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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에서 ‘악어와 악어새’로 “관피아 뺨치는 입법 마피아”

의원 보좌진-기업 대관(對官) 담당의 ‘위험한 동거’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갑과 을’에서 ‘악어와 악어새’로 “관피아 뺨치는 입법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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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이 마지노선

최근 3년 사이 보좌진에서 기업으로 이동이 잦은 이유에 대해 국회 관계자들은 △국회의 파워가 청와대와 행정부 못지않게 커진 점 △경제민주화 여론 등으로 재벌에 대한 입법부의 압박이 세진 점 △야당에 대한 로비 필요성이 커진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여러 기업이 의원회관 내 인맥이 풍부한 보좌관·비서관을 임원급이나 부장급으로 스카우트한다는 것이다. 모 의원실 G 보좌관은 “기업들은 여당 의원 보좌진뿐 아니라 야당 의원 보좌진도 즐겨 스카우트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 동의 없이는 국회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풍토에서 야당 의원 보좌진 출신의 활용가치도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씨는 의원 보좌진으로 있을 때 활동했던 상임위와 업무연관성이 있는 모 기업의 대관업무팀으로 이직했다. 그는 “보좌관의 직업적 불안정성과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이 이적 사유였다”고 말했다.

의원 보좌진은 의원이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 있다. 4급 보좌관의 연봉은 7000만 원 선이고 5급 비서관은 6000만 원 선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대관 담당이 되어 부장급 정도의 대우를 받으면 연봉 1억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임원급이면 훨씬 더 많아진다.



H씨는 “의원실에선 밤낮없이 주7일 일할 때도 많다. 그러나 기업에선 주말이 보장되고 맡은 업무만 깔끔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의원실에선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지만 기업에선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벌의 입법 용병”

보좌진은 기업 대관업무팀으로 옮길 때 대개 기업과 임금 협상을 벌인다. 모 의원실 고참 보좌관인 I씨는 “보통 연봉 1억 원을 최하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얘기를 시작한다. 일부 기업들은 보좌진을 데려가면서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해주고 연봉도 많이 준다. 이런 기업들은 국회 보좌진 사회에서 호감을 얻는다”고 전했다.

반면 싼값에 데려가 필요할 때만 써먹고 용도 폐기하는 기업은 국회 보좌진 사회에 찍힌다. 여기엔 여야가 따로 없다고 한다. I씨는 특정 대기업의 이름을 대며 “이곳은 보좌진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다. 국회 사람들을 우습게 안다며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보좌진을 대관 담당으로 채용한 기업은 이들이 국회 내 인맥을 활용해 기업의 민원을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아무래도 후배 현역 보좌진은 보좌관 출신 기업 대관 담당의 접대 제의나 업무 협조 요청에 쉽게 이끌린다. 보좌진끼리 서로 통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최근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 사이의 벽이 모호해지고 양자가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비친다.

보좌관 생활을 하다 공기업 국회 연락관으로 활동하는 J씨는 국회 보좌진의 대관 담당 변신에 대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식 로비스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인맥을 활용하면서 회사에서 대우를 받는다. 회사도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 윈-윈 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데, 보좌진과 대관 담당이 너무 가깝게 지내면 특정 기업의 이익에 치우치게 된다는 것이다. 의원 보좌관 K씨는 “나도 모 대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개 돈을 보고 가는데, 근시안적이다. 결국 ‘재벌의 입법 용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취재 과정에서 더 심한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 모 의원 보좌관인 L씨는 “그들을 ‘관피아’(관료+마피아) 안 부러운 ‘입법 마피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감사기관에 있다가 피감기관으로 가서 많은 돈을 받으며 그 조직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니 관피아, 법피아(전관예우 받는 전직 판·검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의원 보좌진과 기업 대관 담당이 ‘선배, 후배’ 하며 공·사석에서 가깝게 어울리고 이런 관계가 입법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신문 ‘헝그리 뉴스’ 이경수 발행인은 “대기업과 공기업으로서는 국회 로비스트나 정보 수집원이 무척 아쉬울 것이다. 이들 기업에 국회 퇴직 공무원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 퇴직 공무원과 국회 현직 공무원이 서로 밀착해 입법 활동을 엉터리로 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갑과 을’에서 ‘악어와 악어새’로 “관피아 뺨치는 입법 마피아”

2014년 8월 국회 한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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