자본주의로 인한 것이며, 진정한 자본주의의 ‘영웅적인 힘’이 발휘될 때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자본주의는 고객과 직원, 투자자, 지역사회, 공급자, 환경 등 모든 이해당사자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보다도 훨씬 적극적인 관점이다. 빌 조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매키 CEO의 이 같은 시각이 또 다른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 창출 개념과 딱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매키 CEO가 ‘진정한 자본주의’에 대해 얘기하지만, 사실 그는 어디서도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다만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선순환 가능성을 접했다. 그리고 최악의 순간 체험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그 역시 1970년대엔 다른 젊은이들처럼 정부와 기업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래서 여러 협동조합운동에 참여했으나 그마저 한계를 느꼈다. 정부는 무능하고 기업은 사악하며 협동조합은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 무렵 하이에크, 미제스,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책을 섭렵하면서 자본주의와 비즈니스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본질적으로는 선하고 윤리적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건강에 좋은 식품을 공급하면서 경제적 여유를 누리고, 무엇보다 그 두 가지 목표를 즐겁게 성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직접 창업에 나선 것이다. 1978년 여자친구와 함께 4만5000달러를 들여 ‘Safer Way’라는 자연식품 판매점을 열었다. 그리고 2년 뒤 같은 업종의 다른 점포와 합치고 공간도 넓히면서 ‘홀푸드마켓’으로 이름을 바꿨다.

1981년 5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전몰장병추모일(Memorial Day)인 이날 텍사스 주 오스틴에 70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덮쳤다.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홀푸드마켓도 매장 전체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피해액은 40만 달러에 달했고, 저축해놓은 자금이나 가입해놓은 보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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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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