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대화록 원본 실종, 국정원 댓글 못지않은 국기문란”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입력2013-08-22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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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록 원본 실종, 국정원 댓글 못지않은 국기문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원본 공개를 주도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 원본을 찾지 못한 ‘사초(史草) 실종’ 논란으로 당 안팎에서 곤욕을 치렀다. 새누리당 고발로 검찰이 사초 실종 사건 수사에 나섰고,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화록 원본 공개를 밀어붙였다가 사초 실종이라는 소모적 정쟁만 유발했다는 책임론에 시달렸다.

    NLL(북방한계선) 공방이 사초 실종 논란으로 번지자 문 의원은 ‘NLL 정쟁 중단’을 제안했다. 그러나 ‘사초 실종 국면을 초래한 장본인이 이제 와서 덮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7월 25일 기자회견을 자청, 문 의원의 ‘무책임함’을 성토했다. 8월 14일 조 의원을 국회에서 만났다. NLL과 사초 증발, 그리고 민주당의 장외투쟁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불붙은 NLL 정국이 사초 실종 논란으로 번졌다.

    “NLL 논란은 국가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국회에서 대화록 원본 공개를 결의한 뒤 사초 실종 논란으로 변질됐다.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자고 해서 (사초 실종) 빌미를 제공했다. 나는 ‘(대화록) 원본 공개는 안 된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얘기해왔다.”

    ▼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공개를 의결할 때도 반대했나.

    “찬성했다. 강제 당론이었다.”

    ‘문재인 저격수’

    ▼ 사초 실종 논란을 초래한 문 의원 책임론을 제기했는데.

    “문 의원이 ‘정계 은퇴’ 운운하며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하면서 NLL 정국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원본이 실종되니까 바로 덮자고 한다. 무책임한 행위 아닌가. 원본 공개를 주장했던 사람이 실종 사태로 바뀌니까 덮자고 얘기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나.”

    ▼ NLL 논쟁은 주춤해졌지만, 사초 실종 논란은 검찰 수사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사초 실종도 국정원 댓글 사건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이다. 정확하게 진상을 밝혀 누가 사초를 없앴는지 파악해서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 당내에서 조 의원을 두고 ‘문재인 저격수’라고 한다.

    “(5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이 됐을 때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할 말을 하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했다. 17대, 18대 국회의원 때도 당이 잘못 가고 있을 때에는 늘 쓴소리를 했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이나 계파적 이해관계에서 발언하고 서로를 감싸니까 정치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다. 부당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바른 소리를 한 것이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 당내에서는 ‘아군 등에 칼 꽂는 행위’ ‘민주당 뒤통수 때리기’라는 비판도 있다.

    “국민과 우리 당의 뒤통수를 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문 의원이다. NLL 국면을 끌고 가서 사초 증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문 의원 아닌가. 그리고 자기 말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민주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문 의원이 아니라 어느 누가 그런 발언을 했더라도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갔을 것이다. 홍익표 의원이 ‘귀태(鬼胎)’ 발언을 했을 때나 이해찬 의원이 (대선 불복) 막말을 했을 때에도 ‘쪽박 깨는 얘기하지 말라’ ‘막말 플레이 자제하고 자중하라’고 얘기했다.”

    ▼ 민주당에선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NLL 정국을 촉발시킨 남재준 국정원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문 의원이 원본을 공개하자고 해서 사초 증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NLL 정국의 근본적인 책임은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있다. (대화록 공개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 남 원장은 해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당에서 NLL 발언과 관련해 고발한 서상기, 정문헌 두 새누리당 의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

    패권주의가 낳은 병폐

    ▼ 내년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에 출마하려고 ‘문재인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부산에서는 내가 (문 의원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웃음). 부산 3선(選) 아닌가. 부산시장 후보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노재철 교수처럼 훌륭한 분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을 도울 것이다.”

    조 의원은 자신을 ‘문재인 저격수’로 보는 당내 시각에 대해 “남재준 책임론을 여러 번 얘기했는데, 그 부분은 빼놓고 ‘문재인 책임론’만 부각시킨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잘못된 문화를 질타했다.

    “우리 당에는 자신들의 주장만 옳고, 자신들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그릇된 문화가 남아 있다. 그런 패권주의가 권력화해 병폐를 낳고 있다. 자기들 이해관계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내용이 옳아도 문제를 지적한 사람을 공격한다. 지난 대선 평가는 어땠나. 대선에서 패하고 어느 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당 지지율이 자꾸 떨어지는 것 아닌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조 의원은 “국민이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잘못한 것”이라며 “특정 계파나 특정 무리의 상식이 아닌 대다수 국민의 상식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장외투쟁은 국민 상식에 맞다고 보나.

    “나는 의회 민주주의자다. 장외투쟁을 반대했다. 국민이 우리 당에 127석을 주지 않았나.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 전셋값, 사글세 같은 민생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민생 국회에 부합하도록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

    ▼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장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인가.

    “원칙적으로는 장외투쟁보다 의회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는 불가피하게 장외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 김한길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제안한 이후 3자, 5자 회담으로 논의가 흐르더니 이제는 흐지부지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김한길 대표의 회담 제의를 수용하고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소통하는 길이다. 국민 중에는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듣고 대화로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1차 공천누락 사건

    ▼ 장외로 나간 민주당은 언제쯤 장내로 들어와야 하나.

    “9월에 정기국회가 있는데, 국민 여론에 귀 기울여서 상식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원이든 경찰이든 연루된 사람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 최근에 문재인 의원과 통화하거나 만난 일이 있나.

    “잘 안 만나지더라.”

    ▼ 민주당 의원 중 누구와 제일 친한가.

    “나는 모두 다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의원회관) 바로 옆방에 있는 전순옥 의원과 수시로 소통한다. 또 안민석·이종걸·문병호 의원, 그리고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 대표 비서실장 노웅래 의원과 자주 소통한다. 원외 지역위원장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 친노 인사들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았다. 문재인·문성근 등 친노 인사들은 ‘낙동강 벨트’에서 1차 전략공천을 손쉽게 받았지만, 당시 민주당 유일의 부산 재선 의원이던 그는 1차 공천에서 빠졌다. 그래서 2차 공천에서 확정될 때까지 지역구민들로부터 ‘왜 공천을 못 받았느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정치인에게 선거운동 기간의 하루는 평상시의 한 달에 비유될 만큼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 금쪽같은 시간에 조 의원은 일주일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그럼에도 부산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58.2%)을 기록하며 보란듯이 3선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선 ‘부산 3선, 전국정당의 희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중앙당 대의원 투표에서 1위, 전체 2위 득표로 최고위원에 올랐다.

    ▼ 여당 텃밭인 부산에서 3선을 했다. 비결이 뭐라고 보나.

    “‘도덕경’에 정치가 소박해야 세상이 숨을 쉰다는 구절이 있다. 소박한 정치는 국민 다수를 보고 하는 정치다. 정치 불신이 깊은 이유는 정치인들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고, 공약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국민이 바라는 소박한 정치를 하려 노력해왔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고, 공약을 실천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운도 좋았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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