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대 교수이자 대표적 ‘긍정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의 저서 ‘바른 마음’은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대결의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파헤쳤다. 하이트는 “정치 이슈에 대한 사람의 믿음이 왜 그토록 객관적 사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고자 했고, 나아가 인지과학을 통해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예시하면서 결론적으로 “사람들의 판단과 정당화는 별개의 과정”임을 밝혀낸다. 직관적으로 판단이 내려지면 그것이 옳든 그르든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한 다양한 근거를 추론해낸다는 것이다.
확증 편향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판단에 이르렀는지 그 실제적 이유들을 재구성해보기 위해 도덕적 추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추론을 하는 까닭은 다른 누가 왜 마땅히 우리 편에 서서 우리처럼 판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가급적 최선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다.”(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정치적, 종교적 이슈일수록 이러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강화되는 경향을 띠는데, 오직 자신의 판단이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 상황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각자 자기 망치를 들고 상대방의 못을 찾아 강렬하게 대치한 형국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현대사회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무수한 정보가 달려드는 상황을 연출한다. 우리는 정보의 가치를 판단한 겨를도 없이 ‘좋아요’나 ‘리트윗’ 버튼을 눌러댄다.
“IBM에 따르면 인류는 날마다 2.5퀸틸리언(quintillion·100경, 즉 1조의 100만 배) 바이트나 되는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그 가운데 90%는 최근 2년 동안 생산된 자료라고 한다.”(네이트 실버 ‘신호와 소음’)
이런 정보들을 빅데이터라고 한다. 빅 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네이트 실버는 “정보의 양이 빠르게 늘어난다고 해도 유용한 정보의 양이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수많은 ‘소음’ 속에서 어떤 의미 있는 ‘신호’를 발견해 낼 것인지가 빅데이터 시대에 주어진 숙제다.
9월 첫 주 한국갤럽의 정례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가 45대 45로 팽팽히 맞서 있다. ‘어느 쪽도 아니다’는 4%에 불과하다. 벼랑 끝에서 필사적으로 맞붙은 듯한 극강의 대치 국면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나(지지율 44%),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진영을 대표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22%).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팽팽히 맞선다는 것은 의회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이른바 ‘광장의 힘’이 작용하는 이유다. 특히 20~40대는 부정 평가가, 50대 이상은 긍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세대 대결 양상 또한 더욱 격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