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이 치솟을 것 같던 아파트 값은 2008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부동산에 투자한 이들 가운데 이자조차 감당 못하는 ‘하우스 푸어’가 양산됐다. 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이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치는 동안 국내외 자본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했고, 불안감과 조급증을 참지 못한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손실’을 봤다.
저성장 기조로 돌아선 201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부의 증식을 뜻하는 ‘재테크’는 흘러간 옛 노래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며 ‘주식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가 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다. 그만의 독특한 ‘주식농부 투자법’으로 2001년 이후 10년 넘게 ‘연평균 투자 수익률 5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박 대표의 ‘주식 투자 당위론’을 들어봤다.
▼ 왜 주식에 투자해야 합니까.
“지금은 평균수명이 80세 초반이지만, 우리 사회는 앞으로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됩니다. 과거보다 오래 살게 됐지만 나이 들어 경제적인 자유가 없다면 장수(長壽)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웬만큼 잘 버는 사람이 아니면 월급만으로 노후를 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자식들 가르치고 결혼시키면 집 한 채 남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려면 지속적인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주식투자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박영옥 대표는 주식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 이유로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했고 ▲기술 발전으로 기업 가치가 빠르게 상승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꼽았다.
‘農心 투자철학’

‘주식농부’ 박영옥 대표가 펴낸 세 권의 책.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단기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누구나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에 잘 아는 기업 5곳을 골라 장기 투자하면 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습니다. 좋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노년을 함께 보낼 훌륭한 동반자를 맞는 겁니다. 70, 80세까지 나를 대신해 일해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겠어요.”
박영옥 대표는 주식 투자를 ‘매매’로 인식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는 주식을 산 회사와 동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 투자는 사업입니다. 어느 한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은 그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대리 경영하는 동업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영업 하는 분이 어제는 식당을 했다가 오늘은 편의점을 열지는 않잖아요. 자기 사업하는 마음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수와 매도를 쉽게 반복하지 않죠.”
▼ 주식에 손댔다가 ‘돈 벌었다’는 사람보다 ‘돈 잃었다’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단기간에 이익을 내려고 주식을 ‘사냥’하듯 접근하는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표(종목)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주식을 사고팔면 한 번의 실패로 자산을 모두 잃을 수 있으니까요.”
1996년 1000포인트까지 올라갔던 코스피지수는 외환위기가 본격화한 1997년 말 300포인트대로 급전직하했다. 당시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으로 일하던 박 대표 역시 큰 손실을 경험했다.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친 1997년 제게 자산운용을 맡겼던 분들이 손실을 많이 봤어요. 고객 손실을 보전해주느라 어머니 집까지 팔았고, 석 달 동안 누님 집에 얹혀살기도 했어요. 그 뒤 서울 변두리 아파트에 월세를 얻어 살았고요. 많은 것을 잃었지만 ‘사냥하듯 주식을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는 주식 투자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박 대표는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고, 큰 수익을 거뒀다. 그런 그에게 ‘주식농부’라는 애칭이 따라붙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농심(農心) 투자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농부는 농사를 짓기 위해 이른 봄부터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립니다. 씨앗을 뿌린 뒤에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김도 매주고 해충도 잡아줍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농부가 정성을 다해 농작물을 키워야 비로소 가을에 추수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농부는 농부가 밭을 갈 듯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대해 충분히 공부합니다. 그리고 농부가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주식에 투자하죠. 주식 투자는 곧 기업에 종잣돈을 대주는 것과 같습니다. 일종의 ‘대리 경영’을 하는 것이죠. 주식을 샀다고 할 일이 모두 끝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정한 투자가 시작됩니다. 농부가 김매고 해충을 잡아주는 것처럼 주식을 산 주식농부는 기업도 방문하고 경영자도 만나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동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주식을 산 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아야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기업이 수익을 내면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