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 담당 수는 사안이 생길 때 국회에 들르는 비(非)상주 인원까지 합치면 수백 명에 달한다. 행정부와 산하기관, 공기업은 대부분 대관업무팀을 운영한다. 물론 경찰에서도 여러 명을 파견한다. 삼성·현대자동차·LG 등 상당수 대기업도 본사나 계열사별로 여러 명의 연락관을 파견해 국회 동향을 살핀다. 국회 경제정책 입안에 민감한 시중은행도 2명 정도씩의 국회 연락관을 둔다.
대관 담당 파견을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특히 국회의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받는 각 행정부처로선 국회 담당 직원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대기업과 공기업의 국회 담당자다. 이들의 순기능도 있겠지만,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對)국회 로비 창구 노릇을 한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이들의 근원적 존재 이유는 국회에 잘 보여서 소속 회사에 피해가 최소화되게, 혹은 이익이 최대화되게 국회를 움직이는 것이다.
이들은 더러 의원도 상대하지만 주로 의원 보좌진을 접촉한다. 그런데 최근엔 의원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 간 친밀함이 지나쳐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바뀌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의원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의 달라진 최근 풍속도를 살펴봤다.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국연
국회가 열릴 때마다 본청과 의원회관(의원 300명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곳)에서 연락관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이 시기에 의원 보좌진은 의원실로 찾아오는 민원인과 기자 못지않게 연락관과 자주 만난다. 일부 연락관은 무턱대고 찾아와 보좌진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보좌진과 연락관은 전통적으로 갑을 관계다. 아무래도 연락관이 의원실에 ‘부탁’할 일이 많다. 연락관은 이렇게 보좌진과 업무적으로 부딪치면서 부단히 인간적 친분을 쌓아두려 한다. 또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국연’을 동원해 보좌진을 엮어두려 한다. 국연은 국회 내 지인을 통한 인연으로서, 예를 들어 연락관은 어떤 보좌관과 가까이 지내려 할 때 그 보좌관과 친한 선배 보좌관을 동원해 셋이서 함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또 연락관은 보좌진이 혹할 만한 정치 정보를 구해다 주며 이들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연락관은 보좌진에게 밥과 술을 수시로 산다. 복수의 보좌관에 따르면, 최근 적지 않은 보좌관과 비서관이 주로 기업 쪽 대관 담당에게서 고급 술자리나 골프 등 각종 접대를 받는다고 한다. 이들 보좌진의 이름은 국회 내에서 알음알음 알려졌다.
경력이 많은 고참 보좌관은 가급적 언행을 조심하는 편이다. 특히 골프 접대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꺼린다. 그러나 젊은 보좌진은 좀 다르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의 고참 보좌관인 A씨는 “일부 신세대 보좌관·비서관 사이에서 대관 담당의 술자리·골프 접대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 B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 국회 담당은 직급에 따라 월 1000만 원 넘게 법인카드를 쓰기도 한다. 주로 접대 용도일 것”이라고 전했다. B씨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의 보좌관이 술자리 약속에 응해주면 회사로선 ‘땡큐’다. 창구가 생기는 거니까. 법인카드 사용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이후 의원 보좌진이 대기업과 공기업의 국회 담당으로 변신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좌진 3명이 SK그룹 계열사로 이직했다. 박지원 의원실 C 보좌관, 이언주 의원실 D 보좌관, 배재정 의원실 E 비서관이 그들이다. 지난해엔 새누리당 조전혁 전 의원 보좌관을 지낸 F씨가 역시 SK 계열사로 갔다. 정가에선 오너의 구속 등 SK그룹이 외풍에 직면한 점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한다.
보조금 정책에 민감한 통신업체, 노선경쟁을 벌이는 항공사 등 많은 기업이 보좌진 출신을 대관 담당으로 채용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퇴직한 국회 공무원 4급 이상 831명 중 214명이 현대자동차, SK에너지, 현대중공업, GS칼텍스, KT,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대기업에 취업했다. 또 120여 명은 공기업 등 국가기관에, 27명은 재단과 협회 등에 취업했다. 이들 취업자의 대부분은 의원 보좌관(4급) 출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