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중2병은 꼭 중학교 2학년에게만 해당되진 않는다. 이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늦게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증상이 나타난다. 500명 이상의 중2병 환자와 그들의 부모, 교사들을 만나본 결과 중2병에도 여러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염성 강한 ‘병 아닌 병’
중2병의 유형은 크게 10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반항아, 고집불통 ‘꼴통’, 친구 올인, 연애 집착, 외모 우선, 공부 스트레스, 진로 고민, 가정불화, 게임·스마트폰 집착, 성 탐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 때문에 중2병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성 강한 ‘병 아닌 병’, 즉 중2 신드롬 또는 중2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유형 1 반항아
사전적 의미에서 반항이란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 맞서 대들거나 반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유형은 어디까지나 어른 시각에서 봤을 때 반항한다는 느낌이 들뿐이지, 아이들이 실제 문제아인 건 아니다.
혹시 여러분 가정의 방문 고리는 잘 붙어 있는지? 중2쯤 되면 아이들은 자아가 더욱 강해지고 자기 의견대로, 생각대로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상황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미성숙한 자아는 그것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 이때 아이들이 나타내는 성향은 여러 가지다. 소위 ‘일진’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하고, 모든 일에 심드렁하기도 하며, 이유 없이 무조건 반항하기도 한다. 마음의 문을 닫고 방문을 잠그고 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학원에 빠지려 하고, ‘날라리’ 친구들과 친해지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어른 처지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는 자기 의견대로 그들을 조종하려 한다. 그 결과, 집집마다 방문 고리가 부서진다. 이게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형 2 고집불통 ‘꼴통’
중2병을 대표하는 유형이다. 가장 큰 특징은 허세다. ‘허세(虛勢)’란 실속 없이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다. 쉽게 말해 ‘속빈 강정’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중2병 환자들이 부리는 허세는 매우 다채로운 양상을 띠지만, 그 내면을 살피면 자기 인식을 부풀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쥐뿔도 없으면서 대단한 것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기는 다 컸고, 잘나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부모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부모가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고 부모에게 요구사항을 당당히 말한다. 말 그대로 모순덩어리다. 그들도 이 사실을 안다. 그래서 헷갈리고 더 허세를 부린다.
사실 아이들의 허세엔 다 이유가 있다. 몸의 성장과 더불어 마음도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몸의 성장은 마음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고 급속히 일어난다. 이에 아이들은 자기가 어른과 다를 바 없다고 느끼지만, 자신의 마음이나 능력은 몸을 따라가지 못한다.
몸에 집중할 때 이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반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몸만 컸지 아직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자기가 생각해도 자신이 유치하다. 이럴 때 이들의 자신감은 바닥을 향한다. 이렇듯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듯한 상태와 바닥인 상태의 간극을 바로 허세가 채우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이클이 어떤 땐 일주일, 또 어떤 땐 1분 단위로 변화하기에 그들도 우리도 적응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진 말자. 아이들의 허세 또는 꼴통 짓은 곧 줄어든다. 아이들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자. 평생 동안 자기 행동이 허세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듯 당당하고 스스로가 ‘쪽팔리지’ 않는 시기가 있을까. 이때뿐이다. 이들이 현실을 인식해 위축되기 전에 좀 더 자신의 허세를 즐기도록 귀엽게 봐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