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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제2의 ‘부안 사태’ 피할수 있나

한국 원자력계 ‘폭풍 속으로’

  • 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불붙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제2의 ‘부안 사태’ 피할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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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승자박

불붙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제2의 ‘부안 사태’ 피할수 있나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한 지 꼭 12년째 되는 1953년 12월 8일 유엔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주제로 연설하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이런 사정 때문에 재처리는 핵무기를 만드는 제1의 길이 됐다. 원자력 기술을 전파하더라도 핵무기의 확산은 막아야 했기에 미국은, ‘핵연료 제작을 위한 (저)농축 우라늄은 우리가 준다. 원전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으로 원자력 기술을 제공했다.

소련도 똑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양국은 핵무기 확산을 원치 않았기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하면서 반드시 평화 목적으로 원자력을 다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하여 1957년 평화 목적으로 원자력 기술 이전을 관리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만들었다. 1969년에는 유엔에서 이를 보다 강화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제정하게 했다. 미·소는 서로가 필요해서 ‘적과의 동침’을 한 것이다.

그러나 1974년 인도를 시작으로 이스라엘, 남아공,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이 IAEA와 NPT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한 상황에서 핵무기를 만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재처리 방법으로 핵무장을 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재처리를 차단하기 위해 1977년 앞장서서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간주한 것이다.

미국은 특수 목적으로 만든 연구용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상업용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1982년, 상업용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폐기물로 규정한 ‘방사성폐기물 정책법’을 제정했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나라들이 그 뒤를 따랐다. 2011년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성 폐기물에 포함된다고 규정한 ‘원자력안전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나도 하지 않을 테니 너도 하지 말라’는 방법으로 다른 나라의 재처리 가능성을 단단히 틀어막은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얼마 전인 1979년 미국은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에서 원자로가 녹는 사고를 당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보다 더 심각한 사고였다.그러나 1m 두께의 격납건물이 수소폭발을 견뎌줘,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지는 않았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은 격납건물의 두께가 16cm에 불과해 수소폭발로 격납건물이 깨지고 방사능이 유출됐다.

스리마일 섬 사고가 미국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사고 후 미국은 원전 건설 국가 중 가장 먼저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1990년대 후반부터 난처한 상황을 불러왔다. 1990년대가 되자 초기에 지은 원전들이 줄줄이 설계수명을 다하게 된 것이다. 원전이 대거 멈춰 서면 전력 부족에 직면한다.

그래서 미 당국은 정밀검사를 거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계속운전을 하게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안전성에서 문제가 발견됐거나 계속운전을 마친 원전은 가동을 멈추고 폐로(廢爐) 처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폐로하면 발전과 송전에 관련된 사람들은 떠나고 소수의 관리자만 남게 된다.

폐로는 해체와 다르다. 가동을 끝낸 원전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들어내 방폐장으로 보내는 식으로 원전을 완전히 없애는 해체는, 폐로하고 한참 뒤에 추진된다. 해체하기 전에 해당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덕에서 금방 꺼낸 연탄재는 뜨겁다. 마찬가지로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도 매우 뜨겁다. 그래서 물을 가득 담은 수조(水槽)에 넣어두는데, 사용후핵연료의 열은 그 물을 펄펄 끓일 수 있을 정도로 높다. 따라서 물의 온도를 떨어뜨려 일정한 수온을 유지시키는 관리자를 둔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는 이를 소홀히 해 사고를 당한 것이 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일었을 때 후쿠시마 4호기는 정비를 위해 원자로 안에 있던 핵연료를 모두 꺼내놓은 상태였다. 전기가 나갔을 때 후쿠시마 원전 직원들은 핵연료가 없다는 것만 믿고, 4호기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전기가 끊어지면 수조의 물을 순환시켜 냉각시키는 모터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사용후핵연료가 담긴 수조의 물이 펄펄 끓어 증발했다.

물 밖으로 나은 사용후핵연료는 제 열을 견디지 못해 녹아내리는데, 그때 화학작용으로 많은 수소가 발생한다. 그리하여 수소 농도가 높아지면 강력한 수소폭발이 일어난다. 수소폭발로 4호기의 수조 건물이 무너지자 1, 2, 3호기 원자로 건물의 수소폭발에만 대응하고 있던 후쿠시마 직원들은 ‘아차’ 했다. 이들은 우선 자동차 엔진을 돌려서 얻은 힘으로 수조 안에 새 물을 집어넣고 이어 비상전원을 복구해 모터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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