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최호열 기자의 호모 에로티쿠스

“성매매는 사회적 행복총량 늘리는 필요선(善)”

성매매 트랜스젠더 이김다래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6-01-12 11: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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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 합법화보다 非범죄화로 성매매女 보호해야
    • 한 사람 성욕을 한 사람이 평생 책임지는 건 불가능
    • 성매매가 노동가치 왜곡? 효율적 이윤 추구!
    • 같은 일하고 같은 돈 받는데 ‘자발’ ‘비자발’이 무슨 의미?
    약속 장소로 그가 걸어 들어왔다. 짧은 반바지에 검정 스타킹, 뒤로 묶은 긴 갈색 머리, 빨간 립스틱과 눈 화장…. 남자? 여자? 이김다래(26) 씨는 트랜스젠더다. 엄밀히 말해 아직 성전환 수술을 안 한 ‘쉬메일’이다. 게다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을 좋아하는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다. 그는 자신이 ‘성노동자’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성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인 셈.  
    그는 호주에서 유학하다 2012년 가을에 돌아온 후 3년째 성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일한다. 이 일을 하면서 억울한 경우를 많이 겪었다. ‘법을 알아야겠다’ 싶어 모 대학 법학과에 진학해 공부를 병행한다.
    ▼ 평소 옷차림이 이런가. 트랜스젠더는 더 여성스럽게 입을 줄 알았다.
    “이게 어때서? 여자들은 이렇게 입으면 안 되나? 평소 이렇게 입는다. 일하러 갈 때나 데이트할 때는 좀 더 예쁘게 입고.”
    ▼ 옷은 어디서 사나.
    “옷가게에서.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 인터넷이나 홈쇼핑으로 사는 이들도 있지만 난 신경 안 쓴다.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라 완전 여성스럽게 입기보다는 약간 보이시하게 입어야 레즈비언들에게 어필이 된다(웃음).”
    ▼ 여자친구는 당신의 성 정체성을 정확하게 아나.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다. 하지만 이전 여자친구들은 당연히 안다. 그걸 어떻게 숨기겠나.”



     다른 여자애들과 다른 나

    ▼ 성 정체성 혼란을 처음 느낀 건 언제였나.
    “유치원에 들어가서 남자들이랑 다른 게 아니라 여자들이랑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나는 당연히 여자애들 줄에 서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이 줄을 잘못 섰다며 나를 남자애들 쪽으로 데려갔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고 반항도 해봤지만, 그게 반복되면서 ‘아, 나는 남자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적응이 잘 안 되더라.”
    ▼ 남자처럼 살기 위해 노력한 적은 없나.
    “내가 여자가 맞는 것 같은데, 다리 사이에 남자라는 증거가 확실하게 있으니까, 그걸 부정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남자인가 보다 하고 살았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정체성이 바뀌진 않는다. 여자애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일부러 남고에 진학했다. 그 3년을 혼자 지내며 내 정체성을 더 확신하게 됐다.”
    ▼ 그래서 수술을 결심했나.
    “아니다. 어쨌든 사람들이 나를 남자로 보니까 거기에 맞추며 살려고 했다. 더구나 장손이라 집안 어른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었다. 타협점을 생각한 게, 그냥 남자인 채로 여자들 사이에서 어울리며 살면 될 것 같았다. 친구로도, 연애 상대로도 여자들이 좋았으니까. 그래서 간호사 사회에 들어가려고 생각했다. 호주에 있는 간호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 호주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나.
    “치마 입는 남자인 나를 이해해주는 여자친구도 만났다. 2012년 초에 병원 실습을 나갔다. 여자간호사는 남녀 환자를 다 돌볼 수 있지만, 남자간호사는 종종 여성 환자들로부터 거부당한다. 그들의 처지가 이해되면서도, 내가 남자이고 싶어서 남자가 된 것도 아닌데 남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해야 한다니 슬펐다. 갑자기, 이렇게 어정쩡하게 살 바엔 차라리 죽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용 칼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자살 시도는 실패했고, 일하던 병원의 응급실에 입원당해 정신과 의사를 만났다. 그와 상담하면서 ‘제대로 된 삶을 살려면 여자가 돼야겠다’고 확신했다.
    ▼ 가족들의 반응은.
    “동생은 ‘오빠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해해줬다. 엄마도 자살 기도 소식을 듣고 시드니로 달려오셨기에 다 얘기했다. 처음엔 ‘넌 남자’라는 주장을 안 굽히더니 하룻밤 지나자 인정하셨다. 그전부터 느낌은 갖고 계셨던 것 같다.”


    남자 성기는 열등한 ‘도구’

    귀국한 뒤엔 정신과 진단을 받고, 호르몬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에스트라디올 데포와 프로베라라는 여성용 호르몬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야 한다. 남성호르몬 차단제도 먹어야 하고. 일반 여성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호르몬 주사를 몇 천 원에 맞을 수 있지만 우린 보험 적용이 안 돼 한 번 맞는 데 몇 만 원씩 든다. 처음엔 한 달에 4번씩 맞다 지금은 2번 맞고 있다.”
    ▼ 성전환 수술은….
    “성전환 수술은 안면 여성화, 가슴 확대, 성기 해면체 제거, 인공 질(膣) 생성 등 여러 가지 수술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가슴은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으니 저절로 커졌다. 해면체를 제거하고 질과 클리토리스를 만드는 수술은 1000만 원 넘어가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고환 적출 수술만 했다.”
    ▼ 고환 적출?
    “한국에 오니 병무청에서 신체검사 통지서가 나왔다. 외국에선 정신과 상담 후 호르몬 주사만 맞아도 여성으로 인정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걸로 안 된다고 하더라. 남자로 되돌릴 수 없는, 좀 더 확실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경제적으로 부담이 작은 편인 고환 제거 수술만 했다.”
    ▼ 당신도 여성을 좋아한다면 여성으로 성전환 안 하고 살아도 되지 않나.
    “인생에서 연애가 다는 아니다. 남자의 외모를 갖추는 게 여자와 연애하기에 유리하다고 해서, 내가 여자인데 화장도 안 하고, 치마도 못 입고, 하이힐도 못 신는 게 행복한 삶일까. 내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싶은 건 당연한 욕망이다. 그런 내 욕망을 연인에게 감추는 것은 상대에게 사기를 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하는 건 더럽다?

    ▼ 여성을 사귀면서 남성 성기를 사용한 적은 없나.
    “굳이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재미도 없고, 임신 위험도 불안하고. 더구나 남자 성기는 진동도 안 되고, 구부러지지도 않고…바이브레이터보다 열등한 도구라고 본다.”
    ▼ 여자친구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무 불만도 듣지 못했다. 성전환 수술을 언젠가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숫자를 1에서 2로 바꿀 수 있으니까.”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요청하자 그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수갑이며 채찍도 보였다.
    “SM(새디즘, 마조히즘) 도구들이다. 손님들에게 성(性) 서비스를 할 때 수갑을 채우기도 하고, 채찍으로 때리기도 한다. 많이 아프지는 않다.”
    ▼ 그런 걸 요구하는 고객이 많나.
    “가끔 있다. 10% 정도?”
    ▼ 성매매는 왜 하게 됐나.
    “2012년 겨울,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화장한 모습을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올리곤 했는데, 한 남성이 만나자고 하더라. 여성으로 살려면 남자도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할 때라 호기심에 만났다. 성매매 생각은 전혀 없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바로 섹스한다는 건 상상치도 못했다. 그런데 남자는 당연히 성매매를 목적으로 만났다고 했다. 궁금해서 얼마를 주겠냐고 묻자 그 남자가 제시한 금액이 마음에 들어 모텔로 갔다. 그렇게 시작됐다.”
    ▼ 성매매 제안을 받았을 때 거부감은 없었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건 좋은 것 아닌가(웃음).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남자끼리의 섹스는 중독성이 강해 헤어나지 못할 정도의 쾌감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어떤 건지 ‘맛’이나 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막상 해보고 나서 실망했다. 여자친구와 할 때랑 별 차이가 없었다.”
    ▼ 그전엔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나.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여자친구가 내게 해주듯이 하면 됐다. 남자와 하는 게 더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더러운 짓이라면세상 모든 남자는 자신의 여자에게 더러운 행위를 요구한 것 아닌가. 같은 행위를 여자가 하면 안 더럽고 남자가 하면 더럽다? 이중잣대다.”



    ‘건강한 돈벌이’

    ▼ 성매매 대가로 얼마를 받았나.
    “10만 원이 평균 시세라고 했다. 20만 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예쁘고 늘씬한 여자들이야 수십만 원씩 받지만 30, 40대 ‘여관바리’들은 우리보다도 적게 받는다.”
    ▼ 지금은.
    “가격은 그대로다. 그래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늘려 풀코스 서비스를 해준다. 전희와 후희를 제대로 제공한다.”
    ▼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특별한 기술이 있나.
    “남자의 성기를 가졌기에 그것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여자들보다 높다. 자세한 건 영업비밀이다(웃음).”


    ▼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월평균 200만 원 수입을 목표로 한다. 내가 하고 싶을 때 영업을 한다.”
    ▼ 해외 유학을 갈 정도면 집이 가난하진 않을 텐데.
    “손 벌리기 싫으니까. 내가 쓸 돈은 스스로 벌어야지.”
    ▼ 다른 일도 많지 않나.
    “처음엔 야간 택배 상·하차 일을 했다. 송파구 가락시장부터 천안까지 오가며 온종일 트럭 뒤에서 검은 매연을 맡으며 일한 대가가 일당 8만 원이었다. (성매매와) 금액은 별 차이가 없는데 노동 강도가 다르지 않나. 그나마도 지금은 외모가 이런 데다 체력도 여느 남자보다 떨어져 힘쓰는 일을 할 수 없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 같은 건?
    “편의점 알바는 쉬운 줄 아나. 게다가 그런 최저시급을 받아서는 수술비는커녕 생활비, 병원비도 충당할 수 없다. 조건이 좋은 곳은 면접에 합격해도 신분증을 제출하면 채용 취소 통보가 온다. ‘남자인 줄 몰랐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자리가 없다.”
    ▼ 그래도 성매매가 건강한 돈벌이는 아니지 않나.
    “건강한 돈벌이란 게 뭔가. 간호사는 병원균에 노출되고 산업재해율도 높다. 공사장에서 일해도 위험하다. 오히려 성매매가 근로환경 자체는 나쁘지 않다. 노동시간도 길지 않고. 성병은 콘돔으로 예방할 수 있다. 나는 임신 위험도 없다.”



    “섹스 테크닉 가르쳐달라”

    ▼ 구매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남자와의 성관계를 즐기는 이성애자 남성들이다. 커플도 종종 온다.”
    ▼ 남남 커플?
    “아니, 남녀 커플. 남자 손님과 손님의 여자친구, 또는 남자 손님과 그의 아내가 오기도 한다. 여자끼리 하는 걸 보고 싶은데 아내나 애인에게 동성애를 강요할 순 없고, 그렇다고 다른 남자랑 하는 건 용납이 안 되는 남자들이 타협안으로 찾은 게 트랜스젠더와의 스리섬(3명이 함께 성관계하는 것)이다. 아내가 나와 하는 걸 보다 합류하기도 하고, 아내와 내가 함께 자기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여자가 먼저 나를 부른 적도 있다. 갔더니 남자를 눕혀놓고는 섹스 테크닉을 전수해달라고 하더라.”
    ▼ 단속되진 않았나.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신고가 들어왔다더라. ‘조심하겠다’고 하고 끊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잡으러 온 적은 없다.”
    ▼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이 겪을 것 같다.
    “성관계 후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가는 사람, 선불인데 ‘끝난 뒤에 주겠다’고 하고는 나중에 돈이 없다며 그냥 가는 사람도 있었다. 성폭행당한 적도 있다. 고3 학생인데, 내가 성매매를 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했다. ‘너도 협박죄로 처벌받는다’고 했더니 자기는 미성년자라 훈방된다며 집요하게 만나자고 요구했다. 그런 협박을 받아도 도움을 청할 수가 없었다. 신고하는 순간 나부터 범죄자로 취급받고 최소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신고를 한다고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



    합법화 vs 비범죄화

    ▼ 국제앰네스티에서 성매매 비(非)범죄화를 선언했다.
    “기분 좋았다. 고교생 때부터 거기에 기부했는데, 이젠 (앰네스티가) 나 같은 사람들도 돕는다는 사실을 알고 기뻤다.”
    ▼ 헌법재판소에서도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직접 참관도 했다. 많이 기대하고 있다. 판사들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과 비자발을 왜 나누는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이유가 뭔지 정부 측 증인들에게 질문하니 답을 제대로 못하더라.”
    ▼ 성매매가 합법화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법화와는 다르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려는 것은 개인의 신체를 공동으로 통제하는 것이라 공산주의적이다. 합법화는 성 노동자보다는 성 구매자를 보호하고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성매매 여성에게 강제로 성병검사를 받게 할 것이다. 그러면 성 구매자들은 성매매 여성과 관계해도 성병 위험이 낮다고 보고 콘돔을 안 쓰려 하게 된다. 성매매 여성은 성병과 임신 위험에 처한다. 성병에 감염된 여성은 합법적인 공창에서 일할 수 없어 사창으로 내몰린다. 또다시 불법에 내몰리는 것이다.


    또한 합법화는 성매매 업소에 일정한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법으로 정한 규정에 맞추려면 결국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은 자영업을 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결국 시설을 갖출 자본이 있는 업주나 대부업자에게 예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합법화가 새로운 올가미가 될 수 있다. 비범죄화가 해답이라고 본다.”
    ▼ 비범죄화는 어떤 건가.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 비범죄화하면 문제가 많을 듯하다. 우선 성병 위험이 그렇고….
    “그건 구매자와 판매자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다. 성 판매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 지금도 풍선효과 탓에 성매매 업소가 주택가로까지 파고든다. 비범죄화하면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성매매업소가 주택가에 생기면 어떤 문제가 있나. 어차피 다들 집에서 섹스하지 않나. 방음만 제대로 하면 문제 없다. 옆집 남고생이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으면, 아줌마가 불륜을 하면, 옆집 아저씨가 동성애를 하면 우리 집 아이가 잘못되나? 그럼 주택가에선 섹스 자체를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성매매 산업이 커지면서 ‘공급 확대’를 위해 인신매매, 감금, 폭행 등이 늘진 않을까.
    “인신매매나 빚으로 옭아매는 행위, 감금, 폭행은 성매매와 상관없이 불법이고 관련법으로 처벌 가능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직업 선택 자유를 보장한다.”
    ▼ 비범죄화하면 어떤 게 좋아지나.
    “먼저 포주와 여성의 관계가 바뀐다. 지금처럼 불법인 상태에선 성매매 여성이 포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비범죄화하면 성매매 여성이 업주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 포주가 노동법을 위반하면 처벌하면 된다. 또한 부당한 일을 당할 경우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돼 일하는 여성이 더 안전해진다. 지금은 하기 싫은 행위를 손님이 요구해도 ‘고발하겠다, 돈을 안 내겠다’고 하면 대응 방법이 없다.”
    ▼ 성매매를 생계형과 비생계형으로 나눠, 생계형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비생계형 성매매를 왜 나쁘게 보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돈을 받는데 자발과 비자발을 나누는 건 우습다. 어쨌든 더러운 일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니까 용서한다? 자발적으로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나.”
    ▼ 남성연대 등에서는 성매매가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
    “필요악이란 말은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는 비겁한 용어다. 나는 오히려 필요선(善)이라고 본다. 성매매를 통해 돈 없는 여성은 돈을 벌고, 섹스하고 싶은 사람은 욕구를 해소하면 서로 좋은 것 아닌가. 결국 사회적 행복 총량이 늘어난다.”
    ▼ 돈으로 성을 거래하는 게 건전한 행위는 아니지 않나.
    “결혼이라는 제도도 돈으로 거래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따져 결혼하는 것도 건전하다고 볼 수 없지만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지 않는다.”
    ▼ 여성계에서도 성매매는 인격을 파는 나쁜 행위라고 본다.
    “인격을 파는 감정노동은 전화 상담원이나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분들이 더 심하지 않나. 흔히 ‘몸을 판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치면 시약 임상시험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뭔가. 운동선수도 따지고 보면 몸을 팔아서 이윤을 추구한다. 성매매도 다른 서비스직과 같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친절을 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 성매매가 돈을 쉽게 벌어 노동의 가치를 왜곡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쉽게 많이 벌면 그만큼 효율적으로 이윤 추구를 했다는 뜻이니 똑똑하고 능력 있는 것 아닌가. 편하게 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 노동에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선동하는 이들은 사상 검증이 필요하다.”



    주부로 내조하는 게 꿈

    ▼ 성매매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여성이다.
    “도덕의 잣대로 낙인을 찍으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이다.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지탄받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손가락질받는다. 도축업자도 옛날엔 살생을 해서 돈을 번다고 멸시받았지만 지금은 누구도 ‘필요악’이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성매매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면 정신적 피해는 사라질 것이다.
    호주에선 성매매 여성을 비하하면 차별금지법으로 처벌받는다. 내가 직접 만나본 성매매 여성과 트랜스젠더들은 모두 밝아 보였다. 성 노동자임을 당당히 밝히면서 아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여성도 봤다. 성매매로 인한 육체적 피해로는 고객의 콘돔 미사용으로 인한 성병 전염 같은 게 문제 될 수 있는데 성매매가 비범죄화하면 줄어들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에이즈 문제 해결을 위해 성매매 비범죄화를 지지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가장 바라는 건 돈 많은 여자와 사랑에 빠져 가정주부로 평생 내조하는 것이다(웃음).”
    ▼ 성매매는 계속할 건가.
    “이게 내 직업이다. 할 수 있는 한 계속할 생각이다. 나이 들면 못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연령대든 찾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 ‘신동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성애자들은 성기 삽입 섹스만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른 형태의 섹스도 경험해보며 즐겁게 살면 좋겠다. 기혼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배우자가 성매매를 했다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한 사람의 성욕을 한 사람이 평생 다 책임진다는 건 불가능하다. 하고 싶지 않은데 배우자가 원한다고 해서 억지로 성관계를 하는 것보다는 성매매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성 판매자와 손님은 사랑이 아니라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다. ‘원나이트’와 달리 결혼생활을 위협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성 트러블을 겪는 부부가 내게 오면 잘 가르쳐줄 자신이 있다. 부부생활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며 “필요하면 찾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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