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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여장 남자(Cross Dresser)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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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와 CD

‘다음’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30여 개의 CD카페가 활동한다. 여장을 한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기도 하고, 직접 화장법과 옷 입는 법을 코치해주기도 한다. 채팅방도 있어 교류가 활발하다.

▼ 인터넷 CD카페에 CD들이 풀업한 모습을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 있더라.

“예전엔 나도 올렸는데 지금은 안 한다. 사진을 올리면 만나자는 메시지가 많이 온다. 난 그런 분들 안 만나니까 귀찮다. 술집에서도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개중엔 정중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신체적 접촉부터 하는 마초들이 있다. 그러면 내가 맥주병을 집어 들고 꺼지라고 한다.”

풀업을 한 CD에게 접근하는 남자를 ‘러버’라고 부른다. 이성의 복장을 입은 파트너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만난 CD와 러버는 성관계까지 가기도 한다. 인터넷 CD카페엔 러버의 구애와 CD의 유혹이 담긴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를 지향하는 CD가 수술비를 벌기 위해 조건만남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순수CD 중에도 러버와 관계를 갖는 경우가 있다.



기사 앞에서 소개한 성직자 CD도 최근 ‘선’을 넘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혼자 풀업을 하던 그는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CD와 교류하고 싶어 인터넷 CD카페에서 활동하다 러버를 만나게 되었고, 깊은 관계까지 갔다는 것. 그는 “풀업을 한 상태에서의 나는 여자였다. 그는 나를 여자로 대했고, 그게 좋았다”고 말했다.

▼ 러버는 어떤 사람인가.

“평범한 사람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와 성관계를 하지만 게이는 아니라고 한다. 러버는 CD를 여자로 본다. 마찬가지로 CD도 러버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여장하고 있는 동안은 자기가 여자라고 믿으니까.”

▼ 공감하기 힘들다. 속된 말로 ‘변태’ 아닌가.

“거기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기결정권을 갖고, 자기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나이인 성인이 하는 행동에 대해 제3자가 뭐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 CD 취향을 오래 갖다보면 중성화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여자의 기분을 느끼다보니 여자친구와 섹스를 할 때도 ‘내가 얘라면 지금 기분이 이렇겠다’ ‘이런 걸 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를 더 배려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 상남자라고 했는데, 아주 섹시한 CD를 보면 성적 욕구가 들 때가 있지 않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CD만 좋아하는 CD도 있다. CD레즈라고 부른다. 하지만 난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내 여자친구보다 내 성욕을 더 자극한 CD는 없다.”

아웃팅의 두려움

▼ CD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아무래도 아웃팅(강제 커밍아웃)이다. 대부분 그런 위기가 한 번씩은 있다. 아는 동생도 부모에게 들켜서 중단한 상태다. 아내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잘 푼 선배도 있다.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니까. 옷 바꿔 입고 술 한잔하는 거다. 룸살롱 가서 아가씨 끼고 술 먹다 2차 가는 것보단 건강하지 않나.”

▼ CD들에게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피해의식 때문이다. 변태라고 손가락질 받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냥 하나의 취향, 문화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코스프레 많이 하지 않나.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달라. CD의 꿈은 참 소박하다. 비키니 입고 수영하는 것, 여자 옷 입고 시내를 자유롭게 걷는 거다. 그게 범죄는 아니지 않은가.”

신동아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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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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