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재포스 Zappos

  • 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3-06-19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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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기업이 ‘고객 행복’을 강조하지만 소비자는 진정성을 의심한다.
    •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말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직원과 고객 모두 불행해진다. 온라인 쇼핑몰 재포스닷컴은 전 직원이 ‘행복한 행복배달부’가 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 결과 아마존닷컴도 두 손을 들었다.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인터넷으로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는 시대라지만, 낭패를 볼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신발이 그렇다. 표준 규격에 딱 맞춰 제작한 신발이라도 폭이나 높이가 발에 안 맞아 불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싸니까, 가만히 앉아서 주문하면 되니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클릭’했다가는 신발장에 모셔두거나 반품 배송료만 날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어떻게 신어보지도 않고 신발을 주문한단 말인가.

    미국의 온라인 신발·의류 쇼핑몰 재포스닷컴(Zappos.com)은 사람들의 이런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려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객은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신고 입어볼 권리가 있고, 더욱이 집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1년 내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고객센터(contact center) 전화 상담에 자본과 인력 등 회사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역발상으로 수많은 고객 감동 사례와 함께 재구매율 75%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창업 10년 만인 2008년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재포스는 이듬해 아마존닷컴(Amazon.com)에 12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아마존이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다. 그러나 아마존의 재포스 인수를 두고 ‘먹고 먹히는’ 관계로 해석한 이는 드물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재포스의 고객 감동 서비스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독특한 기업문화의 가치를 아마존이 인정하고 배우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재포스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셰이(39)는 “인수나 매각이라는 표현보다 ‘재포스와 아마존이 눈이 맞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재포스와 아마존의 결합에 대해서는 셰이가 직접 쓴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에 자세히 나오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아마존은 첨단 기술을 기초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애써왔으나 세계 최고의 고객 중심 기업이 되기 위해선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방법을 모색하던 아마존의 레이더망에 재포스의 고감도 서비스가 포착됐다. 때마침 단기적인 성과를 무시하지 못하는 주주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고객 감동 서비스에 주력하고 싶었던 재포스는 아마존에 호감을 갖는다.



    그러나 재포스는 아마존이 내민 손을 덥석 잡지 않았다. 아마존의 현금 인수 방식을 거부하고, 재포스 주주와 투자자들이 재포스 주식을 아마존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재포스의 경영진과 직원들은 그대로 남았으며 브랜드와 문화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재포스는 아마존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로서 아마존의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독립 경영도 보장받은 것이다.

    파격적인 조건에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얻은 재포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22억 달러 수익을 기록했고, 2009년부터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신발을 사기 위해 재포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경영대학이나 경제연구소 등에선 재포스의 사례를 심심찮게 다룬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 실적도 좋아진다는 것을 재포스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2007년 한 여성이 재포스에서 어머니의 신발을 구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며칠 후 이 여성에게 재포스로부터 e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 발에 잘 맞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여성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신발을 반품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재포스에선 “택배 직원을 댁으로 보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왔다.

    고객과 6시간 통화도 OK

    ‘무료 반품’이 재포스의 원칙이기는 하지만 택배 신청은 고객이 해야 한다. 그런데 고객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 재포스에서 직접 택배 직원을 보낸 것이다. 다음 날 이 여성에게 아름다운 꽃다발이 배달됐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위로하는 내용의 카드엔 ‘재포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여성은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다”며 블로그 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얼마 전 국내 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 직원의 친절한 통화 사례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동통신사 이름을 못 알아듣고 “목욕탕에 불났다고?”를 반복하는 할머니에게 끝까지 침착하게 응대한 고객센터 직원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낸 이가 많았다. 이 통화에 걸린 시간은 2분45초. 그런데 재포스 고객센터엔 자그마치 6시간 동안 고객과 통화한 직원의 기록이 있다. 그렇게 긴 통화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직원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성장과 배움을 추구하는 재포스의 사내 도서관(왼쪽)과 직원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재포스 사무실.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올가을 재포스 본사가 이전할 라스베이거스 시내에는 도시 재건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전화 응대가 친절하고 유연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배제하고 기업의 의견을 일관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건 여전하다. 반면 재포스 고객센터엔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하루에 소화해야 할 목표 상담 건수도 없고, 고객 응대 스크립트 같은 것도 없다. 전화를 받는 직원의 개성과 전화를 거는 고객의 문의와 요구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고객 접촉 수단도 전화뿐 아니라 e메일과 실시간 채팅 등 다양한 채널을 열어놓았다.

    원칙은 단 하나,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재량껏 할 수 있다. 반품을 원하는 고객에게 꽃과 카드를 보낸 것도 이 같은 원칙과 자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CEO 셰이는 “많은 기업이 콜센터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콜센터가 언젠가 열릴 커다란 기회의 보물창고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화 통화하는 시간만큼은 고객의 관심을 독점함으로써 당장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재포스 웹사이트의 모든 페이지 상단엔 24시간 상담 가능한 고객문의 전화번호가 커다랗게 떠 있다.

    그렇다고 재포스 고객센터 직원들이 철저하게 ‘을’의 자세를 취하는 건 아니다. 고객이 판매와 상관없는 질문을 해도 진지하게 답하고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무례하거나 어떻게 해도 만족시킬 수 없는 고객이라고 판단되면 무시해도 좋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신입사원 교육 절반은 고객응대

    사람은 받은 만큼 베풀게 마련이다. 직장에서 홀대받는 직원이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기 어렵다. 재포스는 ‘존중받는 직원이 고객을 존중한다’는 생각을 경영 전반에서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재포스 고객센터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고객센터 근무만 계속 열심히 해도 관리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임금체계도 갖추고 있다. 고객서비스가 엄연한 전문직이며 고객센터가 평생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재포스가 2004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본사를 라스베이거스 인근으로 옮긴 것도 순전히 고객센터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많은 샌프란시스코 구직자들에게 고객센터 근무는 잠깐 거치는 아르바이트일 뿐 열정을 쏟아부을 직업으로는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포스는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네바다 주로 본사를 옮겼다. 현재 재포스 고객센터 직원은 400명이 넘는다.

    고객센터가 재포스의 핵심 부서인 만큼 재포스의 다른 부서 직원들도 모두 입사와 동시에 고객센터에서 고객 상담을 경험한다. 4주간의 신입사원 교육 기간 중 절반을 고객센터에서 보낸다. 지원한 부서와 상관없이 타이핑 속도나 웹서핑 능력도 측정한다. 모든 직원이 고객 서비스 정신을 체화하고 필요한 기술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재포스의 무료반품 원칙이나 24시간 고객 상담에 반해 아마존이 거금을 들인 건 아니다. 이런 시스템은 사실 어느 기업이나 마음먹으면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마존이 굳이 큰 비용을 치르며 재포스를 인수한 것은 재포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 때문이다. 재포스에서는 기업문화를 매우 중요시한다. “문화를 제대로 가꾸면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표방하는 브랜드 구축이나 그 밖의 모든 과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게 CEO 셰이의 생각이다. 기업이 생존하는 데 문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임을 그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유학 온 대만인 학생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셰이는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IT 기업 오라클이었다. 어렵지 않은 일을 하면서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최고라고 여기고 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돈이 아무리 좋아도 지루한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 시절 룸메이트와 웹사이트 제작 대행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문득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낸다. 웹사이트 간 배너 광고 교환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를 바탕으로 1996년 설립한 ‘링크익스체인지(LinkExchange.com)’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년이 채 안 돼 야후 공동 설립자 제리 양으로부터 2000만 달러에 매각하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여 만인 1998년에 2억6500만 달러를 받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겼다.

    기업 사활은 문화에 달렸다

    201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셰이는 당시 매각을 결정한 건 돈 때문이 아니라 기업문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기업문화가 완전히 기울고 있었다. 처음 회사를 시작했을 때는 직원이 10명 남짓이었어도 여느 닷컴 회사들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낮없이 즐겁게 일했다. 책상 밑에서 쪽잠을 자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직원이 100명으로 늘어나자, 회사에 꼭 필요한 기술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했음에도 일하는 게 즐겁지 않았다. 아침에 알람시계가 여러 개 울려대도 이불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회사에 대한 흥미나 열정이 사라져버렸다. 창업자인 내가 그 정도이니 직원들은 어땠겠나. 그래서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기업문화에 전혀 신경을 안 썼고 기업문화가 중요한지도 모르던 때”라며 “2000년 재포스에 합류한 뒤에는 링크익스체인지에서 했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와 재포스의 인연은 사실 투자자와 벤처기업 관계로 시작됐다. 그는 링크익스체인지를 매각한 뒤 벤처투자회사를 차려 30여 개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재포스도 그중 하나였다. 5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가 닉과 프레드 등 재포스 사람들의 열정에 매료돼 더 많은 재산을 쏟아 붓고 직접 경영에까지 나섰다.

    2000년 당시 신발만 판매하던 재포스 매출은 160만 달러였다.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릴 때도 셰이는 모든 고민을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사기를 북돋웠다. 재포스가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 자금난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이었다. 창업 초기 투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모든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포스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멈추고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유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가격을 깎아주지는 못해도 배송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만족도를 높였다.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상품이 이틀 만에 도착하자 고객들은 감동해서 “친구들에게 재포스를 추천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니 고객 스스로 재포스 홍보대사로 나선 것이다. 자금난 속에서도 공항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를 갖춰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배송 기간을 단축하니 광고를 하지 않아도 매출이 급증했다. 2001년 860만 달러에서 2002년 3200만 달러로 급증하고, 2003년에도 그 두 배가 넘는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래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매출이 상승세를 타자 셰이는 직원들에게 재포스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는지 물었다. 대부분 “신발에서 옷이나 액세서리로 품목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말했다. 셰이는 “단순히 옷이나 신발을 파는 회사는 지루하지 않으냐”며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어때요?” 하고 되물었다. 직원들은 단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전을 추구하려는 회사의 방향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재포스는 ‘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해 2010년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고객센터 직원 확보를 위해 본사를 네바다 주로 이전하고, 기업의 핵심가치를 만드는 작업에 가장 큰 무게가 실렸다. 셰이는 1년 동안 전 직원을 상대로 재포스가 무엇에 가치를 둬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수없이 많은 의견교환과 토론 끝에 ‘서비스를 통해 인상적인(wow) 경험을 선사한다’등 10가지 핵심가치를 결정했다.

    사실 핵심가치를 만든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중요한 건 재포스가 핵심가치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고, 모든 결정에서 핵심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핵심가치가 추려지자 재포스 인사팀은 핵심가치 하나하나에 부합하는 인터뷰 질문 항목을 개발했다. 핵심가치를 근거로 직원 채용 및 해고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퇴사 권유와 파이프라인

    재포스는 직원 채용 때 두 종류의 인터뷰를 한다. 하나는 인력이 필요한 부서의 관리자가 기술적인 능력이나 관련 경험 등 그 팀에 필요한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사팀에서 하는데 순전히 재포스 문화에 적합한 인물인지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각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문항을 활용한다.

    재포스에서는 두 번의 인터뷰 중 첫 번째 인터뷰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아도 두 번째 기업문화 관련 인터뷰에서 부적격자로 판단되면 채용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전략이나 이윤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문화를 보호하고 핵심가치를 고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혜택을 가져온다”는 게 재포스의 굳은 신념이다.

    재포스의 채용 과정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또 한 가지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퇴사 권유(Offer)’ 제도다. 신입사원 교육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퇴사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 달치 월급에 추가로 3000달러를 지급한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등에서 주목한 이 제도에 대해 셰이는 “그저 돈 때문에 취직하려는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기업문화와 맞지 않는 사람을 잘못 뽑아 향후 브랜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은 사전조치라는 것이다.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뿐 아니라 관리자급을 채용할 때도 들어올 수 있다. 이 경우 자칫 신입사원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재포스는 자체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되도록 관리자급 이상의 경력자를 외부에서 수혈하지 않는다.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5년차 이상 직원들의 리더십 향상을 목적으로 교양과목과 전문과목들로 구성됐다. 5∼7년에 걸쳐 충분한 교육기회와 함께 멘토링을 제공한다.

    파이프라인은 재포스 문화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 ‘성장과 배움 추구’라는 핵심가치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재포스 문화의 뼈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재포스가 직원들에게 많은 결정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직원 채용 및 육성 시스템과 함께 핵심가치에 기반을 둔 기업문화를 꽃피우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또 한 가지 요소는 행복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CEO의 자세다. 독서광인 셰이는 수많은 책을 통해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들을 연구한다. 직원들에게 핵심가치 실천을 종용하기보다 직원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변화를 모색하도록 부추긴다.

    그중 가장 탁월한 방법은 ‘질문’이다. 셰이는 직원들에게 수시로 e메일을 보내지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내용은 없다. 그가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게 있다면 단 하나, “스스로 질문해보세요”다. 그러고는 가능한 질문 몇 개를 샘플로 제공하는 정도가 전부다.

    예를 들어 재포스의 핵심가치 중 ‘재미와 약간의 희한함 추구’는 “지루한 회사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사고로 혁신을 도모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셰이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핵심가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는 이런 식으로 마무리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약간 희한해지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재미있으면서 조금은 희한한 일이 뭐가 있을까? 동료들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자기 내면을 향해 질문한 다음에 어떤 일을 시작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심리학 실험 결과도 있다. 셰이는 핵심가치 실천에 대한 직원들의 자기주도권을 인정할 때 직원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많은 기업가가 기업문화를 제대로 만들고 그것을 잘 키워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셰이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기업문화를 만들고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과 문화를 식물이 자라는 것에 비유하자면 내가 되고 싶은 건 가장 키 큰 식물이 아니다. 직원과 문화가 쑥쑥 자랄 수 있는 온실을 만드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라스베이거스 재건 프로젝트

    셰이의 건축가 같은 면모도 흥미롭다. 기업문화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동료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직원들이 서로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출입구 개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작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도록 배치했다.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하려면 동료 얼굴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혀야 하고, 점심도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먹어야 한다. 또한 관리자급 이상에겐 근무 시간의 10∼20%를 회사 밖에서 직원들과 어울리는 데 쓰도록 권장한다. 직원들이 동료애를 넘어선 가족애로 똘똘 뭉칠 때 재포스의 독특한 문화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재포스는 올가을 본사를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있는 옛 시청사로 옮긴다. 셰이가 새롭게 집중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재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의 일환이다. 많은 데이터를 통해 ‘기업이 성장할수록 생산성과 혁신 성과는 감퇴하는 반면, 도시가 번영하면 생산성과 혁신 성과도 함께 향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셰이는 돈과 시간, 열정을 라스베이거스 재건에 쏟아 붓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재건 프로젝트는 총 3억5000만 달러 규모다. 그중 2억 달러는 라스베이거스 부동산에 투자하고, 1억5000만 달러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데 쓸 계획이다. 지역 중소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라스베이거스 이전을 조건으로)에 각각 5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나머지 5000만 달러는 각종 강연과 교육 관련 행사를 진행할 공연장 건립 등 교육부문에 투자할 예정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재포스와 라스베이거스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재포스 본사가 들어설 옛 시청 인근에 요즘 들어 부쩍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회사 이전을 고려하는 사업가는 물론 유명인사 초청 강연과 이색 공연을 보러 온 가족 단위 여행객도 많다. 셰이는 “도시 번영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교육이지만, 학습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대학을 유치하지 않고도 도시가 성장할 수 있다”며 “각기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이가 재포스에 몸을 실었을 때는 이미 평생 일하지 않고도 살 만큼의 돈을 거머쥔 뒤였다. 그가 이름 없는 작은 쇼핑몰 사업에 참여해 직원들을 친구나 가족처럼 대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길 부추기고, 그렇게 해서 생긴 에너지가 고객에게까지 전달되도록 한 건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면 훨씬 쉽고 빠른 방법들을 택했을 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고객 행복의 필요조건은 직원 행복이며, 직원 행복의 지름길은 리더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란 ‘행복경영’의 공식이 확인된다. 다만 행복의 정의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사리사욕보다 세상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한 사람이 완전하게 잘사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잘사는 것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학과 교수 출신의 리더십 연구자 워런 베니스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Firms of Endearment)’ 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니스는 또 “머지 않은 미래에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조직의 최고 덕목은 고객에 대한 열정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두 가지 사회 변화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인터넷으로 인해 리더나 조직의 도덕적 결함을 감추기 어려워지고, 40대 이상 인구가 성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정신적 성숙을 요구한다는 것.

    셰이는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이 행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한다고 했다. “나 하나쯤이야”와 정반대의 생각이다. 그가 재포스와 라스베이거스에 퍼뜨린 해피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더 멀리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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