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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가 만난 작가 Ⅱ

“나를 벼랑 끝에 내몰고 쓴다”

‘28’로 독서계 소설 돌풍 정유정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나를 벼랑 끝에 내몰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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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와 달리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듣다보면 받아들여야 하는 비판이 있다. 예를 들어 ‘내 심장을 쏴라’를 쓴 뒤 한 평론가가 이런 충고를 했다. ‘여성 캐릭터의 깊이가 얕다. 보다 많은 벽을 세워 입체적으로 만들어봐라.’ 그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여성 캐릭터에 익숙하지 못해서 스스로 찔리던 부분이었다. ‘7년의 밤’을 쓸 땐 목표가 제대로 된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거였다. 강은주라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어찌 보면 굉장히 지질한 동네 여편네인데 이 여자를 살려고 몸부림치는 생명력 강한 존재로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계속하면서 쓴 기억이 난다.”

소설가가 되기 전 그는 보훈병원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직원으로 9년을 일했다. 심평원 재직 시절 인터넷 동호회 심빠홈피 등을 밭 삼아 습작하던 중 회원들의 호응에 용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 무렵 심평원도 그만뒀다.

11전12기

2000년 첫 소설 ‘열한 살 정은이’를 낸 후 2년마다 책을 내던 그는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는다. 2009년엔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에 도전해 당선된다. 이후 ‘7년의 밤’과 ‘28’을 내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최근 ‘2013년 한국의 대표작가’를 뽑는 네티즌 투표에서 김애란, 전경린 등을 제치고 ‘한국의 젊은 작가’로 선정됐다. 언뜻 탄탄대로를 달려온 듯 보이지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기까지 11번의 공모전 낙방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 문학 비전공자라는 선입관 때문에 불이익을 봤나.



“무시당하는 부분은 있었다.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고 나서 세계문학상에 또 도전한 데는 그런 이유도 작용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문학계에서 내 존재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번 더 해봐야겠다는 오기랄까. 근데 두 번의 수상 후에도 별로 바뀌지 않더라. 그래도 지금은 ‘정유정 작가론’도 나오고 하는 상황이니 조금 달라졌다고 본다. 예전엔 어렸던 것 같다. 사람들이 왜 간호대 나온 걸 갖고 색안경을 쓰고 보나 했는데 지금은 ‘그냥 내 길을 가면 되지’ 그런다.”

▼ 글 쓰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궁금하다.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 아니다. 혼자 놀기의 달인이다. 그래도 외롭거나 고달프거나 세상에 정말 나 혼자인 것 같은 때가 있는데, 타인이나 취미생활로 위안을 얻는 타입은 아니다. 나 혼자 풀어야 하는데 나쁜 습관인 것 같다. 예전에는 혼자 술 마시며 풀었다. 술 마시고 자거나 그냥 하염없이 울거나. 눈물이 많아서 혼자 운다. 지금도 크게 바뀌진 않았다. 친구도 만나지 않고, 문단에서 사람을 안 사귀고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 것도 그런 성격에서 비롯됐다.”

▼ 문단에서 안 어울려도 뒤탈은 없나.

“그런 건 없다. 어울리고 싶은데 안 끼워주면 소외감을 느끼겠지만 난 그다지 어울릴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저들끼리 잘 노는구나, 할 뿐이다. 상처 받거나 하진 않는다. 누구와 뭔가 함께하는 걸 잘 안 한다. 지금까지 여행하러 대한민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비행기표 끊는 법도 잘 모른다. 혼자 가고 싶은데 국제 미아가 될까봐 겁나고, 또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냥 혼자 내 방에서 소설 쓰고, 이렇게 2년에 한 번씩 책 내서 인터뷰하고, 또 들어가서 내 소설 쓰고, 이렇게 살면 되지 싶다. 근데 요즘은 내 방에 박혀 지내는 데 한계를 느낀다. 세상 밖을 좀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 여권은 있나.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만들었다. 아들이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데 한 번도 안 갔다. 나 대신 남편이 다 한다. 여권을 만든 것도 아들에게 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28’을 끝냈으니 충전이 필요해서 네팔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한 달간 다녀올 예정이다. 예뻐하는 후배 소설가와 함께 가기로 했다.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김혜나인데 알고 보니 걔도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 못 갔다고 하더라. 9월 1일부터 30일까지 트레킹을 할 거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 될 것 같다. 완전히 한 바퀴 돌고 오려고 요즘 광주에만 가면 험한 산을 찾아다니며 훈련한다(웃음).”

외삼촌의 문학수업

▼ 공모전에서 계속 떨어진 이유가 뭘까.

“문제는 패배주의였다. 11번 떨어지면서 패배주의가 몸에 배더라. 난 안 되는 건가 하는. 그때는 나 자신에 대한 패배감으로 내가 과연 재능이 있는가, 재능도 없는데 쓸 수 있다고 덤비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도 글 쓰다가 막히면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게 내겐 더 낫다. 자신감이 넘치면 자신의 오류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내가 세계청소년문학상으로 5000만 원, 세계문학상으로 1억 원의 상금을 받고 ‘7년의 밤’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굉장히 화려하게 데뷔한 운 좋은 작가라는 인식이 있던데, 패배감과 싸운 6년간의 무명 시절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무명 시절에 낸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 과연 등단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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